기획·칼럼

IQ가 최고조에 달하는 나이는?

[사이언스타임즈 라운지] 25세 때 단기 기억력 가장 높아져

1905년 천재 중의 천재로 알려진 아인슈타인은 특수상대성 이론을 비롯해 물리학계에 영원히 남을 논문 5편을 잇달아 발표했다. 물리학계에서 역사를 바꾼 기적의 해로 1905년을 꼽는 이유다. 이때 아인슈타인의 나이는 만 26세였다.

인공지능 알파고와의 대결로 화제를 모았던 바둑기사 이세돌은 약 10년 전인 20대 중반에 최전성기를 구가했다. 그런데 30세에 접어들었던 2013년 한국 랭킹 1위를 처음으로 내주기 시작했다.

스승이었던 바둑황제 조훈현을 누르고 10대 때부터 바둑의 신이라 불린 이창호 9단이 처음으로 2위 자리로 밀려나기 시작한 것도 그의 나이 30세가 되던 해였다. 두뇌 스포츠인 바둑에서 최고의 기량을 찍는 나이는 20대 초중반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의 지능은 몇 살쯤에 최고조에 달하게 되는 걸까. 기존 연구에 의하면 절대화된 지능과 유동적인 지능이 최고조에 달하는 시기는 서로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 Public Domain

우리의 지능은 몇 살쯤에 최고조에 달하게 되는 걸까. 기존 연구에 의하면 절대화된 지능과 유동적인 지능이 최고조에 달하는 시기는 서로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 Public Domain

흔히 인간의 지능을 재는 척도로 가장 많이 인용되는 것이 IQ다. 사람들이 IQ에 집착하는 이유는 그것이 평생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표준화된 IQ 검사는 같은 나이대의 사람들이 받은 점수를 기초로 평균이 100이 되도록 항상 수정된다. 따라서 특정 개인의 IQ 점수는 평생 변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기 마련이다.

하지만 IQ도 노력 여하에 따라 향상될 수 있다. 자폐아 진단을 받은 어린이의 경우 집중적인 행동치료를 받으면 IQ가 올라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린이에게 수개월간 언어능력을 훈련시킬 경우 표준 IQ 점수를 상당히 올릴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으며, 특정 두뇌훈련 프로그램을 연습한 결과 지능이 향상되었다는 사례 발표도 있었다.

반대로 60대 중반 이후가 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IQ 검사의 절대적인 수치 면에서 이전보다 낮은 점수를 받게 된다. 영국 에든버러대학의 리치 교수팀은 그 이유를 찾기 위해 노인 600명을 대상으로 10년 동안 연구했다.

유동적 지능은 나이가 들어야 최고조에 이르러

그 결과 IQ의 점수 하락은 시각 정보와 관련된 기본적인 감각 능력의 하락과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는 노인이라 해도 시각처리 기능을 향상시키는 훈련을 할 경우 인지능력의 쇠퇴를 막을 수도 있다는 말이 된다.

그럼 과연 우리의 지능은 몇 살쯤에 최고조에 달하게 되는 걸까. 하버드대학과 MIT의 연구원들은 미국 국립보건원(NIE)과 국립과학재단(NSF)의 후원으로 이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이 연구는 다양한 연령대를 참가시키기 위해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온라인 인지 게임 및 테스트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10대부터 60대 후반까지 약 5만 명의 참가자들이 개별 조사에 응했는데, 정보 처리 능력이 최고조에 달하는 시기는 18~19세인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단기 기억력은 25세 전후에 가장 높아졌다가 그 이후로 서서히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얼굴 인식 능력의 경우 30대 초반에 최고조를 보였다.

그런데 나이가 좀 많이 들어야 최고조에 이르는 유동적 지능도 있었다. 다른 사람의 감정을 평가하는 능력의 경우 40~50대가 넘어서야 최고조에 도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던 것. 또한 어휘를 포함한 전반적인 지식 및 이해 능력도 평균 50세 전후가 될 때까지 나빠지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결과는 하워드 가드너가 주장한 다중지능이론과 매우 일치한다. 그는 지능을 단일한 구조로 설명했던 이전의 이론과는 달리 지능이 8개의 영역으로 구성된다고 했다. 논리수학지능, 공간지능, 신체운동지능, 언어지능, 음악지능, 인간친화지능, 자기성찰지능, 자연친화지능이 바로 그것이다.

이 중에서 논리수학지능, 공간지능, 신체운동지능의 3개를 제외한 나머지 5개 지능은 나이가 들수록 오히려 증가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천재 바둑기사들의 전성기가 30대에 들어서면 꺾이기 시작하는 것은 나이가 들수록 급격히 감소하는 3개 지능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논리수학지능 및 바둑을 둘 때 필요한 공간지능, 그리고 신체운동지능은 오랜 시간 집중력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체력과 연관이 있다.

60세가 되어서야 철이 들었다는 노철학자

과학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도 바로 이 3개 지능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과학자의 전성기는 이 3개 지능이 최고조에 달하는 시기와 별 상관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노스웨스턴대학 연구진은 구글 검색과 학술정보 데이터베이스 등을 이용해 과학자 2만여 명이 언제 학술적으로 가장 인정받는 전성기를 구가하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 과학자들의 전성기가 지속되는 시기는 평균 3.7년이었지만, 그 전성기가 찾아오는 나이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를 얻을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개인별로 전성기가 찾아오는 나이가 그만큼 다양했다는 의미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지성인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장회익 교수는 지난 2003년 서울대 교수직에서 정년퇴임한 이론물리학자다. 그런데 80세가 된 지난해에도 그는 ‘자유 에너지’에 관한 이론물리학 논문을 저명한 학술지인 ‘Physica A’에 게재해 주목을 끌었다. 참고로 이론물리학은 연구 수명이 가장 짧은 학문이다.

한국 철학계를 이끌어온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는 이 시대의 참 스승으로 통한다. 올해 100세를 맞이한 그는 ‘인간극장’이란 TV 다큐의 신년특집에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요즘도 왕성한 강연과 집필 활동을 하는 그는 이 프로그램에서 자기 인생에서 최고 전성기는 60세부터 75세 사이였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이 60세가 되어서야 비로소 철이 들었다고 했다.

심리학자들은 인간이 결정화된 지능과 유동적인 지능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고 본다. 이 두 가지 형태의 지능은 나이가 들어가는 과정에서 서로 다른 시기에 최고조에 달한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다.

하지만 이와 상관없이 많은 나이 때문에 무엇인가의 시도를 망설이는 사람에게 들려줄 수 있는 답은 이미 나온 듯하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는 말이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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