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PA, 신세대 WIG선 개발에 나서

[밀리터리 과학상식] 해면효과로 비행기만큼 빠르게 항해하는 배

구소련 군이 운용했던 룬급 WIG선 MD-160. ⒸSoviet Navy

얼마 전인 2021년 8월, 미국 DARPA(국방 고등 연구 기획국)는 여러 방위산업체를 상대로 WIG선 개발 제안서를 제출하라는 공고를 냈다.

이 WIG선이란 무엇인가? 이름에 들어가는 WIG는 wing-in-ground effect의 약자다. 이 효과는 ground effect라고도 불리며 우리말로는 해면효과로 부르고 있다.

해면효과는 비행 시 나타나는 공기역학적 역설로 생긴다. 비행하는 물체의 고도가 낮을수록, 착지하기가 더욱 어려워지는 현상이다. 그 원인은 비행하는 물체의 고도가 매우 낮으면, 물체 아래와 지면 사이에 공기가 갇혀 쿠션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WIG선은 이 효과를 이용해 수면 위에 살짝 떠서(보통 수 미터 고도) 항공기에 맞먹는 매우 빠른 속도로 비행할 수 있는 것이다. 운항 중 선체가 공기보다 밀도 높은 물에 접촉하지 않으므로 가능한 일이다.

앞서 DARPA의 공고에서는 기존의 항공 및 해상 플랫폼의 운용상 한계를 지적하며, 이를 WIG선의 장점과 비교했다. 항공 플랫폼(수송기)는 실을 수 있는 화물의 양이 제한되며 활주로가 갖춰진 곳에서만 운항할 수 있다. 해상 플랫폼(화물선)은 화물은 많이 실을 수 있지만, 속도가 너무 느리다. 그러나 WIG선은 대량의 화물을 신속하게 해상 운송할 수 있는 이상적인 플랫폼인 것이다. 또한 WIG선은 동급의 항공기에 비해 양력 유도 항력이 적어 연비와 속도가 더욱 우수하다.

그러나 WIG선에는 단점도 상당히 많다. 배보다는 항공기에 더 가까운 구조를 하고 있기 때문에 충돌 사고 시 그만큼 더 크게 손상을 입는다. 그리고 비상탈출구도 배만큼 많이 만들 수 없으므로 사고 시 탈출이 어렵다. 게다가 매우 낮은 고도를 빠르게 비행하고, 항공기처럼 고도를 크게 높일 수도 없으므로, 장애물을 발견할 시 충돌을 회피하기도 어렵다. 고도 제어가 잘 안 될 경우 고속으로 수면을 들이받을 위험도 있다. 때문에 일기가 나빠 파고가 높으면 운항하기 어렵다.

또한 WIG선의 선체 설계는 매우 까다로운 편에 속한다. 서 있을 때는 배처럼 물에 안정되게 뜰 수 있으면서도 일단 이수한 다음에는 항공기처럼 빨라야 한다. 또한 운항 시 물의 비말을 너무 많이 일으킨다면 선체 및 엔진에 손상을 입힐 수 있다. WIG선이 생각만큼 대중화가 안 된 것은 이러한 난제들 때문이다.

바로 이 때문에 DARPA는 기존의 WIG선과는 다른 신세대 WIG선을 주문했다. 첫 번째 요구조건은 활주로가 필요 없이 물에서 이착수가 가능해야 할 것이었다. 이러면 공항 시설이 미비한 곳에서도 운용할 수 있다. 두 번째로 수상 장애물을 피할 수 있는 충분히 높은 비행 고도다. 세 번째는 악천후 시에도 안정적인 운항이 가능해야 한다. 네 번째로 화물 탑재 능력이 최대 100톤은 되어야 한다.

DARPA는 이 신세대 WIG선을 해상 기지 지원, 남중국해 상 같은 곳에 있는 서로 멀리 떨어진 육상 기지 지원, 전투 지역에 대한 물자 보급, 전투 탐색구조 임무, 상륙전 지원, 무인 이동체 모선, 북극권에 대한 장거리 정찰 등에 사용하고자 하고 있다. 기존에 구소련 등에서도 제한적이지만 WIG선의 실용화에 성공한 만큼, 이번의 DARPA 시도가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낼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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