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0년 ‘나 ‘유전자 지도 200만원에 산다

국양 서울대 물리학부 교수

2003.10.05 00:00

인류는 과학을 통해 우주 탄생의 신비를 밝혀냈고, 인간의 유전정보를 알아냈다. 더불어 신산업혁명을 주도하게 될 나노과학기술(NT)은 우리의 미래에 대해 행복한 예측을 가능케 하고 있다. 과거로부터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 이어질 과학기술의 발전을 재미있는 동화를 읽듯이 살펴본다면 매우 흥미로울 것이다.





빅뱅(Big Bang): 우리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1920년대 여러 과학자들이 주장한 우주팽창은 아인슈타인과 같은 천재 물리학자도 반대했을 만큼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었으나, 1929년 허블이 그 증거를 발견함으로써 검증되었다. 정말 우주가 계속해서 팽창하고 있다면 우주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빅뱅 이론은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던 태초에 갑자기 ‘뻥’하는 큰 폭발과 급팽창이 일어나면서 시공간과 물질이 탄생했다고 주장한다.



1946년 미국의 물리학자 조지 가모프는 초고온초고밀도 상태였던 초기의 우주가 급격하게 팽창하면서 온도가 내려간 것이며, 대폭발로 나온 복사의 일부는 현재도 우주 어딘가에 남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믿기 어려운 주장은 1964년 펜지아스와 윌슨이 3K(-270℃)의 ‘우주배경복사’를 관측함으로써 증명되었다(‘우주배경복사’의 발견으로 펜지아스와 윌슨은 1978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이로 인해 빅뱅 모델에 대한 진지한 연구가 시작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빅뱅이론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우주의 평균팽창률을 바탕으로 과거 모든 물질이 한 점에 모여 있었던 때까지의 시간을 현재로부터 환산해 보면 대략 150억 년이 된다. 즉 150억 년 전 시공간이 하나로 응축된 어느 한 점으로부터 우주가 탄생되었다는 것이다. 인류는 우주의 생성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해왔으며, 최초의 5분 안에 현재 우주 내부에 존재하는 모든 핵들이 만들어졌음을 알게 되었다. 또한 계속해서 우주의 초기 모습을 밝혀내려는 노력 끝에 중성자와 양성자 등의 핵자 상태로 존재했던 10-8~10-9초의 모습까지 알아낼 수 있게 되었다.



20세기의 위대한 발견: 게놈(genome) 프로젝트
















게놈(genome)은 유전자(gene)와 염색체(chromosome)라는 두 단어를 합성하여 만든 말로 생물에 담긴 유전정보 전체를 의미한다. 인간의 게놈은 10만개의 유전자와 이를 구성하는 30억 개의 염기로 이루어진 ‘생명프로그램’으로 여기에 인간의 생로병사에 관한 모든 정보가 담겨있다.



이미 인간게놈지도가 완성되었으며, 이를 분석하면 질병의 진단과 치료에 있어 획기적인 발전이 이루어질 것이다. 실제로 2010년까지는 당뇨, 뇌종양 등의 염기서열이, 2015년까지는 백혈병, 노인성치매 등의 염기서열이, 2020년까지는 정신분열증 의 염기서열이 밝혀질 전망이다. 어떠한 질병의 염기서열이 밝혀지면 언제라도 치료법을 개발할 수 있으므로 인간은 그 병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기술이 발달할수록 염기서열을 알아내는데 드는 비용도 절감된다. 만일 누군가가200만원을 가지고 있다면 현재는 이 돈으로 헤르페스 바이러스(herpes virus)의 염기서열 밖에 알아낼 수 없지만, 앞으로 생명공학이 반도체가 발달해 온 속도로 발전한다고 했을 때 2040년이 되면 사람의 염기서열을 모두 알아낼 수 있게 된다.



미래의 기술: 나노과학기술

나노과학기술(NT)은 난쟁이를 의미하는 그리스어 ‘나노스(Nanos)’에서 유래된 말로 ‘작다’는 의미를 지닌다. 이는 나노미터(10-9m, 십억분의 일 미터) 수준의 영역에서 물질의 구조, 형상 등을 제어하는 기술로서 21세기의 신 산업혁명을 주도할 핵심 기술이라 할 수 있다. 1나노미터(1nm)는 원자 3∼4개를 붙인 정도의 크기이며, 원자를 10억 배 확대하면 포도알 크기, 야구공을 10억 배 확대하면 지구 크기가 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나노의 세계가 얼마나 작은 것인지 쉽게 알 수 있다.



나노과학기술은 1982년 IBM연구소가 주사터널링현미경(Scanning Tunneling Microscope, STM)을 개발하면서 가속도가 붙었다. STM은 원자의 구조를 보기도 하고 조작도 할 수 있는 장치로 원리는 다음과 같다.



예리한 한 개의 바늘이 물질 표면에 거의 닿을 정도로 떨어져 움직이는 동안 전압을 걸어주면 바늘 끝이 표면을 주사하는 동안에 발생하는 전류의 변화를 측정하여 나노미터 수준에서 표면의 구조를 밝혀낼 수 있다. STM을 핀셋으로 활용해 원자와 분자를 조작할 수도 있는데, 1990년 IBM 연구원들은 크세논 원자를 하나씩 옮겨서 ‘IBM’이라는 글씨를 쓰기도 했다. 이러한 나노과학기술은 우리의 삶 곳곳에 응용되어 다음과 같은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의약

약을 복용할 때 약효가 원하는 부위가 아닌 다른 곳까지 영향을 미치는 부작용이 나타난다. 암세포의 성장을 억제시키거나 죽이기 위해 항암치료를 받으면 머리카락이 빠지는 것도 이러한 부작용의 예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나노과학기술은 약을 복용할 때 나타나는 이와 같은 부작용을 없앨 수 있다. 나노과학기술을 이용하여 매우 작은 자석을 약에 부착한 뒤 원하는 부위에만 자기장을 걸면 약효가 다른 곳에서 나타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의복

20세기 이전까지 자연 섬유만을 사용한 인류는 20세기 들어서 인조섬유, 합성섬유를 사용하여 옷을 만들어 입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나노 굵기의 섬유시대가 올 것이다. 섬유의 굵기가 얇아지면 가벼우면서도 광택이 나고 보온성과 방수성이 뛰어난 옷을 입을 수 있게 된다.



소재

나노과학기술이 만들어낸 탄소나노튜브는 탄소가 긴 빨대 모양으로 연결된 신소재이다. 지름이 머리카락 굵기의 10만분의 1에 불과하지만 전기 전도도는 은과 비슷하고 강도는 철강보다 100배나 높다. 플라스틱에 전기를 통하게 하려면 탄소를 30%나 넣어야 해서 플라스틱이 타이어처럼 시커멓게 되지만 탄소나노튜브는 3%만 섞어도 전기가 잘 통한다.



따라서 전력 소모도 적고 납작하게 만들 수도 있는 탄소나노튜브 디스플레이(FED: Field Emission Display)를 만들 수 있다. 실제로 미군은 탄소나노튜브로 소형 디스플레이를 만들어 사막, 정글의 군용 차량에 달았으며, 이번 이라크 전쟁에서도 탄소나노튜브 디스플레이가 쓰였다고 한다.



에너지

인류가 발전함에 따라 에너지 자원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현재 인간이 인위적으로 만들어 사용하는 에너지는 자연이 사용하는 에너지의 100분의 1에 해당하며, 이 수치는 끊임없이 증가하고 있다. 모두가 우려하고 있듯이 인간이 쓰는 에너지가 어느 한계치에 이르게 되면 자연의 시스템은 망가지게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 수치가 얼마인지는 알 수 없으며 한 번 망가진 자연의 시스템은 절대로 회복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자연 시스템을 파괴시키지 않는 새로운 에너지 자원의 개발은 현인류에게 놓여진 가장 큰 숙제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나노과학기술을 이용한 청정연료의 광합성, 양자태양전지 등은 우리 앞에 놓인 에너지 문제를 해결 해 줄 열쇠가 될 것이다.



고등한 생물일수록 자신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할 때, 인간은 우주생성 초기의 10-8~10-9초의 모습을 알고 있고, 자신의 유전자 조직을 알아냈으며, 세포의 크기인 1마이크로미터(μm)의 10분의 1의 크기인 트랜지스터를 만들 수도 있다는 점에서 고등 생물임이 틀림없다. 이제 우리는 뛰어난 두뇌로 자연을 파괴시키기 보다는 자연과 함께 잘 살기 위해 과학을 사용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이다.

<정리=홍옥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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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작권자 2003.10.0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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