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가장 오래된 동물 DNA 해독…동물의 100만 년 역사 추가로 열어
▲ 200만 년 전 그린란드의 모습을 재현한 상상도. 영국-덴마크 공동연구진은 200만 년 동안이나 보존된 DNA를 해독하여 200만 년 전 그린란드 생태계를 재구성했다. ⓒBeth Zaiken/bethzaiken.com
코끼리가 물가에서 놀고, 토끼와 순록이 초원에서 뛰논다. 12월 8일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 표지를 장식한 이 그림은 200만 년 전 북극 그린란드를 그린 모습이다. 오래전 과거의 그린란드는 새하얀 빙하로 뒤덮인 지금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영국과 덴마크 공동 연구진은 그린란드 지층에서 채집한 토양 시료에서 환경유전자(environmental DNA)를 분석해, 200만 년 전 그린란드 생태계를 재구성했다. 이 연구는 인류 과학의 역사에서 가장 오래된 DNA를 해독했다는 기록을 세웠다.
동물들은 알게 모르게 자신의 DNA를 환경에 흩뿌리고 다닌다. 사람은 하루 중에 각질과 머리카락, 땀 그리고 배설물을 통해 DNA 분자를 세상에 내놓는다. 대부분 분해되어 사라지지만, 특별한 상황에서는 장시간 보존된다. 극미량이라도 보존된다면 어떤 동물의 DNA인지를 찾아낼 수 있다. 가령 호수에서 뜬 물의 환경유전자를 분석하면, 호수에 어떤 물고기들이 서식하는지를 알 수 있다. 마찬가지로 과거의 환경유전자를 확보하면 당시의 생태계를 추정할 수 있다. 이것이 최근 분자생태학 분야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술로 각광받는 환경유전자 기법이다.
영국과 덴마크 공동연구진은 그린란드 최북단 북극해의 피오르드 입구에 자리 잡은 100m 두께의 퇴적층인 카프 쾨벤하운 지층에서 41개의 퇴적물을 채취했다. 이 퇴적물에서 환경유전자를 찾아내고, 16년에 걸친 해독 끝에 200만 년 전 그린란드 생태계를 재구성했다. 퇴적물이 얼음 및 영구동토층에 보존된 덕분에 200만 년 동안이나 보존될 수 있었다.
▲ 그린란드 카프 쾨벤하운 지층의 바닥은 해양 퇴적물이 고운 모래 퇴적물로 덮여 있다. 언덕 위에서 연구진이 환경유전자 샘플을 채취하고 있다. ⓒSvend Funder
40여 명의 연구진이 숨겨진 DNA를 찾았고, 총 135종의 동식물 유전자를 발견했다. 이후, DNA를 해독하여 현존하는 동식물의 유전자와 비교했다. 환경유전자로 그려낸 200만 년 전 그린란드는 북극에서 800㎞ 떨어진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오늘날보다 10~17℃ 더 따뜻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자작나무와 포플러나무 등이 우거진 숲에서는 순록, 북극토끼, 나그네쥐, 기러기가 살았다.
이번 연구에서 코끼리의 조상인 ‘마스토돈’이 멸종 직전까지 그린란드에서 살았다는 것이 처음 보고됐다. 코끼리는 북미와 중미 등 기원지에서만 서식했다는 기존 통념을 뒤집는 결과다. 또한, 순록 DNA의 발견도 지금까지의 연구를 뒤집는 성과다. 이전까지 순록은 100만 년 전에 진화했다고 추정했는데, 이번 연구를 통해 200만 년 전에도 순록이 살았다는 것이 드러났다.
커트 카이어 덴마크 쾨벤하운대 교수는 “DNA 추출 및 시퀀싱 장비의 놀라운 발전 덕분에 매우 작고 불안정한 DNA 파편을 식별하고, 200만 년 된 생태계의 지도를 그릴 수 있었다”며 “분석한 DNA 중 현생 종의 DNA 분류에 속하지 않는 것들을 추가 분석하면, 다양한 종의 진화에서 이전에 알려지지 않았던 단계를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연구진은 그린란드 퇴적물에 숨겨진 환경DNA를 이용해 135종 동식물의 유전자를 발견하고, 현존 동식물의 유전자와 비교해 동식물의 진화를 추정했다. ⓒNature
이번 연구는 진화 연구의 판도를 바꿀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가다. 가장 오래된 동물 DNA 해독 기록을 세웠기 때문이다. 이전까지 가장 오래된 DNA 분석 기록은 약 100만 년 전이다. 스웨덴 고유전학연구소 연구진이 시베리아에서 발굴한 매머드 화석에서 165만~110만 년 전 DNA를 찾아내 해독했다. 이번 연구가 약 100만 년의 역사를 추가로 연 셈이다.
에스케 윌러슬레브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DNA는 빠르게 분해되지만, 특별한 여건에서는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더 오랜 시간 보존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200만 년 된 동식물의 DNA로부터 기후변화에 대응하며 생존하는 비결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공동 제1저자인 미켈 페더슨 덴마크 코펜하겐대 교수는 “우리가 추정한 200만 년 전 그린란드 기후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변할 그린란드의 미래 기후와 유사하다”며 “극심한 기후 변화를 견뎌 온 동식물의 DNA를 통해 온도 상승으로 인한 생태계 변화에 생명체가 어느 정도까지 적응할 수 있는지에 대한 단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생각보다 더 많은 생물 종이 급변하는 기온에 잘 적응해 진화할 수 있다는 것이 이번 연구로 밝혀졌다”면서도 “오늘날의 온난화는 속도가 너무 빨라 과거처럼 생물 종이 적응할 시간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에 연구진은 유전자를 편집할 수 있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등 유전공학 기술로 과거 식물의 유전자를 오늘날의 작물에 도입하면 기후변화에 대응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 연구진이 추출한 샘플을 분석하고 있다 ⓒCourtesy of NOVA, HHMI Tangled Bank Studios & Handful of Films
현재 연구진은 이번에 발견한 박테리아와 곰팡이까지 포함한 광범위한 미생물 DNA를 추가로 분석하여 광범위한 고대 그린란드 생태계 지도를 그려내고 있다. 고대 그린란드 북부에 서식했던 동식물과 미생물 간 상호작용이 그린란드 생태계에 미친 영향에 대한 추가 논문도 발표를 앞두고 있다.
한편, 연구진은 환경유전자 분석 기술을 활용하면 인류 기원에 대한 새로운 지식까지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윌러슬레브 교수는 “DNA 보존 여건이 좋은 아프리카 이탄층 등에서 환경유전자를 분석한다면 다른 종의 기원에 대한 획기적인 결과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어쩌면 최초의 인류와 그 조상에 대한 지식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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