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 융합…기술에너지 시대가 오고 있다

[창조 + 융합 현장] 혁신기술 통해 신산업 창출 가능해

우리나라는 전체 에너지의 97%를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석유 소비량은 엄청나다. 전세계 소비량의 2.9%를 사용하면서 미국, 중국, 일본, 독일, 러시아, 인도에 이어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석유를 많이 쓰는 나라에 랭크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산업구조는 에너지를 많이 쓰는 구조다. 에너지 산업 대다수를 공기업들이 맡고 있는 가운데 경직적이고, 경제적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신축성이 결여돼 있다는 분석이다.

대외 환경도 좋지 않다. 중국 등 인접 국가들과 끊임없이 에너지 확보 경쟁을 벌어야 하는 상태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에너지 안보에 매우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값싼 휘발유 시대, 이미 지나갔다”

손양훈 에너지경제연구원장은 28일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27층 회의실에서 열린 제 360회 과학기술정책포럼에서 ‘에너지 여건변화와 미래 전망’이란 주제로 과거·현재·미래의 에너지 상황을 조명했다.

▲ 값싼 석유시대가 끝나가고 있는 가운데 에너지 기술혁신이 대대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사진은 28일 STEPI에서 열린 과학기술정책 포럼. ‘에너지 여건변화와 미래 전망’이란 주제로 에너지 정책에 대한 전문가 토론이 진행됐다. ⓒSTEPI


“IT, 생명공학, 우주항공 등과는 달리 에너지 산업은 과거 60년 간 기술적 혁신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산업 규모만 확대됐을 뿐 기술적으로는 큰 변화가 없었다는 것. 이유는 생수보다 싼 석유가격이다. 싼 가격으로 인해 구태여 혁신을 할 필요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 값싼 석유가격 시대가 끝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가격의 급상승과 하락, 화석에너지 사용에 심각한 제약이 가해지는 등 불안 요인이 가중되면서 각국 정부와 기업들이 에너지 산업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미국 등 주요 선진국들은 에너지 산업과 관련, 국가적 차원에서 규제와 지원을 강화하고 있으며, 학계와 연구소는 에너지 관련 기술개발과 사업화 연구를 진행하고 있고, 기업들은 새로운 기술을 기반으로 신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오랜 기간 유보돼 왔던 에너지 분야의 기술혁신이 대대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 손 원장은 “이 기술혁신이 에너지 공급 분야에서보다 에너지 거래, 에너지 수요 등 관리 측면에서 집중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에너지관리시스템(xEMS), 가상발전소(VPP), 마이크로 그리드(Micro grid), 에너지저장시스템(ESS), V2H(Vehicle to Home), 스마트가전, 건물에너지관리시스템(BEMS) 등을 예로 들었다.

새로 등장하고 있는 혁신기술들은 대부분 ICT와 연계돼 있다. ‘가상발전소(VPP)’의 경우 신재생 에너지 설비와 소규모 발전소, 에너지 저장장치 등 다수의 분산 전원들을 한데 묶어서 하나의 발전소처럼 운영할 수 있는 기술이다.

기술혁신 통해 비즈니스 창출 가능해

전기차, 가정용 ESS(에너지저장시스템), 태양광, 실시간으로 에너지 사용량을 확인할 수 있는 HEMS 등이 결합된 ‘V2H(Vehicle to Home)’는 ICT를 기반으로 가정 및 차량 전력 사용량을 최적화해나가고 있다.

‘건물에너지관리시스템(BEMS)’은 기존·신축 건물에 에너지관리시스템과 대용량 에너지저장시스템(ESS)을 적용해 에너지 효율을 향상시킬 수 있는 솔루션이다. 웹사이트 ‘실시간 전력소매시장’에서는 자동수요반응(Auto Demand Response) 프로그램을 통해 전력 수요 관리를 시도하고 있다.

혁신기술이 다수 등장하면서 새로운 사업도 창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력시장에서 구매한 전력을 다양한 요금제를 적용해 재판매하는 ‘전력재판매서비스’가 대표적인 경우다.

이밖에 수요반응 서비스, 수요자 측 발전자원 전력거래 서비스, 전기차 기반의 가상발전소 운영서비스, 전기차 급·완속 충전 서비스, 전기차 이동 충전 서비스, 에너지컨설팅 서비스, 전기차 대여서비스 등이 비즈니스가 새로 출현하거나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날 포럼에는 허은녕 서울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최종화 STEPI 부연구위원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허은녕 교수 “에너지·자원은 물론 모든 무역을 해상 루트에 의존해야 하는 한국적인 상황에서 에너지 공급원 확보에 대한 종합적인 전략이 요청된다”고 말했다.

또 “지난 20세기와 다른 기술 에너지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며, 국가 에너지·기후변화 정책에 기술개발 부문이 포함돼 있지 않은 점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충분한 연구와 의견수렴을 거쳐 국가적으로 장기적인 에너지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최종화 STEPI 부연구위원은 “우리는 이미 석유 등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경제 시스템 내에서 글로벌 경제성장을 확대할 수 있는 최대값, 즉 그 외곽 한계에 도달해 있다”며 이후 에너지 문제를 해결해나갈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올해부터 2035년까지 시행할 ‘2차 에너지 기본계획’에서 원전 에너지 의존비율을 감축하고 있는 상황에서 ‘제로썸(Zero-Sum) 게임 탈피를 위한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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