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프린터로 생명을 불어넣었다”

[창조+융합 현장] 국립중앙과학관 무한상상실 탐방기

1960년대에는 비디오가 최첨단 뉴미디어였다. 당시 비디오로 미술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을 한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백남준이 이 미디어를 가지고 작품을 만들었다. 우리에게 알려진 ‘비디오 아트’다.

그러나 지금 ‘비디오 아트’는 옛날이야기가 됐다. 영화·그림·음악·언어·문자 등 전통적인 미디어에 통신, 스마트 모바일, 인터넷 등의 첨단 기술이 더해져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개념의 미디어를 만들어내고 있다.

손여울 씨(30)는 이 뉴미디어아트를 하고 있는 젊은 예술가다. 지난 2011년 상명대학교 대학원 미술학부를 졸업한 후 벌써 11번의 전시회를 가졌다. 이 중 2번이 개인전이고, 9번은 국내 중견작가들이 대거 참여하는 대형 전시회다. 중앙미술대전 선정작가이기도 하다.

국립중앙과학관 무한상상실에서 제작한 손여울 씨의 작품 '데이터 오거니즘(Date organism)'. 무한상상실에 있는 첨단 제작도구들과 동료 장작자들의 도움을 통해 완성했다.

국립중앙과학관 무한상상실에서 제작한 손여울 씨의 작품 ‘데이터 오거니즘(Data organism)’. 무한상상실에 있는 첨단 제작도구들과 동료 장작자들의 도움을 통해 완성했다. ⓒ 손여울

팹랩 안에 애타게 찾고 있던 도구들이…

손 씨에게는 고민이 있었다. 자신이 하고 있는 뉴미디어아트의 특성상 자신의 예술성과 뉴미디어를 접목시킬 수 있는 자리가 무엇보다 필요했다. 그동안 이 모든 일을 혼자서 해왔다. 그러다보니 시간, 비용 면에서 많은 부분을 할애해야 했다.

이런 어려움을 해결해준 곳이 대전 국립중앙과학관 ‘무한상상실’이다. 이곳에서는 IT연구실과 팹랩(FAB LAB), 그리고 상상과학교실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었다. 또 대덕특구에 있는 연구소들과 연계해 ‘R&D 연계형 아이디어클럽’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동안 손 씨가 애타게 찾고 있던 프로그램들이었다. 가장 큰 도움을 준 것은 다양한 제작 인프라가 갖춰져 있는 ‘팹랩’이었다. 그 안에는 4대의 3D프린터를 비롯 3D스캐너, 레이저커터, CNC조각기 등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고가장비들이 구비돼 있었다.

‘무한상상실’을 찾을 당시 손 씨는 ‘데이터 오거니즘(Data organism)’이란 작품을 구상하고 있었다. 21세기 사회에서 인터넷 등을 통해 끊임없이 생성되고 있는 수치들을 다시 해석한 후 에 살아 있는 유기체 모습의 예술작품으로 재탄생시키는 작업이었다.

이 작품을 만들기 위해 적용한 수치는 국제 조사기관에서 실시간으로 조사·발표하고 있는 지진 데이터와 어린이 사망자 수였다. 매우 심각한 의미를 담고 있는 이 수치들을 지구상 위도·경도별로 구분해 실시간 계속 변화하는 수치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이 수치를 예술작품으로 표현해야 했고, 작업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제작 도구였다. 무한상상실이 없었다면 손으로 일일이 깎아 만들어야 했다. 그러나 팹랩에 있는 첨단 장비들이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었고,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양질의 작품을 빠른 시간에 제작할 수 있었다.

팹랩 동료들과 함께 브루투스 문제 해결

두 번째 과제는 타원형 작품 안에서 생생히 살아있는 유기체 모습을 재현할 수 있는 콘텐츠였다. 이를 위해 ICT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했다.

뉴미디어아트를 전공한 만큼 손 씨 역시 기본적인 지식을 갖고 있었다. 컴퓨터, 디지털 등과 관련해 사설 학원을 다니면서 많은 경험을 갖고 있는 그녀였다. 그러나 이번 과제는 경우가 달랐다. 인터넷에 올라오는 데이터를 빛으로 전환시키기 위해 통신은 물론 물리·기계학적인 도움이 필요했다.

이 문제를 무한상상실이 해결해주었다. 중앙과학관 무한상상실에는 손 씨와 목적은 다르지만 또 다른 제작과정을 위해 전문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인근 연구소, 혹은 대학 등에서 젊은 창작자들이 무한상상실을 찾고 있었는데 이들 창작자들과의 협력이 이루어졌다.

손 씨에게 큰 도움을 준 사람은 인근 KAIST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하고 있던 학생으로 통신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었다. 손 씨는 이 학생의 도움으로 자신의 작품 ‘데이터 오거니즘’에 블루투스(Bluetooth)를 적용할 수 있었다.

블루투스란 휴대폰, 노트북, 이어폰·헤드폰 등의 휴대기기를 서로 연결해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근거리 무선 기술을 말한다. 이밖에 다른 기술들 역시 자유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다양한 분야의 창작자들과 함께 해결해나갈 수 있었다.

국립중앙과학관에 무한상상실을 개설한 것은 지난해 8월28일이다. 국민 누구나 자신의 아이디어를 창안하고, 이를 직접 구현해 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기존 창의나래관 전시안내 공간이 있는 1층과 3층에 각각 상상탐구실, 아이디어교실, IT-Lab 등을 개설했다.

무한상상실을 개설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중앙과학관을 찾기 시작했다. 지난 2월말까지 약 6개월간 이곳을 찾은 인원이 1천806명에 이른다. 내용 면에서도 많은 성과가 있었다. 무엇보다 손 씨와 같은 창작자들이 과학관을 찾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손 씨는 무한상상실을 통해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창작 에너지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예술과 과학기술이 만나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자유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창작에 전념할 수 있는 이런 공간이 있다는 데 대해 (한국인으로서) 큰 자부심을 느꼈다고 말했다.

5월들어 국립중앙과학관에서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IT연구실에서는 IT·로봇 연구실, 소프트웨어 연구실 프로그램을 개설 중이다. 상상탐구교실에서는 주부창작목공교실, 창조아이디어개발실험교육, 창의적문제해결교육, 무한상상공작교실을 열고 있다.

또 첨단 장비가 갖춰진 팹랩(FAB-LAB)에서는 디지털 장비들을 활용한 시제품 제작이 한창이다. 중앙과학관 관계자는 “어느 누가 오시든지 자유스럽고 편안한 창작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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