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1930년대 이미 공중 항공모함이 존재했다

[밀리터리 과학상식] 미 해군의 아크론 급 초대형 경식 비행선

아크론 급 2번 함 메이콘. 선체 길이는 무려 240m에 달한다. ⒸWikipedia

이런저런 공상과학 영화나 게임을 보면 공중 항공모함이라는 개념이 종종 나온다. 문자 그대로 하늘에 떠다니는 비행장이다. 자신도 체공하면서 다른 항공기를 발진 및 회수하는 대형 항공기를 가리킨다. 이런 항공기가 과연 존재할까? 무려 90년 전인 1930년대에 이미 존재했다. 그것도 비행선의 형식으로.

비행선이란 헬륨이나 수소 가스 등을 사용하여 무게가 공기보다 가볍고, 동력을 이용하여 자체 이동이 가능한 항공기를 말한다. 최초의 비행선은 1852년 프랑스의 앙리 자크 지파르가 발명했다.

그리고 이 비행선은 군용으로도 상당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었다. 아직 고정익 항공기의 성능이 미흡하던 20세기 초반, 장시간 체공하면서 적정을 관측하는 임무에 기구와 함께 제격이었던 것이다. 심지어 제1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인류 최초의 전략 폭격, 즉 적 후방에 대한 폭격 임무에 사용되기도 했다.

제1차 세계대전이 종결된 이후, 이러한 비행선의 잠재력에 주목한 미국은 독일에 전후 배상으로 미군을 위한 비행선 건조를 요구하게 된다. 이로써 3척의 비행선을 시험적으로 건조해 해군 함대를 위한 정찰 및 조기 경보용으로 사용해 본 미 해군은 그 성능에 상당히 만족했다. 수상의 해군 함정에서 보이지 않는 수평선 너머에 있는 적도, 고고도를 날아가는 비행선은 관측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더욱 우수한 성능을 얻기 위해 더 높은 고도와 먼 항속거리, 긴 체공시간을 지닌 대형 경식 비행선을 건조하기로 하였다. 오늘날의 조기 경보기와 비슷한 용도였던 셈이다. 그에 따라 만들어진 것이 바로 ‘아크론’과 ‘메이콘’ 2척이 건조된 ‘아크론’ 급 비행선이다.

그러나 제1차 세계대전의 전훈에서 알 수 있듯이 비행선은 워낙 속도가 느려 적 전투기의 공격에 취약했다. 때문에 이 ‘아크론’ 급 비행선에는 자체 방어를 위해 호위 전투기(커티스 F9C 스패로호크 5대)를 탑재하게 되었다. ‘아크론’ 급 비행선은 이 호위 전투기들을 자체 격납고에 넣어 가지고 다니다가 필요할 때 활용했다. 또한 이 항공기들은 비행선으로부터 200마일(320km)에 달하는 전투 행동반경을 지니고 있으므로, 비행선의 정찰 및 탐지 범위를 3배 이상 높일 수 있었다.

메이콘의 함재 전투기 F9C 스패로호크. ⒸWikipedia

이런 요인들 때문에 ‘아크론’ 급 비행선은 그 크기가 엄청나게 커졌다. 선체 길이는 보잉 747 동체 길이의 3배가 넘는 240m, 선체 직경은 40.5m, 선체 부피는 210만㎥에 달했던 것이다. 승조원 정원은 60명, 최대 속도는 시속 128km, 항속거리는 1만 1000km였다. 미 해군은 아예 비행선의 임무 주안점을 정찰이 아닌 공격에 맞추고, 더 선체가 크고 더 많은 항공기를 탑재하는 공중 항공모함 안까지 구상했다. 선체 부피는 250만㎥, 함재기는 더글러스 노스롭 BT-1 급강하 폭격기 9대가 탑재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아크론’ 급 2척인 ‘아크론’과 ‘메이콘’은 각각 1933년과 1935년에 폭풍에 휘말려 추락하고 만다. 두 척의 비행선이 취역한 지 2년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였다. ‘아크론’에서는 73명의 승조원이, ‘메이콘’에서는 2명의 승조원이 이 사고로 죽었다. 엄청나게 커서 비상시 이착륙지를 찾기가 쉽지 않은 데다가 비행속도까지 느린 이들 비행선들은 갑자기 악기상을 만날 경우 회피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이는 특히 군용으로 사용할 때 심각한 문제가 되었다.

따라서 미 해군은 더 이상 이런 초대형 경식 비행선을 건조하지 않고, 대신 성능은 떨어지지만 운용 유연성이 높고 안전한 소형의 연식 비행선을 건조해 사용했다. ‘아크론’ 급의 건조비는 1930년대 당시 금액으로 300만 달러에 달했다. 2020년 현재의 화폐 가치로는 약 5000만 달러에 달하는 거금이었다. 불과 2년 사이에 요즘 돈으로 1억 달러를 날려 버렸으니 그럴 만도 했다.

하지만 ‘아크론’ 급의 짧은 운용 기간 중에 나타난 성과는 주목할 만했다. ‘아크론’ 급의 2번 함인 ‘메이콘’은 1934년 7월, 당시 미국 대통령 프랭클린 D. 루스벨트를 태우고 파나마를 출발, 하와이로 향하던 미국 중순양함 ‘휴스턴’을 발견하고, 함재기를 이용해 대통령이 읽을 신문과 잡지를 ‘휴스턴’에 전달해 주는 깜짝쇼를 벌였던 것이다.

역사에 가정은 없다. 그러나 이들 ‘아크론’ 급 비행선들이 1941년까지 운용되고 있었다면, 진주만 공습에 나선 일본 해군 함대를 조기에 발견해 경보를 발령했을 지도 모른다.

그리고 21세기인 오늘날, 이러한 장기체공 조기 경보기와 공중 항공모함 개념은 무인기 기술을 포함한 항공 기술의 발전으로 다시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사람이 타지 않는 항공기인 무인기는 유인기가 흉내 낼 수 없는 수준의 고고도 장기체공이 가능하고, 다른 항공기에 탑재되기 쉬운 작은 크기로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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