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3차원 반도체 회로 구현 가능

[과학자의 연구실] [인터뷰] 김신현 카이스트 생명화학공학과 교수

반도체 회로를 3차원으로 제작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김신현 카이스트 생명화학공학과 교수팀이 기존보다 더욱 정밀한 형상을 제작할 수 있는 포토리소그래피 공정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김신현 카이스트 생명화학공학과 교수 ⓒ 김신현

김신현 카이스트 생명화학공학과 교수 ⓒ 김신현

산소 확산 원리 이용해 진행한 연구

포토리소그래피는 반도체와 집적회로 등 미세패턴을 다루는 산업계에서 널리 사용되는 기술이다. 감광물질(photoresist)을 원판에 바르고 자외선을 노출시킨 후 빛을 받은 부분만 굳게 만든 뒤 나머지 부분은 깎아내는 방식을 이용한다. 이는 빛을 노출시켜 원하는 상을 얻는 필름 카메라 원리와 같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기존의 포토리소그래피 공정은 자외선이 항상 수직방향으로 내리쬐기 때문에 빛의 노출 방향에 따라 형성되는 미세패턴이 2차원으로만 제조되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김신현 교수팀은 3차원 패턴 제조를 시도하기 위해 산소를 사용하는 방법을 택했다. 일반적으로 빛을 이용한 중합반응에서 산소는 물질이 굳게 되는 경화작용을 방해하는 요소로 알려져 있지만 김 교수 연구팀은 이 특성을 역으로 이용한 것이다.

“저희팀은 포토리소그래피 기술을 이용해 기존에 불가능했던 3차원의 미세형상을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자외선에 노출된 영역에서 반응이 일어나기 전에 산소 농도가 낮아지고 이로 인해 산소의 확산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규명했습니다. 산소의 확산 방향과 속도를 조절함으로써 고분자 구조의 성장 방향도 제어할 수 있게 했어요. 이를 통해 포토리소그래피로 형성되는 미세패턴 형상을 단순한 2차원 디스크가 아닌, 다양한 크기와 모양을 갖는 3차원 구조로 제어할 수 있도록 한 거죠.”

3차원 구조로 제어되는 형상은 산업계에도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를 받고 있다. 아무래도 2차원 회로보다는 더욱 정밀한 제어가 가능한 만큼 이를 연속적으로 융합해 사용할 경우 더욱 복잡한 형상과 다양한 성분으로 회로 구성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일례로 자성 입자를 삽입해 자기장을 이용한 의룡용 패치를 만들 수도 있으며 온도에 따라 팽창하고 수축하는 젤을 삽입해 곡면을 갖는 형태의 필름도 제작할 수 있다.

“기존의 포토리소그래피 기술은 빛이 통과할 수 있는 영역과 통과할 수 없는 영역이 극명하게 나눠지는 방식이었어요. 패턴된 광마스크(photomask)를 통해 자외선을 필름형태의 감광수지에 노출시킴으로써, 국부적인 영역에서만 반응을 일으키고 반응이 일어나지 않은 영역을 씻어냄으로써 미세 패턴을 만드는 방식이었습니다. 이 때 빛은 수직 방향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빛에 노출된 영역과 노출되지 않은 영역의 경계가 항상 수직으로 나타나게 되고, 현상 후에 만들어지는 구조물이 2차원의 디스크 형태로밖에 나올 수 없는 것입니다. 하지만 미세형상이 3차원 구조물로 존재한다면 어떨까요? 장점이 매우 많겠죠. 기존에 복잡한 방식으로 만들어야 했던 구조물을 간편하게 제작할 수 있을 것이고 새로운 응용분야도 창출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 새롭게 개발된 방식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응용분야를 이야기하는 것은 조금 어렵지만,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데는 모두가 동의하고 있어요.”

김신현 교수팀의 이번 연구가 성공할 수 있던 비밀은 ‘산소’에 있다. 사실 기존에는 광중합 반응에서 산소는 부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때문에 많은 연구진들이 반응이 저해되는 현상을 없애야 원하는 구조물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김신현 교수는 이러한 현상을 역으로 이용하기로 했다. 산소의 농도가 위치에 따라 다르다면 반응의 정도도 달라지므로 미세한 크기 수준에서 산소 농도를 변화시켜주면 해당하는 모양의 미세구조물이 형성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연구성과에 있어 산소가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지만 처음부터 그가 산소 확산을 이용하겠다는 생각을 품었던 것은 아니다. 김신현 교수는 “처음에는 2차원 미세 패턴을 만들기 위해 포토리소그래피를 수행했다. 그런데 기대하던 구조보다 더 작은 크기의 구조물이 생성되더라”며 “실험을 잘못한 탓이라고 생각하고 다시 실험을 반복했다. 그런데도 계속 작은 크기 구조물이 생성됐다”며 실험 당시 상황을 회고했다.

“도대체 왜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는지 공부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산소에 의한 반응 저해 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됐어요. 처음에는 잘못된 결론에 도달하기도 했지만 반복적인 실험과 문헌조사, 수학적인 모델링을 통해 결국은 산소에 의한 반응을 역으로 히용하는 것에 대해 확신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연구에 포기란 없다… 끈기와 통찰이 가져온 힘

기존 포토리소그래피 공정과 새로 개발된 포토리소그래피 공정 ⓒ 카이스트

기존 포토리소그래피 공정과 새로 개발된 포토리소그래피 공정 ⓒ 카이스트

지금에야 좋은 성과를 얻었지만 그 과정이 결코 만만했던 것은 아니었다. 반복된 실험과 결과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면 지금에 이를 수 없었을 것이다. 연구가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던 요인을 묻자 김신현 교수는 주저없이 “심태섭 박사의 통찰력과 끈기”라고 이야기 했다.

“심태섭 박사는 이번 연구를 주도한 연구자입니다. 저희팀의 연구가 성공적으로 진행될 수 있던 가장 큰 이유는 심 박사의 끈기가 있었기 때문이에요. 만약 연구 초기에 ‘실패한 연구’ 라고 생각한 후 이를 접었다면 아마도 좋은 결과를 얻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심태섭 박사는 실패했다고 생각된 실험을 끈기있게 반복적으로 진행하면서 원인을 생각했어요. 그 결과  산소에 의한 중합 저해 현상과 산소 확산 현상이 동시에 일어나기 때문에 기존의 포토리소그래피에서 나타나지 않는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을 알아 낼 수 있던 것입니다. 또한 현상을 분석하고 난 뒤에 이러한 현상을 좀 더 제어된 방식으로 이용해 3차원 미세형상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한 것도 심태섭 박사의 공헌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번 연구는 기존의 포토리소그래피에서 형성이 힘들었던 3차원의 미세형상을 손쉽게 대량으로 형성할 수 있도록 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김신현 교수는 “3D 프린팅 기술이 나오면서 혁신적이라는 칭송을 받았지만 미세형상 제어와 대량생산은 어렵다”며 “반면 이 기술은 3차원의 미세패턴을 대량생산할 수 있다. 대부분의 학계와 산업계에서 포토리소그래피 장비를 쓰기 때문에 큰 파급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으로 더욱 완성도 높은 연구를 위해 보완해야 할 과제도 남아있다. 현재는 형성될 수 있는 3차원 구조체 모양이 제한적이지만 기술을 발전시켜서 형상 제어의 자유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는 게 김신현 교수의 설명이었다.

“이번 연구가 3차원 형상을 구현할수 있는 포토리소그래피 기술인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는 부분은 3차원 형상을 원하는 모양으로 마음대로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에요. 현재는 몇 가지로 특정된 3차원 구조 형성만이 가능한 것이죠. 앞으로 이 기술을 더욱 발전시켜 더욱 좋은 영향력을 미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6649)

뉴스레터 구독신청
태그(Tag)

전체 댓글 (0)

과학백과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