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SW 교육, 공간이 바뀌면 교육도 바뀐다?

창의융합형 정보교육실 구축학교 수업에도 변화 있어…

“주택거래 데이터와 인공지능을 활용한 아파트 실거래가 예측하기”

전면 스크린에 띄워진 오늘의 주제를 보고 아파트 실거래가, 주택 시장 동향에 관련된 데이터를 수집하기 시작한다. 수집한 데이터를 거시·미시 데이터로 분류하고, 데이터 마이닝을 통해 아파트 실거래가 예측한다. 이것으로 오늘의 활동은 끝.

이 과정을 수행한 사람은 부동산 전문가, 빅데이터 전문가, 정책 연구자가 아니다. 강원대학교사범대학 부설고등학교에서 운영하는 AI와 프로그래밍, 지역정책연구 동아리 학생들이다.

문제를 인식하고 가설을 설정한 후 데이터 수집·입력·전처리 과정을 거치는 모델을 만들어 가는 고등학생들은 흥미로워하면서도 제법 진지하게 과정들을 진행한다. 도중에 데이터 분류와 처리, 프로그램 오류가 발생하면 학생들끼리 해결하기도 하고, 교사와 의논하기도 한다. 두 시간도 채 안 되는 짧은 동아리 활동 시간에 예측 모델을 완성했고, 이를 활용한 보고서 작성은 차주의 활동 목표로 안내하면 오늘의 수업은 끝이다.

디지털 인재 양성을 위한 AI·SW 교육이 강조되는 최근의 학교 현장의 모습이다.

강원대학교사범대학 부설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동아리 활동을 하는 모습. ⓒ사이언스타임즈 김현정

 

창의융합형 정보교육실에서 미래 인재 육성

코로나19는 교육현장의 많은 것들을 바꾸어 놓았다. 사실 우리나라의 공교육은 보안 관련 이슈에 민감해 인터넷망을 활용하는 이러닝 형태에는 다소 보수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 보니 이러닝과 에듀테크의 공교육 진입장벽은 높고, 사교육 시장을 중심으로 관련 산업이 확장되는 불균형이 발생했다. 그리고 AI·SW 교육과 컴퓨팅 사고력 향상에 필수적인 실습 환경이 미비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비대면 수업이 불가피했던 약 2년여 동안 교육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변화가 시작됐고, 그 결과 학교와 학급의 물리적 모습과 수업 방법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교내 정보화 기기 인프라 구축을 앞당겼고, 학생 1인 1다바이스를 구비했으며, 미래의 학교 모습이 차차 구체적 실체로 다가왔다. 어쩌면 본지가 현장 취재를 다녀온 ‘창의융합형 정보교육실’ 구축학교들은 우리가 생각한 미래형 교실, 미래형 수업의 모델이라 할 수 있겠다.

전국의 국립 초중고부설교 16개 교는 지난 2020년부터(순차적 선정) 교육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의 지원을 받아 미래형 창의융합형 정보교육 공간을 구축해가고 있다. 이들 학교들은 사용자 중심의 설계를 통해 공간을 혁신하고 AI·SW 교육을 위한 네트워크 및 인프라를 갖추어 놓았다. 공간 기획 아이디어가 일반 교실과는 다르게 접근하다 보니 교내 특별실 개념을 넘어선 특별하고 이색적인 공간이 마련됐고, 그곳에서 진행되는 수업도 교과서를 넘어선 다양한 시도가 가능하다.

윤병철 대구교대대구부설초 교사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학생들이 엎드려서 공부하고, 누워서 책보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학교의 정보교육실은 계단형 단을 쌓은 좌식 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실제 수업에서는 노트북도 책상에 고정하지 않아 자유로운 소통과 활동이 가능했고, 머리를 모아 의논하는 학생들의 모습은 꽤 진지하고 흥미로워 보였다. 윤 교사는 “어른들의 우려보다 학생들이 더 협조적이고, 이 공간에서 하는 수업을 좋아한다”면서 앞으로의 학교 수업이 이런 방식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본지가 현장을 다녀 본 결과 이제 막 신규구축을 시작한 학교부터 2~3년 차 계속 운영을 해 온 학교들까지 교실의 모습은 다양했다. 하지만 교육의 방향은 같았다. 미래형 창의인재 육성을 위한 AI·SW 교육과 디지털 리터러시는 우리 사회가 당면한 과제라는 것이다.

대구교육대학교대구부설초등학교 창의정보교육실 수업 모습. ⓒSW중심사회 자료집

 

AI·SW 교육, 선택이 아닌 필수

4차산업혁명 시대가 오면서 AI·SW는 국가 산업 경쟁력을 주도하는 주요 기술로 부상했다. 현재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한 유니콘 기업들은 SW와 AI 기술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으며, 주요 국가들도 정부 정책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대비하고 있다.

국내 상황도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도 AI·SW가 기존 산업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며 이를 통해 창출되는 막대한 부가가치를 인식하고 있다. 다만 국내 기업 및 산업 현장에서는 디지털 혁신을 선도할 수 있는 인재와 AI·SW 역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현실이다. 따라서 정부는 언제 어디서나 AI·SW 맞춤형 학습이 가능한 교육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여러 정책을 추진 중이다. 물론 지금 바로 산업계 현장에서 요구하는 실무 고급역량은 직무 재교육 및 심화 교육으로 수용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요구되는 미래사회의 디지털 소양을 갖추기 위한 AI·SW 기초교육 강화 및 미래인재 육성은 교육 현장이 담당한다.

초·중등학교는 2020년부터 창의·융합형 역량을 지닌 미래인재 양성을 위해 AI·SW 학교교육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학교급별 수준에 따라 내용과 범위는 차이가 있지만, 관련 교과의 확대·신설 등 체계적으로 교육과정을 강화하는 목표 방향은 같다.

특히 ‘AI·SW 융합교육 활성화’에 거는 기대가 높다. 국어, 과학, 사회 등 타교과 수업에 AI·SW를 활용한 실습과제를 포함해 컴퓨팅 사고력를 기르는 문제해결형 수업 형태다. 앞서 소개한 수업을 비롯해 본지가 현장 취재한 다수의 학교들이 AI·SW 연계 수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를 위한 다각적인 준비를 하고 있다.

물론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교과 간 경계가 높은 고등학교 수업은 연계 수업에 어려움이 있고, 현행 입시 제도와 수업의 괴리를 걱정하기도 한다. 하지만 교사들은 현장에서 프로젝트 기반 수업, 동아리 활동 및 교사들의 교과연구 등을 통해 교과과정에서 어려운 수업 형태의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교육의 효과가 단기간에 나타나지는 않지만, 학교 현장의 이러한 노력이 결국 미래사회를 이끌어갈 인재를 육성하게 될 거라는 희망을 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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