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프린터로 뼈‧두개골 수술 성공률 높여

[세계 산업계 동향] 세계 신산업 창조 현장 (172)

지난 2002년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의대 성형외과에서 100시간 가까이 걸리는 샴쌍둥이 분리수술을 22시간 만에 성공적으로 마친 사례가 있다.

일등 공신은 바로 3D 프린터였다.집도의였던 헨리 가와모토 교수는 샴쌍둥이가 붙어 있는 부분을 자기공명영상(MRI)으로 촬영한 다음 3차원으로 인쇄를 시도했다. 인쇄물에는 두 아기의 내장과 뼈가 마치 진짜처럼 세세히 나타나 있었다.

그는 내장과 뼈가 다치지 않도록 인쇄물을 자르는 예행연습을 했다. 수술 집도 후 교수는 이 연습 덕분에 당황하지 않고 실제수술을 진행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리고 12년이 지난 지금 3D 프린터는 의료 현장에서 없어서는 알 될 필수 도구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완벽한 맞춤형 보형물 제작 가능해

의료계에 따르면 국내 의료 현장에서 3D 프린터 사용은 이미 보편적인 일이 됐다. 지난 4월 서울성모병원 심뇌혈관센터(흉부외과) 송현‧강준규 교수팀은 3D 프린터로 출력한 동맥 모형으로 수술계획을 세운 다음 60대 남성 환자의 수술을 완벽하게 성공시켰다.

3D 프린터를 사용해 사람의 뼈와 두개골, 장기 등을 만드는 일이 최근 의료계에서 일상적인 일이 되고 있다.  사진은 3D 프린터로 만든 보형물을 착용하고 있는 아기.   ⓒhttp://www.stratasys.com/industries/medical

3D 프린터를 사용해 사람의 뼈와 두개골, 장기 등을 만드는 일이 최근 의료계에서 일상적인 일이 되고 있다. 사진은 3D 프린터로 만든 보형물을 착용하고 있는 아기. ⓒhttp://www.stratasys.com/industries/medical

지난 7월에는 대동맥 박리증 환자인 60대 여성의 수술 및 시술에 성공했다. 국내 최초 사례다. 경희의료원 이창현 정보관리기술사에 따르면 수술팀은 3D 프린터의 도움을 받아 실물과 같은 대동맥 모형을 보면서 정확한 수술을 할 수 있었다.

세브란스 병원 심규원 교수팀은 3D 프린터를 활용해 두개골 성형수술을 완벽하게 끝낼 수 있었다. 기존 수술에서는 두개골 뼈에 손상이 있는 경우 결손 부위를 플라스틱 재질의 골 시멘트로 메어왔다.

의사는 수술 시에 이 플라스틱을 가지고 환자 두개골 형태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것도 7~8분 내에 작업을 끝내야 했다. 시간이 지나면 골 시멘트가 딱딱해져 변형이 불가능하기 때문. 이런 상황에서 결손 부위가 크거나 복잡할 경우 의사는 큰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이 문제를 3D 프린터가 해결해주었다. 환자 두개골을 촬영한 컴퓨터단층촬영(CT) 정보를 설계도 프로그램인 캐드(CAD)로 옮긴 후 3D 프린터를 통해 두개골을 출력했는데 완벽한 맞춤형 보형물이었다.

백정환 에이치(H) 성형외과 원장은 3D 프린터로 보형물을 제작해 안면조소술에 적용하는 ‘3D FIT’ 시술 방식을 개발해냈다. 안면윤곽술이 뼈를 깎아내리는 것이라면, 안면조소술은 뼈를 덧붙이는 것을 말한다.

이전의 성형 시술은 완전히 의사의 ‘눈대중’에 기댈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시술 후 얼굴이 이상해지거나 부작용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백 원장은 뼈 모양을 3D 프린터로 찍어냈다. 그리고 손상 전 뼈 모양을 거의 완벽히 재생할 수 있었다.

해부용 시체 만들어 전공의 수련

3D 프린터로 만든 맞춤형 보청기도 등장했다. 이전의 보청기는 최소한 10년 이상 경력의 숙련공을 통해 깎고 다듬는 방식으로 제작돼왔다. 하지만 3D 프린터가 등장하면서 숙력공의 손을 거치지 않아도 환자 귀 모양에 꼭 맞는 보청기를 생산할 수 있게 됐다.

한 보청기 제작사 관계자는 “3D 프린팅 기술을 도입해 개인의 귀 모양에 적합한 보청기를 생산하고 있다”며, “불량률이 크게 낮아지고, 고객들의 착용감 역시 크게 개선되고 있다”고 밝혔다. 작업 속도가 빨라져 대량생산이 가능해진 것도 큰 변화 중의 하나다.

치과에서도 3D 프린터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기존 치아 보철물들은 고온‧고압으로 만드는 주조방식이라 변형률이 높고, 시간이 오래 걸릴 뿐만 아니라, 만드는 사람의 숙련도에 따라 모양이나 질이 달라지기 일쑤였다. 그러나 3D 프린터가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치아 교정장치와 임플란트를 제작할 수 있게 된 것은 이미 오래 전의 일이다. 치아에 손상이 있을 때 부위를 감싸는 ‘크라운(crown)’, 상실된 치아 회복을 위한 인공 대체물 ‘브릿지(bridge)’ 등의 제작에도 3D 프린터가 사용되고 있다.

학습용 시체도 3D 프린터로 제작이 가능하다. 많은 의과대학에서 학습용으로 해부용 시체를 사용하고 있지만 그 수가 매우 부족한 현실이다. 그러나 3D 프린터 출현으로 해부용 시체를 무한정 공급받을 수 있게 됐다.

3D 프린터로 만든 해부용 시체는 멸균 처리가 필요 없고, 시체 이동 비용 역시 매우 저렴하다. 냉장보관 기준, 각 나라가 규정한 규제 조건들을 지킬 필요도 없다. 의과 대학 경영 측면에서 막대한 비용 절감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실제로 중앙대 신경외과 권정택 교수는 지난 2013년 6월 의대생, 전공의, 간호사 등을 대상으로 3D 프린터 모형을 이용한 뇌종양 수술 시뮬레이션을 시도했다. 먼저 특정 부위에 뇌종양이 있는 환자 두상 모양을 그대로 본 따서 수술용 두상을 만들었다.

그리고 CT, MRI 영상을 보면서 수술할 부위를 확인한 후 실습생들과 함께 실제 수술을 하듯이 종양을 제거하는 수술을 진행했다. 어려운 수술이었지만 종양 위치와 크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혹시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도 미리 파악할 수 있다.

경희의료원 이창현 정보관리기술사는 “3D 프린터가 특히 맞춤형 제작이 필요한 의료 분야에서 활용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그러나 많은 의사들이 정부의 정책이 미흡하다고 보고 있다며 인력 및 소재 개발 등에 힘써줄 것을 주문했다.

(8801)

태그(Tag)

전체 댓글 (0)

과학백과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