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10월이면 생각나는 퀴리와 라듐

마리 퀴리와 피에르의 라듐 추출 순간

2019.10.22 11:20 사이언스타임즈 관리자

지금으로부터 120년 전인 1899년 12월, 파리의 퀴리부부(마리와 피에르)는 우라늄 광석인 피치블랜드(pitchblende, uraninite)에서 라듐(88Ra)을 분리해낸다. 라듐은 우라늄 방사능 연구를 하나가 우연히 발견된 신물질이었다.

그보다 4년 전인 1895년, 독일의 뢴트겐(Wilhelm Conrad Röntgen)이 몸을 투과해서 속을 보여주는 사진 촬영 장치로 쓸 ‘X-선(정체불명의 광선이란 뜻이다. 지금은 정체를 알게되었으니 뢴트겐선으로 부른다)’을 발견하자 프랑스 물리학자 푸앙카레(Jules Henri Poincaré)는 ‘형광’물질들도 뢴트겐선과 비슷한 광선을 방출하지 않을까 연구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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뢴트겐과 베크렐. 뢴트겐의 X-선 발견이 베크렐의 방사능 발견에 영향을 끼쳤다. ⓒ위키백과

푸앙카레의 연구에 자극을 받은 파리의 베크렐(Antoine Henri Becquerel)도 미발견된 광선 사냥에 나서는데, 책상 서랍 속에 오랫동안 오랫동안 넣어 놓고 잊고 지낸 피치블렌드가 스스로 강력한 에너지를 방출(나중에 자발적 방사로 불릴 현상)한 사실을 우연히 발견한다. 뢴트겐선(X-선)은 진공관 안에서 전기에너지를 ‘투입’해 자극해주어야만 발생하는데 반해, 베크렐이 피치블렌드에서 발견한 이 미지의 에너지선(제2의 X–선이 될 뻔한)은 외부의 자극이나 에너지가 없이 ‘저절로’ 방출되는 특이한 에너지선이었다.

베크렐의 대학원생이었던 마리 퀴리는 우라늄(92U)에서 나온 것으로 보이는 이 에너지(우라늄선, 베크렐선이라 불렀다)의 근원을 찾기 위한 연구를 시작한다.

피치블렌드 속에서 에너지선을 발산하는 근원을 찾던 마리 퀴리는 뜻밖에도 우라늄뿐만 아니라 토륨(90Th)에서도 비슷한 에너지 선이 방출되는 것을 발견한다. 이때부터 ‘자발적인 방사선 방출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기존의 우라늄선이나 베크렐선이라는 이름을 대신해 ‘방사능(radioactivity)’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불렀다.

*방사능 radioactivity ← 프랑스어 radio(방사)-actif(활동성). 1898년에 퀴리부부가 작명.

방사능 위험 경고 표식. 방사능이란 주변으로 에너지를 방출하는 능력을 뜻한다. ⓒ위키백과

방사능 위험 경고 표식. 방사능이란 주변으로 에너지를 방출하는 능력을 뜻한다. ⓒ위키백과

피치블렌드를 계속 연구하던 퀴리는 피치블렌드가 방출하는 방사선양이 그 안에 함유된 우라늄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과잉의 방사선을 방출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처음에는 실험 잘못으로 요개 수 차례 재실험을 했지만 결과는 같았다. 마리는 생각을 바꾸어 피치블렌드 속에 우리가 미처 모르는 물질이 있고, 그것이 방사선을 방출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으로 생각한다. 이 때부터 남편 피에르도 연구에 참여한다.

1898년 7월, 마리의 예측대로 새로운 원자, 더구나 방사능이 우라늄보다 400배 강한 신물질을 발견한다. 마리는 이 원자를 폴로늄(84Po)으로 명명한다. 마리아 스콜로도프스카(마리 퀴리의 결혼 전 이름)의 조국인 폴란드를 기리는 이름이다.

*폴로늄 polomium ← 라틴어 Polonia(폴란드)+-ium(물질). 그러고 보니 폴로네이즈(polonaise)는 폴란드 춤곡이고, 폴로네이즈를 많이 작곡한 쇼팽 역시 폴란드 사람이다.

같은 해 12월에는 두 번째 방사능 물질이 발견되었다. 이것은 라듐으로 명명했다. 라듐은 정체불명의 광선 즉 방사선을 뿜어내는 물질이란 뜻이다.

*라듐 radium ← 라틴어 radius(광선, 바큇살) +-ium(물질).

하지만 보수적인 학계에서는 빛이나 열의 형태가 아닌 에너지 방출 현상인 방사능을 믿으려 들지 않았다. 부부의 신물질 발견도 인정하지 않았다. 연구자들이 주류 학계의 명망가들도 아니고 대학 교수도 아니었던 데다가 마리는 폴란드 출신의 여성이 아닌가? 하는 수 없이 퀴리부부는 자신들이 발견한 신물질을 상당량 추출한 후 그들의 눈 앞에 보여주는 수밖에 없었다.

피에르와 마리 퀴리. ⓒ위키백과

피에르와 마리 퀴리. ⓒ위키백과

하지만 이것이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물리학자들이 좀처럼 하지 않는 물리적(!) 노력 즉, 고강도의 육체 노동이 필요했다. 더구나 막대한 연구 자금도 필요했다. 당시에는 피치블렌드에 숨어있는 우라늄을 뽑아 유리 세공에 썼다. 우라늄을 첨가한 유리잔이나 스테인드 글래스는 열에 강하고 은은한 노란 빛을 냈다. 때문에 우라늄이 함유된 피치블렌드는 아주 비싼 광석이었다.

하지만 비싼 값에 비하면 피치블렌드에서 뽑아낼 수 있는 폴로늄과 라듐의 양은 매우 적었다(0.0001% 수준). 때문에 몇 그램의 라듐을 얻는 데에도 몇 톤의 피치블렌드가 필요했다. 그 돈을 어떻게 감당할까?

그런데 피에르가 피피블렌드를 채굴하는 광산에 알아보니 우라늄을 추출하고 남은 피치블렌드 찌꺼기는 쓰레기로 버리는 것이 아닌가! 피에르는 관련자들을 설득해 피치블렌드 1톤을 무상으로(더하여 후원자가 구입해준 폐기물 수 톤도) 공급받았다.

이후로 45개월 동안 부부는 광석(피치블렌드라고 쓰고 방사능 폐기물이라고 읽어야하는)을 끓이고, 독한 연기(라돈 가스)를 쐬면서 추출작업을 진행한다. 이름은 실험실이지만 시체를 두기에도 민망해서 버려둔 의학교의 인체해부학 실습실이 퀴리부부의 연구소였다. 환기도 안되고, 천장에서는 비가 새고, 한여름의 무더위와 한겨울의 엄동설한의 산고(産苦)를 겪으면서 마침내 1902년에 라듐 0.1 그램을 추출한다.

라듐을 연구하는 퀴리부부. ⓒ위키백과

라듐을 연구하는 퀴리부부. ⓒ위키백과

라듐의 원자량은 225로 결정되었다. 나중에 알려진 바로는 우라늄보다 100만 배가 강한 방사능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던 때였기에 퀴리부부는 라듐에서 나온 방사선을 쐬고, 라돈 가스를 마시며 연구에 몰입했다. 피에르는 마차사고로 일찍 세상을 떠났지만(46세) 마리는 말년에 혈액암에 걸려 세상을 떠났다(66세).

“이것은 라듐으로 만든 것입니가? 그렇지 않으면 메소토륨으로 만든 것입니까?

싫어요. 날 상관하지 말고 가만히 내버려 두세요.”

마리 퀴리가 세상을 떠나기 불과 몇 시간 전, 혼미한 정신 속에서 혼돈 속에서 세상에 남긴 마지막 말이다. 그녀는 첫 번째 노벨상(1903년, 물리학상)을 자연 방사선의 발견’으로, 두 번째 노벨상(1911년, 화학상)을 ‘라듐과 폴로늄의 라듐 및 폴로늄의 발견과 라듐의 성질 및 그 화합물 연구’로 받았다. 이렇듯 그녀의 연구 생활 대부분은 라듐과 함께 했기 때문에 정신줄을 놓는 그 순간까지도 라듐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마리 퀴리는 개인적으로는 사라져버린 자신의 조국 폴란드의 이름이 붙은 폴로늄이 더 유명해지길 바랬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의 이름을 폴란드 성(姓)이 포함된 마리 스콜로도프스카 퀴리(Marie Skłodowska Curie)로 불리길 원했던 것으로 보아 그녀의 조국애는 반감기도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라듐 발견 120주년인 올해 11월 7일은 마리 퀴리 탄생 152주년 생일이다. 어둠 속에서 은은히 빛나는 라듐과 정말 잘 어울리는 그녀의 삶을 조용히 추억해 보면 어떨까?

kkk

마리 스콜로도프스카 퀴리(Marie Skłodowska Curie)와 그녀의 자필 서명. ⓒ위키백과

마리 스콜로도프스카 퀴리(Marie Skłodowska Curie)와 그녀의 자필 서명. ⓒ위키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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