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마스크 맨은 가상공간에서 탄생한다

나를 감추면서 나를 드러내는 '멀티 페르소나‘

2020년 풍속도의 중심에는 ‘마스크 맨’, 즉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자리하고 있다.

실제로 거리는 물론 실내에도 온통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다. 가히 신인류의 등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물론 코로나19가 전 세계에 확산되기 이전에도 미세먼지, 황사, 감기 등 호흡기를 통한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마스크를 착용해왔다. 그러나 일부 사람들이 간헐적으로 착용했던 이전과는 달리 이제 모든 사람들의 얼굴 절반에는 마스크가 차지하고 있다.

본래 마스크는 자신의 본 얼굴과는 다른 인물, 동물, 초자연적인 존재들을 표현하는 ‘가장성’을 함의한다. 마스크의 원류는 주로 벽사의 기능으로 활용되었던 영매의 그것에서 찾을 수 있다. 영매는 산 자의 세계와 죽은 자의 세계를 매개하기 위하여 본래의 형상이 아닌, 본래의 자신을 가리는 마스크를 착용했다. 이후 각종 무용, 연극 등의 연희에 이용되면서 주술적 기능이 상쇄되었지만 지금도 여전히 마스크가 함의하는 ‘가장성’은 기저 의미로 남아 있다.

마스크는 ‘가장성’을 의미한다 ⓒ 게티이미지

현대인의 마스크, ‘멀티 페르소나

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 분석센터(CTC, Consumer Trend Center)는 2020년 트렌드 키워드 중 하나로 ‘멀티 페르소나’를 주목하였다.

언어의 상징적 측면에서 다소 묵직한 이 개념을 칼 구스타프 융(Carl Gustav Jung)의 주장, “인간은 천 개의 페르소나를 갖고 있고, 상황에 맞게 꺼내 쓴다.”를 인용하여 설명한다.

페르소나(persona)는 연극에서 사용하는 탈(mask)을 뜻하는 라틴어에서 유래되었고, 고대 그리스 가면극에서 배우들이 사용하는 가면 혹은 역할을 통칭한다. 이후 현대 심리학에서는 페르소나를 “개인이 사회생활을 하면서 자신의 본성과는 다른 태도, 성격, 사회의 규범과 관습을 내면화한 것”으로 정의한다. 즉 자기 정체성의 전이 혹은 분리와 상통하는 것이다.

요즘 현대인들은 시간과 장소, 온라인과 오프라인에 따라 그에 맞는 ‘모드 전환’에 능하다. 그래서 현재 자신이 놓인 상황에 따라 미묘하거나 과감하게 다른 자아로 전환한다. 이는 철학 혹은 의학에서 다루는 진지한 자아 고찰과는 다른 맥락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멀티 페르소나’는 기본적으로는 사회적 관계, 직업을 기반으로 한 자아 전환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다양한 온오프라인 커뮤니티에 속하게 되는 현대인들의 특성상 더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하여 차별화된, 특화된 ‘나 자신’이 필요한 것뿐이기 때문.

현대인은 시간과 장소, 상황에 맞는 ‘모드 전환’에 능하다. 그때마다 각자의 ‘페르소나’를 선택한다. ⓒshutterstock

가상의 공간, 사이버 멀티 페르소나

종전의 가면은 ‘쓰다’, ‘벗다’ 동사로 연결된다. 그러나 가상의 공간인 사이버 상에서는 가면을 접속(connect)하고, 오프(off)하고, 리셋(reset)한다. 또한 종전의 가면을 쓰고 벗는 행위는 뚜렷한 서사와 흐름에 따라 예측 가능하거나 일관된 양상을 보였다. 그러나 현대인들의 관계와 커뮤니티의 이합집산이 매우 다변화 양상을 보이고, 여기에 SNS가 관계 맺음의 주요한 수단이 되자 이른바 ‘모드 전환’이 순간순간 이루어진다. 즉 ‘멀티 페르소나’의 방향성은 무한대로 확장된 것이다.

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 분석센터는 SNS 시대의 ‘멀티 페르소나’의 한 사례로 부계정(SNS에 접속할 수 있는 다른 ID를 생성하는 것)을 지목한다. 요즘 SNS 사용자들이 다양한 계정을 만들어 취미 등의 관심사를 따로 분류하고, 해당 계정으로 만나는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과 해시태그를 통해 소통한다는 것이다.

글로벌 웹 인덱스(Global Web Index)의 2019년 시장조사 리포트에 따르면 인터넷 사용자 중 98% 이상이 SNS를 이용하고 있으며, 한 사람당 평균 7.6개의 계정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대로라면 인터넷 사용자들은 적어도 7개가량의 페르소나를 보유하고 있는 셈.

알고리즘의 작동, 페르소나를 선물하다

그렇다면 ‘멀티 페르소나’, 즉 내가 가지고 있는 마스크는 온전한 개인의 취향일까? 이에 대한 해답은 SNS의 알고리즘에서 찾을 수 있다.

사실 SNS의 부계정보다 더 흥미로운 것은 다양한 SNS 채널로의 초대이다. 대부분 인터넷 사용자들은 개인의 취향을 기반으로 SNS에 입장하고, 그에 맞는 페르소나를 선택한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는 나를 위한(개인화된) 추천과 초대에 이끌리게 된다. 알고리즘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알고리즘은 기본적으로 기계학습, 딥러닝, 빅데이터에 의해 움직인다. 이것의 작동 원리는 먼저 인터넷 사용자가 사용하는 특정 데이터가 반복되는 경우의 수에 가중치를 두고 이를 축적한다. 그리고 데이터들의 유사성과 빈도에 기준을 두고 새로운 데이터를 소개하는 것이다.

많은 알고리즘 연구자들이 밝힌 바에 따르면 사용자가 웹페이지를 검색하거나 특정한 소셜 채널에서 활동하는 순간, 이 활동 패턴은 데이터로 수집되고 엄청난 양의 정보는 알고리즘이 되어 예측 가능성을 생성한다. 그러므로 인터넷 사용자들의 온라인 활동은 데이터를 만들기 위한 데이터가 된 셈.

실제로 SNS와 검색엔진은 알고리즘으로 움직이는 디지털 매개자의 기능이 우선된다. 사람과 사람의 네트워크를 형성·확장시키고, 선택과 행위의 스펙트럼을 넓히며, 심지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매개하기도 한다. 이렇게 넓어진 세계는 ‘접속’하는 사람들에게 언제나 열려 있다. 그리고 다른 자아가 될 수 있는 마스크, 즉 페르소나를 선물하는 곳이기도 하다.

알고리즘은 ‘멀티 페르소나’를 선물하는 작동 원리이다. ⓒshutterstock

‘멀티 페르소나’는 트렌드 반영에 있어 가장 민감한 마케팅 분야에서 이미 주목하고 있는 이슈이다. 온라인에 접속하는 시간이 점차 늘어나면서 실재의 자아와 가상의 자아가 혼재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즉 자신을 가림으로써 자신을 더 많이 드러낼 수 있는 마스크의 역설이 통하는 시대. 이제 ‘멀티 페르소나’는 문화기술적 측면, 커뮤니케이션 패러다임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다뤄져야 할 화두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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