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10대 소년의 놀라운 발견들(3)

[과학기술 넘나들기] 과학기술 넘나들기(161)

10대 소년 시절에 중요한 발견을 한 이들은 대부분 훗날 뛰어난 수학자나 과학자가 되었지만,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다. 과학자가 아닌 평범한 학생도 놀라운 발견을 한 경우가 있는데,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음펨바 효과(Mpemba Effect)’이다.

음펨바 효과란 같은 냉각 조건에서 높은 온도의 물이 낮은 온도의 물보다 빨리 어는 현상을 지칭한다. 일반 사람들의 상식과는 다른 과학적 사실이라 예전에는 다소 생소하게 여겨졌으나, 최근에는 대중매체 등에서 자주 등장하면서 대중들에게도 비교적 알려지게 되었다. 즉 텔레비전의 과학 관련 프로그램뿐 아니라, 예능 프로그램 등에서도 매우 추운 극지방 등에서 뜨거운 물을 공중에 흩뿌려서 곧바로 얼음으로 변하게 만드는 음펨바 효과 실험 장면이 등장하곤 한다.

매우 추운 곳에서 흩뿌린 뜨거운 물이 바로 얼음으로 변하는 음펨바효과의 실험 장면 ⓒ Jill Wellington

음펨바 효과는 탄자니아의 중학생이었던 에라스토 음펨바(Erasto Mpemba)가 1963년에 처음 발견하였다. 즉 그는 학교에서 조리 수업 중에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실습을 하면서, 뜨거운 우유와 설탕을 넣은 혼합용액을 식히지 않은 채로 냉동고에 넣었다. 그런데 나중에 냉동고를 열어보니 충분히 식혀서 넣었던 다른 학생들의 것보다 자신의 것이 먼저 얼어서 아이스크림이 되어 있는 신기한 현상을 접하게 된 것이다.

호기심이 생긴 음펨바는 실험을 반복하여 동일한 결과를 얻었고,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이 사실을 알렸으나 그가 착각한 것이라고 핀잔을 받았을 뿐이었다. 고등학교에 진학한 음펨바는 학교를 방문한 물리학자 오스본(Denis G. Osborne) 교수에게 자신의 실험에 대해 알렸고, 오스본 역시 그 이유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동일한 실험을 해본 결과 음펨바의 얘기가 사실임을 알게 되었다. 오스본이 1969년 물리학 학술지에 이 연구결과를 발표함에 따라, 발견자인 10대 소년의 이름을 딴 음펨바 효과는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뜨거운 물이 차가운 물보다 빨리 얼 수 있다는 사실을 역사적으로 음펨바가 사상 최초로 발견한 것은 아니다. 고대 그리스 시대의 자연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 역시 이 사실을 알고서 관련 기록을 남겼고, 로저 베이컨(Roger Bacon)이나 데카르트(Descartes)와 같은 중세, 근대 철학자들 역시 관심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이는 자연과학적으로 탐구하여 그 원인을 밝혀낼 문제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철학적인 차원에서 설명할 문제로 보았던 것이다.

따뜻한 물이 차가운 물보다 빨리 어는 음펨바효과를 보여주는 그래프 ⓒ SVG version

음펨바 효과를 일으키는 이유가 무엇인지 밝혀내려는 연구가 본격화되면서 이후 숱한 물리학, 화학 논문들이 발표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40년이 넘도록 정확한 원리는 밝혀지지 않은 채 여러 가설들만 난무하였는데, 대체적으로 증발, 대류, 과냉각 현상 등을 들어서 설명하였다.

즉 처음에는 뜨거운 물은 분자 활동이 더욱 활발하여 증발이 잘 일어나므로, 질량이 작아져서 먼저 얼게 된다고 설명하는 이들이 있었다. 그러나 증발이 잘 일어나지 않도록 뜨거운 물을 밀폐해도 역시 음펨바 효과를 볼 수 있었기 때문에 그다지 설득력이 없었다.

그 후에는 차가운 물보다는 뜨거운 물에서 더 활발한 대류 현상이 원인의 하나로 꼽혔는데, 설령 대류에 의해 열을 잃는다고 해도 그것이 얼음이 될 정도까지 지속될 수 있는지 의문이기 때문에 이 역시 한계가 있었다. 또한 구름의 경우처럼 응결핵이 없어서 물이 섭씨 0도가 되어도 얼지 않는 과냉각 현상으로 음펨바 효과를 설명하려는 이론도 있었으나, 그 원인과 메커니즘을 제대로 규명하기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이다.

또한 이러한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뜨거운 물이 먼저 열을 잃거나 양이 적어져서 차가운 물보다 빨리 얼게 된다는 얘기도 있었다.

그러나 지난 2013년에 싱가포르의 연구팀은 물 분자에 작용하는 공유결합과 수소결합의 상관관계를 통하여 음펨바 효과의 원인을 규명하였다. 중학생이었던 음펨바가 처음 관찰한 지 무려 50년 만에야 그 비밀이 풀린 셈이다.

수소 원자 두 개와 산소 원자 한 개의 공유결합으로 이루어진 물(H2O) 분자는 또한 분자들 간의 수소결합으로 고체 또는 액체의 상태를 유지한다. 싱가포르 난양이공대학의 연구팀은 이러한 수소결합이 물 분자의 에너지 축적과 방출에도 관여한다는 사실을 입증했던 것이다.

음펨바효과의 원인으로 여겨지는 물 분자 간의 수소결합 길이 ⓒ GNU Free Documentation License

즉 뜨거운 물의 경우 물 분자들 간의 사이가 멀어지므로 수소결합의 길이 역시 길어진 상태인데, 물 분자 내 공유결합의 길이는 도리어 짧아져서 여기에 에너지를 축적한다는 것이다. 냉각 시에는 공유결합의 길이가 길어지면서 에너지를 방출하는 속도가 더 빠르기 때문에 더 먼저 얼음이 된다고 설명한다. 연구팀은 물의 초기 온도를 각각 다르게 한 뒤 냉각 시의 에너지 방출량을 측정하는 방식을 통하여 결국 음펨바 효과를 증명하였다.

한편 드물게 중학생 시절에 뜻밖의 발견으로 자연과학적 현상에 드물게 자신의 이름을 넣게 된 음펨바는 성인이 된 후에 과학자의 길을 걷지는 않았고, 국제연합 식량농업기구(FAO) 직원으로 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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