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 4,000년 전 살았던 네안데르탈인 가족의 모습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 스반테 페보 獨 막스플랑크연구소 박사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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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만 4,000여 년 전 시베리아 남부에 살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네안데르탈인 부녀의 상상도. ⓒ Tom Bjorklund

아버지와 10대 딸, 사촌 형제 등으로 구성된 네안데르탈인 가족의 모습이 최초로 공개됐다.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 연구진은 러시아 남부 시베리아 지역 동굴에서 약 5만 4,000년 전 살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네안데르탈인 13명의 화석을 분석하고, 이들이 가까운 친인척과 함께 공동체로 생활했다고 추정한 결과를 20일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발표했다.

이 연구에는 올해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인 스반테 페보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 박사가 교신저자로 참여했다. (관련 기사 보러 가기 – “[2022 노벨상] 노벨 생리학·의학상, 스반테 페보의 인간 진화 연구”)

 

네안데르탈인의 ‘가족사진’ 최초 공개

유럽과 시베리아 등에 살던 네안데르탈인은 현생 인류(호모 사피엔스)의 친척 인류다. 20~30만 년 전 유라시아에 퍼져 살았지만, 약 4만 년 전 홀연히 자취를 감췄다. 오늘날 아시아인과 유럽인은 네안데르탈인 유전자를 1~2%가량 갖고 있다. 네안데르탈인이 호모 사피엔스와 공존하는 동안 피를 나눴기 때문이다. 네안데르탈인은 현생 인류처럼 집단생활을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지금까지 18명의 네안데르탈인 화석이 발견됐지만, 가족의 구조 등 집단생활의 증거를 제시한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진은 남부 시베리아 지역의 동굴 두 곳에서 네안데르탈인 13명의 화석과 이들이 사용한 석기 도구, 동물의 뼈 등을 발견했다. 이중 8명은 성인, 5명은 어린이 혹은 청소년이었다. 이중 한 남성 네안데르탈인의 척추뼈와 10대 여성 치아의 유전자는 42~54% 일치했다. 부녀 관계라는 의미다. 또한 연구진은 이 남성의 사촌 형제일 것으로 추정되는 남성 네안데르탈인 2명과 어린 소년과 할머니 혹은 이모로 추정되는 2촌 친척 한 쌍을 발견했다.

▲ 연구진은 남부 시베리아의 차기르스카야 동굴과 오클라드니코프 동굴에서 각각 11명(차기르스카야 네안데르탈인 A~L)과 2명(오클라드니코프 네안데르탈인 A~B)의 네안데르탈인 화석을 발견했다. 유전자 분석을 통해 차기르스카야 네안데르탈인D는 차기르스카야 네안데르탈인H와 부녀 관계이며 E, C와는 사촌 관계임이 밝혀졌다. 한편, 차기르스카야 네안데르탈인 A와 L은 할머니-손자와 같은 2촌 관계일 것으로 추정했다. ⓒ Nature

이어 연구진은 네안데르탈인 가족의 가계도를 정확히 그려내기 위해 추가 연구를 수행했다. 아버지에서 아들로 유전되는 Y염색체와 어머니로부터 유전되는 미토콘드리아의 유전적 다양성을 비교 분석했다. Y염색체는 서로 비슷했으나, 미토콘드리아 유전자는 매우 다양했다. 네안데르탈인 남성은 출생한 집단에서 계속 머무르고, 여성이 다른 지역에서 남편이 있는 곳으로 이주해 와서 살았다는 것을 시사한다. 공동 교신저자인 벤자민 피터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 박사는 “네안데르탈인은 오늘날 인간과 유사한 부계 사회 제도를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들이 서식했던 동굴에서 수십㎞ 떨어진 지역에서도 동일한 석기 유물이 발견됐다. 네안데르탈인 가족이 동굴에서부터 이어진 계곡을 따라 이동하며 말, 들소 등 동물을 사냥하며 지낸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진은 동굴 붕괴 등 재난 징후가 없는 것을 토대로 네안데르탈인이 장기간 사냥을 하지 못해 굶어 죽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 시베리아 차기르스카야 동굴에서 발견된 네안데르탈인 치아 화석들. ⓒ Nature

 

네안데르탈인, 기후변화에 적응 실패하며 멸종

호모 사피엔스는 네안데르탈인보다 늦게 유라시아에 왔다. 하지만 홀로 살아남아 현생 인류로 진화했다. 네안데르탈인 멸종 이유를 두고 기후 변화, 현생 인류로의 흡수, 현생 인류와의 경쟁 패배 등 다양한 가설이 존재한다.

기초과학연구원(IBS) 기후물리 연구단은 호모 사피엔스가 기후 변화에 더 잘 적응했기 때문에 고대 인류 중 유일하게 살아남았다는 연구결과를 지난 4월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슈퍼컴퓨터를 활용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인류의 조상인 호미닌 종이 살았던 지난 200만 년의 기온‧강수량 등 방대한 기후 자료를 만들고, 이 자료를 인류 화석 등 고고학적 표본에 대입했다. 기후 변화가 인류 진화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서다.

200~100만 년 전 초기 인류는 안정적 기후 조건을 가진 아프리카 지역에서 서식했다. 기후가 안정적이면 얻을 수 있는 식량 자원도 일정하니 서식지를 이동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100~80만 년 전 빙하기가 더 춥고 오래 지속되는 기후변화로 인해 인류의 조상인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하이델베르그인)는 새로운 식량을 찾아 유럽과 동아시아 지역까지 이동했다.

후에 하이델베르그인은 네안데르탈인과 호모 사피엔스로 분화했다. 네안데르탈인은 특정 서식지에서만 살았지만, 호모 사피엔스는 더 건조한 지역까지 이주했다. 결국, 기후변화에 잘 적응한 호모 사피엔스만 진화에 성공한 것이다.

▲ 호미닌 종족별 생존 시기 및 서식지. 인류의 조상인 하이델베르그인의 서식지(붉은색)와 하이델베르그인에서 분화된 호모 사피엔스(보라색), 네안데르탈인(파란색)의 서식지. ⓒ 기초과학연구원(IBS)

연구를 이끈 악셀 팀머만 IBS 기후물리 연구단장은 “기후가 우리 호모 종의 진화에 근본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을 증명한 연구”라며 “현재 인류가 지금의 우리일 수 있었던 것은 인류가 과거 기후의 변화에 수천 년 이상 적응해 왔기 때문이다”라고 연구 의미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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