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ADHD에 숨은 창의력의 비밀

[사이언스타임즈 라운지] 기존 지식에서 벗어나 개념 확장성 뛰어나

올림픽에서만 금메달 23개를 딴 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의 어릴 적 별명은 ‘펠피시(Phelfish)’였다. 수영을 물고기처럼 잘 한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이다. 그런데 이 별명엔 ‘이기적인(selfish)’이라는 또 다른 의미도 숨어 있었다. ADHD를 앓는 그의 독특한 행동이 어린 친구들에겐 이기적인 모습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주의력 결핍 및 과잉 행동 장애를 뜻하는 ADHD는 학교에서도 부정적인 평가를 받기 쉽다. 부주의하여 실수가 잦고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ADHD는 학업 성취도, 고용 실적, 사회적 관계 등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ADHD를 가진 이들에겐 장점도 있다. 보통 사람들보다 에너지가 훨씬 많다는 점을 먼저 꼽을 수 있다. 펠프스는 그 같은 에너지를 수영으로 연결한 경우라고 볼 수 있다.

어떤 사물이나 상황에 대해 완전히 다른 관점으로 접근하는 ADHD 환자들은 일반인에 비해 창의력이 더 뛰어나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 Public Domain

어떤 사물이나 상황에 대해 완전히 다른 관점으로 접근하는 ADHD 환자들은 일반인에 비해 창의력이 더 뛰어나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 Public Domain

ADHD는 주의가 산만한 것이 특징이지만 이따금 특정 일에 대해 지나칠 정도로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일이 끝날 때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는데, 자신에게 특정 일이 주어졌을 때 이 같은 특성은 장점이 될 수 있다.

ADHD의 또 하나 장점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바로 창의성이다. ADHD 환자는 어떤 사물이나 상황에 대해 완전히 다른 관점으로 접근한다.

보통 창의적인 생각은 기존 지식의 제약에서 벗어나는 것, 개념의 확장, 그리고 다양한 사고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특히 기존 지식은 창의성을 방해하는 요소다. 예를 들면 지구가 아닌 외계의 다른 행성에 존재할 수 있는 동물이나 과일을 상상하고 그려보는 사례를 들어보자.

이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구에 이미 살고 있는 전형적인 동물이나 과일을 외계인 버전으로 약간 수정해서 상상하고 그려내곤 한다. 지구에서 살고 있는 동물이나 과일이 기존 지식으로 작용해 창의성에 한계를 지운 탓이다.

외계 과일에 무생물적 요소 포함시켜

개념의 확장은 개념의 경계를 느슨하게 하는 능력이다. 예를 들면 종이 클립은 종이를 고정할 때 쓰는 도구다. 그런데 개념의 확장에 능숙한 이들은 그 경계를 넘어서 종이 클립을 스마트폰의 유심칩 칸을 여는 도구처럼 다른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다양한 사고는 한 가지 출발점에서 많은 아이디어를 생각해내는 능력으로서 창의적 사고의 중요한 요소다. 이전 연구에서 ADHD 환자들은 다양한 사고에 유난히 능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런데 최근의 새로운 연구에서 ADHD를 가진 대학생들은 기존 지식의 제약에서 벗어나는 능력과 개념적 확장의 두 가지 능력도 ADHD가 아닌 대학생들보다 뛰어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창의적 인식에 대해 관심이 많은 미국 미시간대학의 심리학자 홀리 화이트 박사는 ADHD가 있는 대학생과 없는 대학생을 대상으로 광고대행사에서 일한다는 가정 하에 진통제 등에 대한 신제품의 이름을 네이밍하는 작업을 시켰다. 이때 실험참가자들에게는 ‘타이레놀’이나 ‘파나돌’ 등 ‘올’로 끝나는 진통제명의 기존 지식이 제시됐다.

그 결과 ADHD가 없는 학생들은 기존 진통제명과 비슷한 이름을 네이밍 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ADHD가 있는 학생들의 경우 예시로 제시된 기존 진통제명에 대한 제약을 거의 받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연구진은 두 그룹의 대학생들에게 지구와 매우 다른 행성에 존재할 수 있는 과일을 그려보고 설명하는 실험을 했다. 개념의 확장을 알아보기 위한 이 실험의 조건은 지구에 존재하는 어떤 과일도 모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이 실험 결과 역시 마찬가지였다. ADHD가 있는 학생들은 없는 학생들에 비해 지구 과일의 전형적인 특징을 덜 포함시킨 과일을 상상해낸 것. 예를 들면 안테나, 망치 등과 같이 과일의 특성과는 거리가 먼 무생물적인 요소를 포함하는 경향이 높았다. 즉, 과일 범주의 전통적인 경계를 벗어남으로써 더 높은 개념적 확장을 보여준 것이다.

난독증을 앓은 괴짜 CEO 리처드 브랜슨

영화 ‘레인맨’의 실제 모델인 미국의 기억력 천재 킴 피크는 1만2000여 권의 책과 모든 고장의 지도를 암기한다. 또 그는 컴퓨터로 50여 초 걸리는 계산을 단 6초 만에 해낸다.

영국의 스티븐 월트셔라는 화가는 헬리콥터를 타고 20여 분간 둘러본 뉴욕 전경을 빌딩과 도로 배치는 물론 유리창의 수, 달리는 자동차까지 그대로 그려냈다. 뉴욕뿐 아니라 로마, 도쿄, 홍콩 등의 전경도 모두 한 번 본 후 기억력만으로 사진 같은 그림으로 담아냈다.

그런데 킴 피크는 예전에 뇌 손상을 당한 적이 있으며, 스티븐 월트셔는 3살 때 자폐증 진단을 받은 이다.

영국 버진그룹의 창업자 리처드 브랜슨이 다녔던 학교 교장은 그에게 백만장자가 되거나 감옥에 가게 될 아이라고 했다. 글을 잘 읽지 못하는 난독증이 있어 시험 때마다 낙제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훌륭한 기업인이 되었고, 자신이 버진그룹을 키울 수 있었던 건 난독증 덕분이라고 말한다.

미국 최고의 부동산 중개회사인 코코란그룹의 회장 바버라 코코란도 난독증을 갖고 있다. 그런데 그녀 역시 난독증이 자신을 더 창조적이며 경쟁력 있는 인물로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아인슈타인과 에디슨, 레오나르도 다빈치 등의 천재들도 뇌의 양쪽 반구의 불균형이 원인으로 알려져 있는 난독증을 앓았다.

현대에서 ADHD는 아동에게 가장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정신 장애 중 하나다. 그런데 이런 장애가 삶의 다양한 측면에서 나쁜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이를 활용해 창조적인 삶을 영위하는 이들도 있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홀리 화이트 박사는 ADHD가 있는 이들은 구태의연함에 의존하지 않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거나 개발할 필요가 있는 분야에서 최고의 인재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많은 일과 직업들이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미래에는 이처럼 다양한 인재들의 활약이 더욱 빛을 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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