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사이버’, 아직 미완성의 기술

사이버넥티스, 정보론적 생명관 제시

사이버라는 단어가 이제는 친숙하다. 1980~90년대 사전에는 없었던 말인데, 어느새 너무 익숙한 말이 돼버렸다. 이뿐만이 아니다. 가상현실, 사이버스페이스 등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정작 우리는 이 말들이 품고 있는 뜻과 그 안에 함축된 사회문화적 현상을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상지대 문화콘텐츠과 홍성태 교수를 만나 궁금증을 풀어봤다.

사이버는 사이버네틱스에서 시작

“사이버라는 단어는 사이버네틱스라는 말에서 나왔습니다. 미국 수학자 위너가 1948년 ‘사이버네틱스’라는 저서를 세상에 내놓으면서 퍼지기 시작했다고 할 수 있지요. 물론 인조인간, 합성인간이라는 말은 이미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야말로 허무맹랑한 상상으로 여겨졌던 시대였어요.

그런 상황에서 위너는 확률론, 수학적 논리학, 알고리즘 등을 바탕으로 ‘사이버넥티스’가 이론적으로 구현될 수 있음을 수학적으로 입증을 해 큰 반향을 일으켰답니다.”

위너는 이 책을 통해 ‘정보론적 생명관’을 제시했다. 인간이 고등한 정신력을 가졌다는 사실만 제외하면 스스로 외부환경 정보 변화를 감지해 활동하는 사이버네틱스의 움직임과  변화를 감지해 두뇌에서 처리하고 그렇지 못하면 병에 걸리거나 죽는 인간의 신체기관은 별반 차이가 없다는 주장이다. 이는 후에 자동제어학에 영향을 줬다.

▲ 미국 수학자 위너는 ‘사이버네틱스’라는 저서를 통해 ‘정보론적 생명관’을 제시했다.


사이버네틱스는 사회학에서도 활용됐다. 인간의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 신체는 자동조절을 하게 된다. 예를 들어 상한 음식을 먹게 되면 설사나 구토 등으로 그 음식을 밖으로 배출한다. 사회도 마찬가지로 보는 경향이 생겼다고 볼 수 있다. 사회도 저항과 대항이 있지만 자동조절장치에 의해 항상성을 지닌 사회로 돌아온다고 본다.

즉 변화와 이상상태가 있지만 결국 사회는 균형으로 돌아온다고 생각하는 것. 극단적 이론의 확장으로 보수주의자들에게는 보존과 유지라는 사상적 바탕으로 이용되기도 했다. 그밖에도 사이버네틱스로 인해 당시 문화적으로도 공상과학 창작물들이 많이 쏟아져 나오기도 했다.

1960년대 들어서는 사이보그 개념이 등장했다. 사이버네틱스와 유기체(organ)가 합쳐진 단어로 미국의 우주개발 과정에서 나왔다. 우주복은 말이 옷이지 기계이다. 호흡에 따라 산소량을 조절하는 등 우리 생체에 따라 반응하는 특수복장이다. 그것도 인간과 별개가 아닌 서로 긴밀하게 연결된 하나의 시스템이다. 바로 그런 상태를 사이보그라고 부르게 됐다.

홍 교수는 “애초에 사이버넥틱스라는 말이 나왔을 때, 인간 지적능력과 유사한 인공두뇌를 가진 인조인간을 만드는 것으로 생각했지만 실제에서는 기계장치에서 도움을 받아서 인간의 능력을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구체화 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는 600만불 사나이, 소머즈가 나오게 되는 배경”이라면서 “사이보그는 다리 팔 눈을 기계로 만들어졌지만 이것들이 두뇌와 완벽하게 만들어져서 따로 조정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저절로 조절되는 인간”이라고 덧붙여 설명했다.

사이버스페이스는 ‘뉴로맨서’ 소설에서 등장

하지만 1970년대가 되면서 사이버네틱스에 대한 열기는 좀 수그러들었다. 뭔가 있는 듯 하지만 막상 피부에 닿는 결과물은 없었고, 단어나 뜻이 어려워서이기도 했다. 그러다가 윌리엄 깁슨에 의해 다시 되살아났다.

1984년 그의 소설 ‘뉴로맨서’ 때문이다. 미래 세계를 가상으로 설정한 이 작품에서는 인공지능 컴퓨터가 세상의 지배자로 나온다. 그런데 이 슈퍼컴퓨터가 세상을 지배하는 방법이 네트워크 통신망인 매트릭스를 통해서이다. 사람들도 프로그램의 세계를 실제 하지 않지만 진짜 세계로 알고 살아간다. 특수한 장치를 사용해 컴퓨터 프로그램과 우리 두뇌를 연결을 하기 때문에 한다. 그리고 이런 공간을 사이버스페이스라고 불렀다.

그런데 사이버 기술에 대한 기대를 더욱 부추긴 것은 80년대 초부터 보급되기 시작한 개인 PC가 80년대 말에 더욱 확대되면서였다. 깁슨 역시 당시 상황을 보면 상상하며 작품을 썼다고 한다. 얼마나 화제였냐면 타임지에서는 ‘PC혁명’이라 부르며 올해 인물로 설정하기까지 했다. 거기다 컴퓨터 통신망이 널리 확산되면서 그것이 조만간 가능해지는 것이 아니냐라는 확신마저 생기기 시작했다.

특히 자론러니어가 군대에 훈련용으로 현실과 같은 경험을 할 수 있는 시뮬레이션 장치를 만들겠다며 미육군과 계약을 하자 사이버 세상에 대한 기대는 더욱 고조됐다. 이때 자론레니어가 자신의 개발한 제품 이름이 가상현실이다.

“깁슨이 말한 사이버스페이스는 환상적이고 개념적인 공간이지만 우리는 심스팀이라는 특수장치로 프로그램 속으로 들어가 실제로 느끼는 공간입니다. 자론레니어가 말한 가상현실과도 어느 정도 일치한다고 볼 수 있지요. 하지만 현재 구현된 가상현실과는 좀 다르답니다. 자론레니어 역시 자신이 공언했던 것을 정확히 만들어내지 못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상지대 문화콘텐츠학과 홍성태 교수 ⓒiini0318

지금의 가상현실은 우리의 뇌를 속여 착각하게 만드는 것이라면 깁슨의 사이버네틱스는 프로그램과 정신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직접 느끼는 세상이라 점에서 차이가 있다. 정확히 보면 완전한 사이버네틱스는 아직은 이루어지지 않은 셈이다. 하지만 기대감은 여전히 높다.

그런데 정작 우리는 그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변화와 변동이 있지만 스스로 반응하고 처리하여 균형으로 되돌아가는 사이버넥티스의 정보론적 생명관의 핵심은 바로 자율적 주체인데, 인터넷을 보면 아직 ‘자율성’이란 단어가 무색할 때가 많다. 단순기능교육이 아닌 문화에 중심을 둔 소양기능과 정보교육이 필요한 이유이다.

“컴퓨터 통신망이 발달과 기술의 발전으로 수많은 시청각 자료를 직접적 표출능력이 역사상 가장 높은 시대입니다. 요새는 뛰어난 작곡이나 미술가가 아니더라도 프로그램을 이용해 표현이 가능해졌을 정도이니까요. 하지만 스스로 조절하는 능력을 키우는데 대한 노력은 얼마나 하고 있는지는 뒤돌아 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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