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기지국이 코로나19를 확산시킨다?

안전 포럼서 전자파 유해성에 대한 팩트체크

코로나19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올해 초, 5세대 이동 통신인 5G 관련 기지국이 코로나19를 확산시키고 있다는 음모론이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적이 있다.

음모론은 그럴듯한 논리를 가지고 확대 재생산됐다. 음모론을 주장하는 이들은 코로나19의 발원지로 알려진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 5G 기지국이 건설되면서 바이러스가 퍼지기 시작했다는 점을 증거로 내세웠다.

공교롭게도 5G 기지국이 많이 보급되어 있던 중국과 우리나라에서 코로나19가 대규모로 발생하자 이 같은 주장은 더욱 힘을 얻었다. 음모론자들은 5G 기지국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사람들의 면역체계를 약화시켜 바이러스가 더욱 확산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는 주장이 일파만파 퍼지며 한동안 전 세계는 5G로 인한 혼란을 겪기도 했다.

과학적 사실만을 가지고 전자파를 설명하는 행사가 마련됐다 ⓒ 유튜브 영상 캡처

이처럼 다소 황당하지만 과학적 지식이 부족한 사람들에게는 심리적 동요를 일으킬 수 있는 5G 음모론에 대해 과학적 사실만을 가지고 전자파를 설명하는 행사인 ‘2020 전자파 안전포럼’이 개최되어 주목을 끌었다.

‘5G 전자파 팩트체크’라는 주제로 국립전파연구원이 주관한 이번 포럼은 유해성 여부로 많은 논란을 낳고 있는 전자파에 대해 정확한 지식을 전달하여 이해와 소통의 장을 제공하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전파에 대한 비과학적 지식이 기지국 파괴로 이어져

‘혼돈 속의 5G’라는 주제로 행사의 발제를 맡은 최형도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산업이 발전하면서 전파 이용이 급증하고 있지만, 전자파 발생 등 전파 이용 급증에 따른 역기능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최 박사의 설명에 의하면 전파의 역기능은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 생성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자파가 인체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과학적 증거가 부족하다 보니 불안감이 막연하게 증가하고, 인체 보호 기준을 강화할 것을 촉구하는 목소리 등이 커진다는 것이다.

이 같은 막연한 불안감은 국내 전파 기지국과 관련하여 민원 건수가 급증하고 있는 현상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이동통신 기지국에 대한 철거 및 이전 요구는 기본이고, 전자파 강도를 수시로 측정해 달라고 요청하는 무리한 요구가 급속하게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잘못된 지식으로 이루어진 5G 음모론이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확산되고 있다 ⓒ 전파연구원

해외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미국의 경우 주거지역에 5G 기지국 설치를 금지하는 긴급 조례를 발효시키거나 주택 근처에 설치 가능하도록 해주는 지역 재정비 안을 중단시키는 등, 5G 기지국이 혐오의 대상이 되고 있다. 유럽도 시민들의 온라인 청원을 통해 5G 기지국 건설이나 안테나 설치 등을 연기해 달라는 요청이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특히 일부 국가에서는 5G 음모론이 기지국 방화사건으로까지 이어지는 등, 통제불능의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에 세계보건기구(WHO)는 ‘바이러스의 경우 무선 전파나 네트워크를 타고 이동할 수 없기 때문에 5G 시스템으로는 코로나19를 전파할 수 없다’는 다소 황당한 입장문을 내놓기도 했다.

인체 보호 기준 강화하면 초고주파 전파도 문제없어

그렇다면 전자파는 유해할까? 아니면 무해할까? 현재까지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전자파는 인체에 무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상에서 접하는 전자파의 세기가 워낙 미미한 수준이어서 아주 오랜 시간 동안 노출되지 않는다면 인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 학계의 공식 입장이다.

과거 WHO 산하의 연구기관이었던 국제암연구소(IARC)는 전자파의 암 발생 등급을 2B로 분류한 바 있다. 2B는 사람에게 발암 증거가 제한적이고 동물실험에서도 근거가 충분하지 않을 때 부여되는 등급이다.

2B군에는 휴대폰 전자파뿐만 아니라 커피, 절인 채소가 포함된다. 휴대폰 전파의 암 발생 위험도가 술과 담배, 그리고 자외선보다는 낮고 김치나 피클과 같은 수준이라고 소개한 점을 고려할 때 위험도는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결론에는 한 가지 조건이 있다. 인체에 대한 보호 기준을 만족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립전파연구원도 인체 보호 기준을 벗어난 강한 세기의 전자파는 인체에 유해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인체 보호 기준을 설명할 때 등장하는 사례로 5G의 주파수 대역인 3.5기가 헤르츠(㎓)가 자주 언급된다. 3.5㎓는 기존 LTE의 최대 주파수인 2.6㎓와 별다른 차이가 없다. 따라서 전자파 인체 노출량에 대한 측정 방법도 5G와 LTE는 같다.

5G 시장이 커질수록 전자파에 대한 우려와 기대가 증가하고 있다 ⓒ ETRI

반면에 상용화를 준비 중인 28㎓의 경우는 5G라 하더라도 초고주파 대역인 만큼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없다고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해당 주파수 대역은 아직 규명이 덜된 미지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3.5㎓와 28㎓ 대역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하는 방식이 다르다. 28㎓ 주파수 대역의 전파는 인체 내부를 투과하지 못한다. 주파수가 높아질수록 인체 등 장애물에 의한 손실이 크며, 또한 인체 내부로 침투되는 에너지가 작고 대부분 피부층에서 흡수되거나 반사되는 특성을 보인다.

이 같은 이유로 전문가들은 전자파가 안전성을 담보하려면 인체에 대한 보호 기준을 만족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최 박사도 “28㎓ 전자파는 피부나 안구 등에서 흡수나 반사가 일어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우려하는 뇌암과 같은 인체 깊숙한 조직에서 발생하는 질환과는 다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지국 전자파의 인체노출 수준이 인체 보호 기준에 미치는지를 지속적이고도 명확하게 규명해 나간다면 전자파에 대한 두려움도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당부하며 발표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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