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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서 이름 따온 소행성 ‘이카루스’

[이름들의 오디세이] 이름들의 오디세이(37)

최근 공개된 블랙홀 영상을 보면 우주가 살아있음을 보여준다. 살아있는 우주에서 별은 쉬지 않고 태어나고, 죽고, 움직이고, 충돌한다. 지구도 마찬가지다.

이에 지구에는 수많은 천체들이 날아와 충돌한다. 대기가 지구를 둘러싼 후로는 충동 천체의 대부분은 별똥별로 긴 꼬리를 그리며 타버렸지만, 그전에는 달과 다름없이 충돌구로 지표면에 큰 구멍들이 가득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 위험한 충동 천체들은 지구에 물과 생명의 씨앗을 가져온 존재들이기도 하다.

심지어는 달도 45억 년 전에 거대한 행성과의 충돌로 지구가 쪼개지고 그 파편들의 이합집산(離合集散)으로 생겨난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인간이나 생명체가 존재하기 전에 벌어진 일이라 천만 다행이다. 지금처럼 수십억의 인류가 사는 이 행성에 거대한 천체가 충돌이라도 한다면 정말 끔찍한 일이 될 것이다.

충돌 가능성이 있는 천체는 엄청나게 많아서 지구와 천체의 충돌은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거대한 행성은 어쩔 수 없겠지만 크기가 작은 소행성이나 혜성 정도라면 영화처럼 인간의 과학 기술, 특히 20세기에 비약적으로 발전한 ‘무력(武力)’으로 어찌해 볼 수 여지가 있을 지도 모른다. 그런 아이디어로 50여 년 전에 탄생한 것이 ‘이카루스 프로젝트(Project Icarus)’다.

거창한 프로젝트는 아니었다. 1967년에 MIT의 대학원생들이 1566이카루스 소행성이 만약 지구 충돌 궤도로 진입한다면 ICBM 급 로켓을 발사해서 소행성을 산산조각 내거나, 아니면 적어도 지구 충돌 궤도에서 탈선시켜야 한다고 주장한 정도다.

지금 보면 싱거운 내용이지만 당시에는 언론에 소개도 되고, 책으로도 발간되어서 꽤 많이 알려졌다. 그리고 나중에는 그 아이디어를 모티브로 영화도 만들어졌다.

2000년대 초에도 유사한 연구가 있었고, 1km 정도의 소행성을 초속 5km의 속도로 충돌시키면 25km 정도 크기의 소행성은 충분히 파괴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하지만 지난 3월에 발간된 과학 저널 ‘이카루스’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소행성 파괴는 생각보다 어렵고, 만약에 강한 힘으로 파괴한다고 해도 강력한 중력으로 다시 한데 엉겨 붙어버린다고 한다.

MIT 대학원생들은 '프로젝트 이카루스'에서 거대한 새턴V 로켓으로 소행성을 파괴하자고 주장했다.

MIT 대학원생들은 ‘프로젝트 이카루스’를 통해 소행성이 지구 충돌 궤도로 진입할 때 거대한 새턴V 로켓으로 소행성을 파괴하자고 주장했다. ⓒ 박지욱

1948년 윌터바드(Walter Baade) 천문학자가 발견한 크기 1.4km 정도의 소행성 ‘1949 MA’는 특이한 소행성이었다. 화성과 목성 사이의 소행성 벨트에서 출발해 200여 일을 날아 수성 안쪽까지 파고드는 공전주기를 보였다. 이 말은 수성보다 더 태양에 붙어 지나가는 소행성이란 뜻이다. 바드는 태양에 가장 가까이 다가가는 겁 없는 소행성에 그리스신화에 등장하는 사내아이의 이름을 따서 ‘이카루스’로 명명했다.

1566이카루스의 공전 궤도 ⓒ 위키백과

1566이카루스의 공전 궤도 ⓒ 위키백과

이카루스는 그리스 신화계의 에디슨인 다에달루스의 어린 아들이다. 다에달루스는 이카루스와 함께 크레타 섬에 살면서 미노스 왕의 기술 고문 일을 했다. 다에달루스는 몇 가지 기발한 발명품을 만들었는데,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이 라비린토스(라비링스)다. 라비린토스는 식인 괴물 미노타우루스를 가두어 두기 위해 만든 미로 감옥으로 그 안에 들어가면 절대로 빠져나올 수 없었다.

라비린토스(미로)에서 미노타우루스를 죽이는 테세우스.  ⓒ 제주 그리스신화박물관

라비린토스(미로)에서 미노타우루스를 죽이는 테세우스. 제주 그리스신화박물관 ⓒ 박지욱

이후 미노타우루스는 죽고, 다에달루스는 미노스 왕의 노여움을 사 아들과 함께 미로에 갇혀버렸다. 자신이 만든 미로 속에서 빠져나올 수 없는 처지가 된 다에달루스 부자는 어쩔 수 없이 죽음을 기다리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하지만 다에달루스는 미로에 떨어지는 새 깃털을 모았고, 그것을 밀랍으로 붙여 날개 두 쌍을 만들었다. 그리고 하늘로 날아올라 라비린토스를 탈출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열을 받으면 녹아버리는 밀랍의 특성 때문에 저공비행을 해야 한다고 신신당부를 했지만 이카루스는 하늘을 나는 기쁨에 취해 아버지의 경고를 무시하고 하늘 높이 올라갔다. 결국 태양열에 밀랍이 녹아내려 날개는 공중분해되고 말았다. 이카루스는 날개를 잃고 바다에 추락해 목숨을 잃었다.

야콥구위 '이카루스의 비행'

야콥구위 ‘이카루스의 비행’ ⓒ GNU

천문학자 바드는 이카루스의 비극이 태양에 너무 다가선 탓으로 이해했고, 혜성을 제외하고는 그 어느 별(천체)보다 태양에 가까이 날아가는 소행성의 이름에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소행성 1566이카루스의 이름이 지어졌다.

태양에 가까이 날아가 스스로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이카루스 소행성은 지구인들에게도 충분히 위협적인 존재가 될 수 있다. 태양 근처를 오가는 길에 화성, 금성, 수성은 물론이고 지구의 공전궤도를 가로지르기 때문이다.

이렇게 지구 주변을 배회하면서 지구 공전 궤도에 끼어드는 소행성들을 ‘아폴로 소행성(Apollo asteroids, Apollo group)’으로 부른다. 현재까지 1만여 개 정도가 확인된 바 있다. 2013년 2월에 우랄 지역에 떨어지면서 피해를 입혔던 첼랴빈스크 유성(Chelyabinsk meteor)도 아폴로 소행성에 속한다

아폴로 소행성군에는 1862아폴로(이 위험한 소행성 집단의 이름이 되었다), 1566이카루스, 2063박카스, 4197모르페우스, 14827휘프노스, 4581아스클레피우스 등이 있다.

그중에서 1566이카루스에 대한 방어 계획인 ‘이카루스 프로젝트’가 1967년에 세워진 이유는 무엇일까? 필자는 이듬해인 1968년에 1566이카루스가 지구에 근접했기 때문으로 추측한다. 당시 최근접 거리는 달보다 16배 멀리 있는 거리였다.

하지만 ‘가장 태양에 가까이 다가가는’ 소행성 1566이카루스는 명예로운 타이틀을 잃고 만다. 1983년에 이카루스 보다 더 태양에 다가가는 파에톤 소행성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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