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종합연구기관으로 새 도약 준비

[과학과 기술 인터뷰대담] 김명준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원장 인터뷰 대담

<대담> 김명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원장
            김문조 강원대학교 석좌교수(과학과기술 편집위원장)
            류준영 머니투데이 정보미디어과학부 기자(과학과기술 편집위원)
            윤호식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학술진흥본부장
김명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원장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김명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원장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숲 전체를 바라보고 잡목만 제대로 정비해도 숲은 살아납니다. 그것이 목수의 역할입니다”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기 위해 그와 50명의 정예 TF(태스크포스)팀이 4개월간 준비한 청사진을 설명하는 표현 하나하나에 변화를 향한 간절함, 함께 가기를 원하는 간곡함, 진정성 등이 묻어났다. 내부 반발도 거셀 것이라는 예상도 했다. 하지만 반대가 거세 면 거셀수록 그가 놓은 변화와 혁신의 불길은 더 커질 것이 분명해 보였다.

국가 대표 정부출연연구기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새 도약을 앞뒀다. 또 한 번의 담금질에 나설 채비다. 5년 만에 친정으로 복귀한 김명준 신임 원장이 강철의 연금술사 역을 맡았다.

9월 18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집현실에서 김명준 ETRI 원장을 만났다. 그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며 질문을 던지기 무섭게 즉답하는 스타일이었다. 하지만 그 속엔 명확한 진단, 관록에서 나오는 노련함, 뛰어난 혜안, 굳은 심지 등이 담겼다.

김 원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AI 중심의 연구기관으로 전환하겠다”는 구체적 밑그림을 제시했다.

ETRI는 이런 노력의 하나로 ‘인공지능연구소’와 공공서비스에 인공지능 기술을 지능화융합연구소’ 등을 신설한다.

“국가 정보화를 넘어 지능화를 달성하기 위한 국가 인공지능 종합연구기관으로 거듭나겠다는 비전을 전 직원 들 앞에서 발표했는데 아직 반대 입장이 몇 배는 많은 상황입니다.”

김 원장은 인적 쇄신, 조직 제도 혁신 방향 등에서 내외부 반발이 거세다는 점도 솔직히 인정했다. 하지만 우직하게 한발 한발 나아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1976년 설립된 ETRI는 지난 40년간 전자통신 분야를 선도하며 TDX(전전자 교환기), CDMA(무선분할다중접속) 등의 기술 개발에 성공, 우리나라를 IT 강국으로 만드는 데 일조해 왔다.

김 원장은 1978년 서울대학교 계산통계학과를 졸업하고, 1980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전자계산학 석사를 취득했다. 이후 1986년 프랑스 낭시 제1대학교 전자계산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86년부터 2016년까지 ETRI 책임연구원으로 재직하며 기획본부장, 창의연구본 부장, 소프트웨어·콘텐츠연구소장 등을 역임했다. 2016년부터는 정보통신산업진흥원 부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장을 지냈다.

김명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원장은 대국민 향한 ETRI 브랜드 매니지먼트에도 힘쓰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김명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원장은 대국민 향한 ETRI 브랜드 매니지먼트에도 힘쓰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김문조 지난 4월 취임하신 후 ETRI의 새 비전 구축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계신다고 들었습니다.

김명준 책임감이 무겁습니다. 4차 산업혁명이 본격 개화하는 시점이라서 더욱더 그렇습니다. 연구원을 AI를 중심으로 ‘국가 지능화’를 달성하기 위한 종합연구기관으로 탈바꿈해 볼 계획입니다.

과거 20년간 대한민국은 ‘국가 정보화’를 잘 실현해 ICT(정 보통신기술) 강국, 전자정부 선도국 등으로 부상했습니다. 김영삼 정부에서 ‘국가 정보화 종합계획’을 세우고, 김대중 정부에서 이를 실행해 전국에 초고속 인터넷망이 구축된 것이 대표적 사례로 꼽힙니다. ETRI 역시 국가 요구에 부응하며 산업화 시대, 정보화 시대에 필요한 서비스와 시스템 개발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고 그 결과 반도체부터 이동통신 시스템 분야에 이르기까지 명실 상부한 국가대표 연구소로서 역할을 수행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입니다. 그 누구도 가보지 못한 길을 개척하는 역할을 ETRI가 맡아야 합니다. 특히 이제는 대한민국을 지능화시켜 세계에서 AI를 제일 잘 다루는 나라가 되도록 힘써야 하는 시점입니다. 그래서 이런 염원을 ETRI 新 비전 ‘국가지능화종합연구기관’에 담았습니다. 여기서 AI는 좁은 의미의 학문이나 특정 기술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사회 패러다임의 새로운 기제(機制)를 뜻합니다.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도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AI라 말하며, 인공지능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습니다. ETRI 비전에 나오는 AI가 개 인적인 생각이 아니라 시대적 조류이고 대세임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류준영 회의 때에도 ETRI 브랜드 이야기를 자주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김명준 ETRI가 여러 측면에서 예전 같지 않습니다. 외부 비판뿐 아니라 내부 직원들도 그렇게 말할 정도입니다. 그래서 하반기부턴 브랜드 매니지먼트를 할 생각입니다.

ETRI의 연구원들은 일상 업무에 매몰되어 있다 보니 전문가로서의 활동이 많이 위축된 상황입니다. 연구원이라면 기본적으로 1년에 2편 정도 논문은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기가 했던 일을 정리하는 차원에서 논문을 쓰는 건데 점점 개인 평가에 반영이 안된다는 이유로 국내 학술지에는 논문 발표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해외 유명 학술지에 실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늘 자신이 참가하던 국내 학회지에도 자신의 연구를 알리는 차원에서 논문을 써야 합니다. 대학원생과 같은 후학들에게 우리가 어떤 일을 하는지를 알리고, 그 분야에 관심을 갖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ETRI 직원이 약 2000명 정도 되는데 1년에 한 편씩만 내더라도 2000권에 달합니다. 그러면 ETRI의 브랜드 매니지먼트가 자연스럽게 될 겁니다.

또한 대국민 인지도도 올려야 합니다. 우리의 고객 범위를 넓히자는 겁니다. 고객이라면 정부와 과제 관리 기관, 공동연구를 하는 업체, 함께 연구하는 대학교수, 기술을 사 가는 기업체 등이 있습니다. 고객들의 반응을 살펴보니 정부와 과제 관리 기관들에서는 저희 어깨에 힘이 너무 들어가 있다고 말합니다. 또 기술을 이전한 업체들에게도 유연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정작 기술을 사업화하는 과정에서 소위 ‘죽음의 계곡’에 다다랐을 때 도움을 주지 않는다는 거죠.

앞으로는 대한민국 국민 전체를 우리의 고객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대국민 서비스 기관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지난 4 월 1일 취임하면서 직원들에게 3가지를 강조했습니다. 우선 사업 구조조정을 하자. 지금까지의 연구과제를 다시 점검해 창의적인 연구를 위한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전환하자. 그리고 연구개발을 제대로 해서 생산성을 높이자. 세 번째가 지역 혁신의 동반자가 되자. 이런 활동을 통해 고객 인지도를 높이자는 겁니다.

ETRI비전 ⓒ ETRI

ETRI 비전 ⓒ ETRI

 

ETRI 경영목표 ⓒ ETRI

ETRI 경영목표 ⓒ ETRI

윤호식 취임 후 조직 운영을 위해 반드시 이것만큼은 개선하겠다는 것이 있으십니까?

김명준 홍수가 나면 잡목들이 떠내려와 거대한 댐을 이룹니다. 그러다가 물이 넘치면 마을이 큰 피해를 봅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목수들이 해결사입니다. 목수는 이렇게 지시합니다. “3번째 교각에 삐죽 나와 있는 저 나무, 5번째 교각에 누워 있는 저 나무를 빼라.” 그렇게 서로 얽힌 잡목들을 풀어주고 물이 다시 흘러가게 만들면 큰 재난을 면하 게 됩니다. ETRI에서 잡목에 해당하는 게 뭘까요? 첫 번째로 소형 과제입니다.

우리 연구원들은 과제로 승부를 봐야 합니다. 프로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승률을 올리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2 년 반은 중소기업 현장에서 근무하고, 이어서 2년 반은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소장으로 일한 후 ETRI에 복귀해보니 과제가 수많은 잡목처럼 파편화돼 있었습니다. 제가 기획본부장으로 재직하던 당시 통계를 살펴보니 과제는 대략 300개, 평균 연구비는 25억 원이었습니다. 10년 후 다시 보니 과제는 약 580개로 늘었는데 연구비 크기는 10억 원으로 절반가량 줄었습니다. 문서 작업은 두 배로 늘었고요. 그래서 중복되고 파편화된 과제를 걷어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임기 내 소형 연구개발과제에서 89%를 중단 시킬 생각입니다.

류준영 인건비 차원에서 따온 과제라면 내부 반발이 만만치 않을 텐데요. 대안이 있으십니까?

김명준 인센티브까지는 못 주겠지만 인건비 문제는 해결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연구 분위기를 저해시키는 소형 과제는 반드시 정리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물론 예외가 있습니다. 정책 표준 과제와 ‘우리 함께 죽음의 계곡을 넘자’고 찾아온 기업 과제들입니다. 그런 것들을 추려보니 정리할 과제가 200개 정도 됐습니다. 이것이 첫 번째 핀 포인트입니다.

앞으로 ETRI는 플래그십 대형과제를 만들어내는 방향으로 갈 겁니다. 예비 타당성 조사가 필요 없는 500억 원 미만 범위에서 3~4개 정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정책 기조가 흔들리지 않으려면 여러 장치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내부 과제 선정 평가 절차’를 만들려고 합니다. ‘연구 개발 전주기 관리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연구 관리 기관에서 하는 것보다 더 엄격하고, 치열하고, 공정한 방법으로 말이죠. 좋은 학술대회에 100편의 논문이 오면 채택률은 30편 정도입니다. 마찬가지로 ETRI도 동료 및 외부 전문가들의 깐깐한 검토를 통해서 괜찮은 과제를 골라내고 이것 으로 승부수를 띄울 겁니다. 이는 두 번째 핀 포인트입니다.

만일 저에게 임기 내에 하나만 남기라고 한다면 후자를 고를 겁니다. 세계적인 연구기관으로 등극하려면 연구원 내부에 치열한 과제 선정 절차가 있어야 합니다.

김문조 원장님께 이야기를 직접 들으니 평소 “4차 산업혁명의 본질은 인공지능 기반의 지능화 혁명”이라고 말씀하신 부분과 연결이 되는 것 같습니다. AI 연구 분야도 굉장히 다양하고 넓은데 그중에서도 어떤 부분에 대한 연구를 구체적으로 수행하실 계획인지 세부 전략이 궁금합니다. 그리고 AI 연구 인력도 확충할 계획이 있으신지요?

김명준 조직개편을 통해 새로이 태어난 ETRI 인공지능연구소는 4차 산업혁명과 지능정보사회 진입에 필요한 초지능 SW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세부적으로는 고성능 컴퓨팅 및 클라우드 기술, 언어·음성·시각지능 기술, 빅데이터 기술 등 기반 기술과 자율주행자동차, 지능형 로봇 및 IDX+(Intelligent Digital Transformation) 기술까지 포함하고 있습니다. 또한 SW 기술의 중장기적 경쟁력 강화를 위해 매니코어 OS, 차세대 지능정보, 블록체인 등 원천기술 연구도 함께 수행 중에 있습니다.

이러한 연구 개발의 성과 중 대표적인 것으로는 분산파일 시스템, 엑소브레인(Exobrain), 지니톡, 지니튜터 등이 있으며, 최근에는 연구 결과 활용을 확산시키기 위해 오픈소스 SW 및 오픈 플랫폼 운영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능정보 오픈 플랫폼을 통해 다양하게 지능화된 응용 설루션 개발을 지원하여 국내 지능정보 생태계 활성화에 기여할 생각입니다.

한편 ETRI에는 현재 인공지능을 전공한 석·박사급 연구원이 450여 명, 인공지능 기반의 연구원이 지능화융합연구소에도 400여 명 규모로 인적 자원이 풍부하다 할 수 있습니다. 이로써 경험이 풍부한 ETRI의 인적 자산이 훌륭한 AI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내부 AI 아카데미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올 하반기를 목표로 내부 직원 1000명에게 AI 교육을 시킬 예정입니다. AI 아카데미 관련 내부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응답자 491명 중 401명이 찬성했습니다. 이후 AI 아카데미 교육이 잘 진행되면 단기·장기코스도 만들고, 온라인 인터넷 교육과 실습 과정도 마련할 겁니다. 다른 연구원에 개방도 하고요. 내부에서 AI 강사를 선발하겠다고 했더니 40명 정도 지원을 했습니다. AI 아카데미를 통해 교육을 받은 젊은 연구자들은 새 연구 분야로 전환이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고경력 관리직 직원은 창업 및 중소기업 지원 쪽으로 전환할 생각입니다.

ETRI 정보통신전시관에서 연구진들이 가상 엑소브레인 퀴즈 대결 기술을 시연하는 모습 ⓒ ETRI

ETRI 정보통신전시관에서 연구진들이 가상 엑소브레인 퀴즈 대결 기술을 시연하는 모습 ⓒ ETRI

ETRI 연구진이 시각지능 기술을 이용해 투기물을 지닌 사람 의 행동을 분석하고 있다  ⓒ ETRI

ETRI 연구진이 시각지능 기술을 이용해 투기물을 지닌 사람의 행동을 분석하고 있다 ⓒ ETRI

류준영 이전에도 인공지능연구원을 정부와 기업이 함께 투자해 만들었지만, 성과가 부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런 사례가 있다 보니 원장님 시도에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김명준 인공지능연구원은 미래창조과학부 시절 만들어졌습니다. 전 정권에서 소프트웨어 중심 사회를 목표로 초·중·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소프트웨어 교육을 의무화하고, 소프트웨어 중심 대학을 만들면서 인공지능연구원도 출범했습니다. 이면에는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이 독점하는 연구계에 민·관 R&D 서비스센터가 도전을 한 겁니다. 출연연이 가진 무거움과 비효율적 생산성을 타파하겠다는 의도도 있었습니다.

이후 삼성전자, LG전자, SK텔레콤, KT, 네이버, 현대자동차, 한화생명 7곳이 30억 원씩 총 210억 원의 자금을 대고 미래부가 1년에 100억씩 5년간 지원키로 했었습니다. 그런데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면서 모든 계획에 차질이 빚어졌습니다. 그릇은 만들어 놨는데 정작 그릇을 채우지 못했던 겁니다. 그래서 제가 김영환 인공지능연구원장님께 이런 말씀을 드린 적도 있습니다. 정부의 계획대로 진행이 되지 않으니 주식회사로 가면 되지 않겠습니까. 주주가  7명(7개 기업) 있으니 주주가 원하는 일을 해주면 됩니다. 그러면 다음 단계로 진전이 있을 거라고 말이죠.

윤호식 인공지능연구소 신설을 비롯해 통신미디어연구소, 지능화융합연구소, ICT창의연구소 등도 새롭게 출범했습니다.

김명준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누구도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저희도 척후병을 보내 다양한 길을 탐색해보는 중입니다. 앞으로의 과제는 ETRI에서도 세계적 연구 집단이 나오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우리 연구원의 브랜드도 올라갈 겁니다.

윤호식 지난달 ‘과학과기술’에서도 일본 정부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수출규제 및 화이트리스트 제외 결정에 대한 특집을 다룬 바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미래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R&D를 수행하고 기술력을 축적해 오고 있는 25개 출연연의 역할이 다시금 중요한 시기인 것 같습니다.

김명준 일본의 소재 수출규제 및 화이트리스트 배제가 국가 산업, 특히 반도체 디스플레이 산업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소재 강국들은 언제든지 소재를 전략 무기화할 수 있음에 따라, 대일 무역 역조 해소 등 대외의존도를 낮추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외형적 성장에도 불구, 핵심 원천기술 부족, 수출 소수 품목 집중 등 구조적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부품 소재 수출이 크게 증가했으나 수출이 소수 품목에 집중되고 핵심 부품 소재의 대외 의존도가 심화되는 추세이고 국산화율이 낮은 채로 수출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점의 원인으로 과거 산업 발전 과정에서 대기업 중심, 조립가공 위주 산업, 해외 기술 도입 등 압축성장 전략으로 인해 부품 소재 산업 육성에 소홀했음을 들 수 있습니다. 신산업 및 미래기술 주도의 기술 개발 분야에도 전 산업계가 핵심 부품 소재를 수입에 의존했던 게 사실입니다. 이로 인해 기술력이 부족하고 신뢰성이 낮은 중저가 부품 소재가 양산되는 구조가 고착돼 왔습니다.

소재는 10년 이상의 장기적인 연구개발 기간이 필연적으로 소요됩니다. 소재 강국들은 지속적 시장 지배와 미래 신산업 대비, 소재 연구개발에 장기 집중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ETRI는 수십 년간 축적된 출연연의 나노 소재 기술을 바탕으로 2015년, 디지털 엑스선 소스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바 있습니다. 전계방출을 실시간으로 조절 가능한 디지털 엑스선 소스를 세계 최초로 유일하게 개발해 상용화까지 성공했습니다.

이로써 불필요한 방사선 발생을 막고 영상 품질을 획기적으로 향상시켰습니다. 기술이전 기업 바텍 (Vatech)은 휴대용 치과 영상용 소형 엑스선 소스의 상용화에 성공해 2016년부터 국내외 시장에 상용 제품을 출시 중에 있는데 대표적인 핵심 소재 개발로 인한 사례라 할 수 있겠습니다. ETRI는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대일 의존도가 높은 반도체·디스플레이용 첨단 소재의 국산화를 이루고자 합니다. 또한 핵심 소재의 원천 기술 확보를 통해 무역수지 적자를 개선하고 중소기업을 지원하면서 관련 산업의 경쟁력을 증진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ETRI 연구진이 개발한 자율주행차 프로세서(알데바란) 칩(사진 가운데 AB5) ⓒ ETRI

ETRI 연구진이 개발한 자율주행차 프로세서(알데바란) 칩(사진 가운데 AB5) ⓒ ETRI

김문조 바쁘신 일정에 과학기술회관에 찾아주셔서 고맙습니다. 임기 동안 다양한 시도와 변화를 통해 제2의 새로운 도약이 펼쳐지기를 기대하겠습니다.

김명준 감사합니다. ETRI는 연구 부서별로 날카롭고 길이 잘든 검들을 보유하고 있습니다만, 지금은 이런 검들을 녹인 토르의 망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ETRI가 가질 토르의 망치는 바로 인공지능이며 ETRI는 인공지능의 구현을 위한 슈퍼컴퓨터와 네트워크 기술을 모두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5월 초, 제가 직접 직원들 앞에서 앞으로 어떻게 ETRI를 이렇게 운영했으면 좋겠다는 내용의 ‘업그레이드 ETRI’ 발제를 1시간 동안 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가지고 정부 부처, 기업들을 찾아가 설명했는데 함께 일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반응을 얻어냈습니다. 앞으로도 지속적인 내부 직원 설득을 통해 비전과 방향을 공유하며 전진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이 글은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에서 발간하는 ‘과학과기술’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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