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가 과학 속으로, 파티가 된 과학

유럽의 과학기술 문화 정책

과학은 이제 우리 생활과 떨어뜨려 생각할 수 없다. 질병·환경오염·원전·생활 화학 등 실생활과 관련된 각종 사회적 이슈들이 과학문제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에 대한 관심과 이해도가 낮은 사회에서는 각종 사회 이슈가 터질 때마다 합리적인 국민 합의를 이루기가 어렵다. 때문에 과학기술에 대한 시민들의 높은 시민의식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성인들은 유럽연합(EU)이나 미국에 비해 과학에 대한 낮은 관심도를 보이고 있다. 게다가 관심도는 매년 지속적인 하락 추세인 것으로 나타나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2010년 한국갤럽 조사 결과 국내 성인의 과학 관심도는 37.6%로 유럽연합(55.0%)이나 미국(64.8%)에 비해 현저히 낮았다.

반면 ‘과학’하면 ‘축제’를 떠올리는 유럽인들에게서 과학은 더 이상 어렵고 낯선 영역이 아니다. 시민들은 축제에서 함께 화석을 발굴하고, 과학 퀴즈를 풀고, 토론을 하고, 술과 함께 파티를 즐긴다.

클럽으로 쏟아진 젊은 과학자들, 인생 상담 오가는 과학관

과학기술이 국가의 경쟁력인 시대이다. 이 때문에 유럽에서는 시민들에게 쉬운 과학을 전파하기 위해 오래전부터 ‘축제’의 형식을 빌리고 있다. 유럽 각 지역에서 개최되는 특색 있는 ‘지역 축제’는 유럽이 전통적으로 고수해온 과학문화 활동이다.

영국 에든버러에서 벌어지는 과학축제는 유럽에서 가장 큰 과학 문화 행사이다. 25년 동안 유럽 28개국이 참여하며 국제적인 과학 축제로 자리 잡았다.

독일의 대표적인 과학축제로 자리잡은 '대화하는 과학재단'의 여름 과학 페스티벌.

독일의 대표적인 과학축제로 자리잡은 ‘대화하는 과학재단’의 여름 과학 페스티벌. ⓒ https://www.wissenschaft-im-dialog.de

독일에서는 ‘대화하는 과학재단’에서 시행하고 있는 ‘여름 과학 페스티벌(Summer Science Festival)’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여름 기간 내내 독일 전역을 돌며 시민들 속에서 ‘과학 페스티벌’을 벌인다.

축제는 전시와 강연은 물론 다양한 형태의 예술과 융합되어 가족들이 모두 즐길 수 있도록 구성됐다.

이러한 축제는 배 위에서도 이루어진다. 올해도 열린 선상과학축제 ‘MS Wissenschaft’는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30여개 도시를 방문하며 사람들과 만났다. 선상에는 다양한 과학 전시관이 열리고 학생들은 첨단 과학기술 장비를 이용해 과학체험을 손쉽게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네덜란드 ‘디스커버리 페스티벌’. DJ들이 과학행사를 함께 만들어간다. ⓒ https://discoveryfestival.wordpress.com

네덜란드 ‘디스커버리 페스티벌’. DJ들이 과학행사를 함께 만들어간다. ⓒ https://discoveryfestival.wordpress.com

네덜란드는 보다 열정적인 과학축제를 기획해 실현에 옮겼다. 이들은 젊은 과학자들을 클럽으로 불러 모았다. 클럽 스타일의 과학축제 ‘디스커버리 페스티벌(Discovery Festival)’(동영상 바로가기)은 이러한 젊은 과학자들이 직접 기획하고 시민들과 함께 하는 새로운 과학 행사이다.

새벽까지 이들은 흥겨운 음악 속에서 과학자들의 연구성과를 함께 공유하며 DJ들과 춤을 춘다.

유럽 전역으로 퍼지고 있는 과학의 대중화, 오랜 기간 걸려 완성

최근 유럽의 젊은 과학자들은 자신의 인생을 시민들과 함께 나누며 과학을 대중들에게 쉽게 전파하고 있다.

폴란드에서는 과학자들과 함께하는 ‘사이언스 피크닉’ 이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시민들이 음료와 도시락을 싸가지고 와서 젊은 과학자들의 연구 활동과 그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엔리코 발리 유럽과학문화협회 이사. ⓒ 김은영/ ScienceTimes

엔리코 발리 유럽과학문화협회 이사. ⓒ 김은영/ ScienceTimes

이러한 행사에는 많은 시민들이 참가하고 있다. 작은 도시에서는 만 명이 오기도 하고 대도시에는 십만 명이 몰리기도 한다.

엔리코 발리(Enrico M. Balli) 유럽과학문화협회 이사장은 지난달 26일 서울 용산구 서울드래곤시티 호텔에서 개최된 ‘2018 과학창의연례컨퍼런스’에서 이와 같이 밝혔다.

마커스 바이스코프(Markus Weisskopf) 독일 대화하는 과학재단 회장도 지난 2015년 열린 ‘과학창의 연례컨퍼런스’에서 “대화하는 과학재단이 시행하는 여름 과학 페스티벌에 연간 10만 명의 사람들이 페스티벌에 참가했다”고 밝힌 바 있다.

물론 유럽인들이 처음부터 이렇게 과학을 생활 속으로 받아들였던 것은 아니다. 오랜 시간 정부와 지자체, 기업이 공을 들여 시민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쌓아올린 결과이다.

이러한 변화 속에는 젊은 과학자들이 중심이 되고 있다. 발리 이사는 “이들이 대중들 앞에서 자신들의 인생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엔리코 발리 유럽과학문화협회 이사가 폴란드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과학자들과의 피크닉'을 소개했다.

엔리코 발리 유럽과학문화협회 이사가 폴란드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과학자들과의 피크닉을 소개했다. ⓒ 김은영/ ScienceTimes

과학자들이 자기의 인생을 이야기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포인트이다. 이를 통해 시민들은 과학자들과 접점을 가지게 된다.

발리 이사는 이에 대해 “과학자를 멀리 동떨어져있는 존재가 아니라 친근한 존재라고 느낄 수 해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과학축제의 스핀오프(Spin-off) 형식으로 만든 ‘유럽과학의회’도 있다. 유럽에서 과학을 전공한 대학생들이 주축이 되어 실제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과학정책에 대해 토론하고 아이디어를 제안한다.

이러한 과학행사들에 시민들은 왜 흥미를 느낄까. 발리 이사는 “축제란 장르를 바탕으로 여러 가지 형식을 시도할 수 있다. 때문에 사람들에게 계속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기 때문”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축제와 같은 과학문화 활동이 다변화되고 있는 사회 속에서도 지속되어야 할 의미가 있느냐’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발리 이사는 “지속되어야한다”고 단언했다.

과학축제는 시민들에게 과학의 기본 개념 및 연구 성과를 알리는 자리이다. 또  ‘파티’라는 형태를 통해 과학에 대한 아이디어를 함께 나누고 교환할 수도 있다는 것.

발리 이사는 “과학이 신뢰성을 잃어가고 있다. 유사 과학과 정치 과학이 시민들에게 과학에 대한 불신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과학축제를 통해 대중들이 과학을 다시 믿을 수 있도록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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