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ICBM에도 쓰이는 천문 항법

[밀리터리 과학상식] 선인들의 지혜와 첨단 과학기술의 절묘한 조합

육분의. 천체의 고도를 알아내어 자신의 위치를 아는 천문 항법에 필요한 장비다. ⒸWikipedia

요즘에야 GPS 등 문명의 이기를 통해 쉽게 지도상 자신의 위치를 알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장비가 없던 예전에는 과연 어떻게 했을까? 특히 마루지나 참조점이 전혀 없는 망망대해에서는?

사실 망망대해에서도 참조할 만한 것이 있기는 있다. 바로 지구에서도 보이는 우주 속 천체다. 이 천체를 이용해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는 것을 천문 항법이라고 부른다. 바다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보면 선원들이 자신의 위치를 알아보겠다며 이상하게 생긴 도구를 들고 바다와 하늘을 응시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육분의를 이용한 천문 항법이다.

그 구체적인 방법은 어떻게 될까? 우선 위도 측정부터 알아보자. 천문 항법에서 자신의 위도를 알려면 매일 정오에 태양의 고도를 측정하거나, 자오선 통과 시 다른 천체의 고도를 측정하는 방법, 또는 북극성의 고도를 측정하는 방법이 있다. 특히 북극성은 천구상의 북극점에서 늘 1도 이내의 위치에 있기 때문에 천문 항법의 참조점으로 삼기 매우 적합하다. 예를 들어서 북극성의 고도가 10도이면, 관측자의 위치는 북위 10도인 것이다.

경도 측정의 원리도 이와 크게 다를 바가 없다. 북극성의 고도를 정확히 측정했다면, 동쪽 및 서쪽 지평선에 보이는 별의 고도를 측정함으로써 자신의 경도를 알 수 있다. 다만 지구는 시간당 15도씩 동쪽으로 자전한다. 때문에 정확한 시간 측정이 선행되지 않으면 자신의 경도를 제대로 알지 못할 수 있다.

요즘과 같이 정확한 시계가 없던 예전에는 달, 또는 목성 위성의 위치를 보고 경도를 알아내기도 했지만, 이는 전문적인 천문학자가 아니면 구사하기 힘든 방법이었다. 18세기 들어 정확한 시계가 등장하고 나서야 경도의 측정 정확성은 매우 높아지게 된다. 정확한 시계 덕택에 정확한 시보(時報)가 가능해졌다. 이로써 측정 지점의 정오 시각, 즉 태양의 고도가 최고인 시각을 알면 이를 그리니치 본초 자오선의 현지 시각(즉, 런던 표준시)과 비교함으로써 자신의 경도를 알 수 있게 된 것이다. 앞서도 말했듯이 지구는 시간당 15도씩 동쪽으로 자전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측정자가 있는 곳의 현지 시각이 정오인데 그리니치 본초 자오선의 현지 시각은 오후 6시라면, 측정자의 경도는 서경 90도(6시간*15도=90도)가 되는 것이다.

하다못해 휴대전화에도 GPS가 달려 있는 요즘, 이런 천문 항법 기술은 그야말로 시대착오적인 기술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천문 항법 기술은 의외로 매력적인 구석이 있었다. 구사하는 데 복잡한 기계식 및 전자식 장비가 필요 없기 때문에, 선원들과 조종사들은 조난 등 만약의 경우를 대비한 항법 기술로써 꾸준히 이를 익혀왔다. 특히 해사 분야에서는 최근까지도 천문 항법이 많이 사용되었다.

천문 항법 기술은 군용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미 공군과 해군에서는 천문 항법 기술을 비교적 최근인 1997년까지 조종사들에게 교육했다. 앞서도 말했듯이 복잡한 장비가 필요 없고, 지구상 어디에서나 구사 가능하다. 그리고 적의 전파 방해 등으로 교란될 위험성이 아예 없으며, 관측 과정에서 적이 탐지할 수 있는 신호 등을 발신하지도 않는다. 어떤 상황에서도 사용 가능한 검증된 기술을 원하는 군대의 생리에 딱 맞아떨어졌던 셈이다.

미 해군 사관학교에서도 1998년까지 생도들에게 천문 항법을 교육하다가,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더 이상 가르칠 필요가 없다고 판단되어 한동안 교육을 중단했다.

그러나 21세기 들어 GPS 내비게이션에 대한 해킹 우려가 늘어나면서, 2015학년도부터 다시 천문 항법을 교육하고 있다. 미국의 제2의 해군이라 할 수 있는 상선단에서는 천문 항법의 교육이 더욱 철저했다. 미국 상선단의 사관들을 육성하는 미 상선 사관학교에서는 창설 이래 중단 없이 천문 항법을 교육하고 있다.

또한 1960년대 중반부터 전자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천문 항법을 자동적으로 구사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기계식 천문 항법 장비는 주간에도 주요 천체 11개의 위치를 파악해 오차 범위 90m 이내로 자신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었다. 이 장비들은 선박은 물론 일부 군용기에도 탑재되었다. 심지어는 ICBM(Intercontinental ballistic missile, 대륙간 탄도 미사일)도 지구 대기권 밖을 비행할 때 기계식 천문 항법을 이용해 자신의 위치를 파악한다.

앞서도 말했듯이, GPS와는 달리 적의 해킹 가능성이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ICBM은 유사 시 핵탄두로 적의 심장부를 타격하는 매우 중요한 임무를 맡은 무기이므로 실패의 여지가 없는 항법 수단이 필요했던 것이다.

이러한 기계식 천문 항법은 심지어 달 탐사나 화성 탐사 등 우주 탐사에도 쓰이고 있다. 선인들의 지혜와 첨단 과학기술의 조화라 할 수 있겠다.

천문 항법은 ICBM의 항법 수단으로도 쓰이고 있다. ⒸWikip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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