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해 전 미국 사막연구소(DRI)와 영국 남극조사국 연구팀은 남극 제임스 로스 섬에서 채굴한 얼음 코어(빙핵, ice core) 표본을 분석하면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불완전 연소 때 발생하는 그을음인 블랙 카본(black carbon) 수치가 1300년경부터 크게 증가해 오늘날까지 이어져 오고 있었다.
바이오매스를 태우는 산불이나 자동차 주행 시 나오는 매연과 같은 블랙 카본은 흡광성 입자로서, 대기 중으로 배출돼 지구 온난화 현상을 일으키는 오염 물질이다.
사막연구소 조 맥코넬(Joe McConnell) 및 네이선 첼만(Nathan Chellman) 박사, 영국 남극조사국 로버트 멀베이니(Robert Mulvaney) 박사를 비롯한 미국과 영국, 오스트리아, 노르웨이, 독일, 호주, 아르헨티나 국제협동연구팀은 남극 얼음 속에서 발견된 블랙 카본이 왜 증가하게 됐는지를 밝히는 작업에 착수했다.
뉴질랜드에 도착한 마오리인들이 700년 전 화전을 일구기 위해 숲을 불태우면서 나온 그을음이 남빙양과 남극 대륙에까지 도달했다는 연구가 나왔다. 사진은 미국 조지아주 스테이츠보로에서 봄 경작을 준비하기 위해 밭을 태우는 장면. © WikiCommons/ Richard Chambers
연구팀은 과학저널 ‘네이처’(Nature) 6일 자에 발표한 논문에서 블랙 카본이 나온 예상 밖의 출처를 제시했다. 옛 마오리족들이 경작지를 만들기 위해 숲을 불태우는 화전(land-burning) 관행이 주범이었다.
이 화전 관행은 남반구의 상당 부분에서 대기에 영향을 미치는 규모로 행해졌고, 지난 2000년 동안 이 지역에서 산업화 이전에 배출된 오염 양을 크게 웃도는 규모였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를 기획하고 이끈 맥코넬 DRI 수문학 연구 교수는 “역사상 이 시기의 인간들이 토지 개간 활동을 통해 대기 중 블랙 카본양에 이처럼 중대한 변화를 일으켰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수백 년 전으로 돌아가면 산업화 이전의 청정한 세상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인간들이 적어도 최근의 700년 동안 남빙양과 남극반도의 환경에 영향을 미쳐왔다는 사실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연구에 사용된 빙핵은 동남극 대륙에서 네 개를 시추했다. 사진은 노르웨이-미국 국제 극지의 해 남극 과학 탐사 횡단 프로젝트 장비. © Stein Tronstad
블랙 카본의 출처를 찾아서
연구팀은 블랙 카본의 출처를 밝히기 위해 DRI의 연속 빙핵 분석 시스템을 사용해 제임스 로스 섬과 남극 대륙에서 채굴한 여섯 개의 빙핵 배열을 분석했다. 얼음 속의 블랙 카본 분석 방법은 2007년 맥코넬 교수 연구실에서 처음 개발됐다.
제임스 로스 섬의 얼음 코어는 1300년경부터 블랙 카본이 눈에 띄게 증가하기 시작해 700년 동안 세 배로 늘어났고, 16~17세기에 정점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같은 기간 남극 대륙에서의 블랙 카본 수준은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이번 발견을 뒷받침하는 남반구 주변 블랙 카본의 이동과 퇴적에 관한 대기 모델 시뮬레이션을 주도한 비엔나대 안드레아스 슈톨(Andreas Stohl) 박사는 “우리 모델과, 얼음에서 나타나는 남극의 퇴적 패턴으로 볼 때, 파타고니아와 태즈마니아, 뉴질랜드가 약 1300년부터 시작된 블랙 카본 배출 증가의 가장 가능성 높은 출처임이 명백하다”고 밝혔다.
남극 대륙의 드로닝 모드 랜드와 남극 반도 북쪽 끝에 있는 제임스 로스 섬의 얼음 코어에서 측정된 지난 2000년 동안의 블랙 카본 퇴적량. 왼쪽 상단 그림은 뉴질랜드와 남극 대륙의 빙핵 시추 위치. © DRI
이 세 지역에서의 불과 관련된 옛 기록을 참조한 뒤 연구팀은 가장 가능성이 높은 한 곳을 짚어냈다. 바로 뉴질랜드였다. 뉴질랜드에서 숯 기록을 조사한 결과 1300년경부터 화재 활동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시기는 마오리족들이 뉴질랜드에 도착해 터전을 일구고, 산림지역의 상당 부분을 불태워 경작지로 만들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시기와 일치했다.
뉴질랜드가 상대적으로 작은 땅이고, 거리가 7,200km 이상 떨어진 제임스 로스 섬의 빙핵 지점까지 연기가 도달했을 것이라는 점은 놀라운 결론이다.
첼만 DRI 박사후연구원은 “아마존이나 남아프리카, 호주 같은 곳에서의 자연 발화로 인한 산불과 비교할 때 뉴질랜드 마오리족의 화전 경작을 위한 발화가 그리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남빙양과 남극반도에는 실제로 영향을 미쳤다”고 강조했다.
그는 “빙핵 기록을 활용해 남빙양 전체에 미친 대기 화학에 대한 화전의 영향을 보여주고, 이것이 700년 전 마오리족의 뉴질랜드 도착과 정착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은 실제로 놀라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영국 남극조사국이 2008년에 시추한 제임스 로스 섬 빙핵은 지난 2000년 동안 남극반도 북부에서의 그을음 퇴적에 대한 전례 없는 기록을 제공했다. 채굴한 빙핵을 점검하는 로버트 멀베이니 박사. © Jack Triest
이번 연구가 미치는 영향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첫째로, 지구의 대기와 기후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보고 있다. 현대 기후 모델은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 과거 기후에 대한 정확한 정보, 특히 지구의 복사 균형과 관련된 빛 흡수 블랙 카본의 배출과 농도 정보에 의존한다.
이 연구는 인간과 관련된 화재나 연소로 인한 배출이 이전에 상상했던 것보다 지구 대기와 기후에 훨씬 더 일찍 더 큰 규모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새로운 증거를 제시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 바이오매스 연소로 인한 재에는 철분 같은 미량 원소가 풍부해, 수 세기 동안 영양이 제한적인 남빙양 식물성 플랑크톤에 대해 성장을 촉진할 수 있는 도움을 주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과학저널 ‘네이처’ 지 6일 자에 발표된 논문. © Springer Nature / Nature
세 번째로는 미오리족이 지구 상에서 마지막으로 인간이 거주할 수 있는 곳 중 하나인 뉴질랜드에 도착한 좀 더 구체적인 시기를 확인해 준다는 점이다. 빙핵 기록에 의해 대규모 화전이 나타난 시기는 1297년 전후 30년으로 확인됐다.
맥코넬 교수는 “이번 연구와 함께, 2000년 전 고대 로마 시대 때 북극에서 납 오염이 있었다는 우리의 이전 연구에서 알 수 있듯이, 빙핵 기록은 과거 환경에 대한 인간의 영향을 파악하는데 매우 가치가 있다”고 말하고, “지구에서 가장 외딴곳도 산업화 이전 시대에 반드시 청정하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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