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흉터 제로’ 수술 가능해진다

[전승민의 미래 의료] ‘단일공’ 수술 넘어 첨단 로봇 활용한 ‘무흉터 수술기법’도 등장

“수술을 받아야 한다니, 커다란 흉터가 생기면 어떻게 하나요?”

“그럼 최신 로봇수술을 받아보시겠어요? 흉터가 조금도 생기지 않는 방법이 있어요.”

몇 년 후면 진료실에서 이런 대화가 오갈지 모른다. 의학의 발전에 따라 다양한 수술기법이 등장하고, 첨단 로봇기술 역시 등장하면서 ‘무흉터 수술’이 가능한 세상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수술의 역사, 흉터 크기 줄이기 위한 끊임없이 싸움

지금까지 수술을 받으면 흉터가 생기는 것을 피할 방법은 없었다. 성형수술 기법을 동원해 최대한 눈에 띄지 않게 만드는 방법은 있지만, 흉터 자체가 생기지 않는 수술 방법은 존재하기 어려웠다. 사람의 몸속 장기는 대부분 몸통 안에 있다. 과거에는 큰 수술을 받으려면 대부분 배나 가슴에 칼로 큰 상처를 내야 했다. 수술 자국을 크게 낸다는 것은 환자의 몸에 상처를 더 크게 입힌다는 뜻이다. 수술시간이 길어지니 장기 등이 공기에 노출되는 시간도 늘어나고, 감염의 위험도 크다. 회복 시간도 오래 걸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의학기술의 발전으로 이런 일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가장 먼저 등장한 것은 의사의 손재주에 기대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심장을 수술하고 싶다면 늑골 사이로 근육의 결에 따라 작은 상처를 낸 다음, 그 좁은 틈으로 여러 가지 도구를 넣어 수술해야 한다.

요즘엔 ‘내시경’을 많이 사용한다. 몸에 여러 개의 구멍을 뚫고, 그 사이로 가느다란 수술 도구를 집어넣어 병소를 제거한다. 구멍 몇 개만 뚫으면 거의 모든 종류의 수술을 할 수 있다. 복부 안쪽을 치료하면 복강경 수술이라고 부른다. 가슴 수술에 적용하면 흉강경 수술, 무릎 등의 큰 관절에 적용하면 관절경 수술이라고 부른다.

최근엔 구멍을 하나만 뚫는 ‘단일공(싱글포트)’ 수술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일명 ‘배꼽 수술’로 불린다. 환자의 배꼽 주위로 수술 구멍을 하나만 뚫고, 그 구멍으로 여러 개의 장비를 집어넣고 치료한다. 수술 후 봉합에 신경을 쓰면 흉터가 거의 보이지 않기 때문에 특히 여성들이 선호한다. 그 대신 수술 구멍이 비좁아서 환부까지 정확하게 수술 도구를 옮기기가 까다롭다. 구멍 하나로 기다란 수술 도구를 넣어야 하니 수술 도구가 X자로 교차해 들어가야 하고, 따라서 수술 도구를 쥐는 양손이 바뀌는 것도 문제다. 단일공 수술을 능숙하게 할 수 있는 의사를 찾기 쉽지 않은 까닭이다. 단일공 수술을 전문 의사들은 “수술이 까다로워 배우려는 의사가 많지 않고, 적합한 수술 도구도 찾기 어려운 것이 문제”라고 지적해 왔다.

일반 개복수술과 일반적인 내시경 수술, 단일공 수술의 차이점. 최신 기술을 적용할수록 흉터가 더 적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인튜이티브 서지컬

손재주로는 한계, 첨단 로봇기술로 극복

이런 문제는 각종 첨단 수술 장비가 등장하면서 차츰 극복되고 있다. 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인기 있는 수술로봇은 미국 인튜이티브서지컬사가 제작, 판매하고 있는 ‘다빈치’다. 내시경 수술을 간편하게 할 수 있도록 만든 로봇이다. 몸에 서너 개의 구멍을 뚫어 각종 수술 도구를 집어넣고 환부를 치료한다. 복강 및 흉강, 관절 등 거의 모든 부위에 사용할 수 있다. 메스로 기다란 상처를 낼 필요가 없어 회복이 빠르고 그만큼 입원 기간도 줄어든다. 의사의 손 떨림을 막아주고, 고성능 카메라도 몸속에 넣어 수술하기 때문에 생생한 입체영상을 보면서 화부를 수술할 수 있다. 복잡한 내시경 수술을 누구나 손쉽게, 안전하게 할 수 있는 세상이 온 것이다.

더구나 신형 다빈치 로봇은 단일공 수술 기능까지 제공한다. 이 로봇을 이용하면 양손이 바뀌는 일 없이, 흉터가 거의 없는 수술도 누구나 손쉽게 할 수 있다. 다만 수술비는 일반 단일공 수술보다 2, 3배로 비싸지지만, 이 역시 시간이 지나면서 대중화 단계를 거치며 점점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단일공 수술이 가능한 로봇 다빈치 Xi. ⓒ인튜이티브 서지컬

흉터 아예 없는 무흉터 수술도 등장

‘단일공 수술’보다 한 단계 더 진보한 ‘무흉터 수술’ 기법도 존재한다. 단일공 수술조차 배꼽 부위에 조금의 흉터는 남기기 마련인데, 이 수술의 경우는 겉으로 보기에는 수술 자국을 전혀 남지 않는다. 이른바 ‘무흉터 내시경(NOTE) 수술’로 불린다.

노트 수술은 우선 식도나 대장, 여성의 질 등으로 내시경 장비를 넣는다. 그다음 위벽이나 대장, 자궁벽에 구멍을 뚫고 나와 췌장이나 간, 담낭, 신장, 난소 등을 수술하는 식이다. 기관지나 식도를 뚫고 나가면 폐나 심장도 수술할 수 있다. 다만 수술을 할 수 있는 부위에 한계가 있다. 피부에 상처를 내지 않는 대신, 다른 장기에 새로운 상처를 만드는 식이라 수술로 얻을 수 있는 득실을 철저히 고려해야 한다.

NOTE 수술을 찬성하는 측은 “몸 안쪽에서 상처를 내는 것이라 출혈량, 세균 감염, 합병증 등의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고 회복도 훨씬 빠르다”고 설명한다. 반대로 NOTE 수술을 반대하는 전문가들은 “간을 치료하기 위해 위벽에 구멍을 뚫는 건 어불성설인 데다, 수술 자체도 매우 어려워 고려할 가치가 없다”고 까지 주장한다. 안전성 문제로 현재는 일부 국가에서만 제한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문제는 각종 로봇기술을 동원한 첨단 수술도구 등장으로 해결할 여지가 생긴다. 지난해 4월 권동수 KAIST 미래의료로봇연구단 교수팀은 내시경 수술로봇 케이-플렉스(K-Flex)를 개발했는데, 기존 수술로봇과 달리 몸속에 넣고 뱀처럼 이리저리 움직일 수 있는 ‘유연 로봇’ 형태라 장기 사이를 이리저리 피해 다닐 수 있다. 단일공 수술과 노트 수술에 모두 이용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연구팀은 이 로봇으로 살아있는 돼지의 담낭을 단일공 수술 기법으로 절제하는데 성공했다. 케이플렉스와 비슷한 ‘유연 내시경’ 장비는 과거에도 몇 종류가 있었지만 성능이 완전하지 않아 제한적으로만 쓰이며, 필요할 경우 전량을 수입에 의존해 왔다. 연구단 관계자는 당시 “NOTE 수술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많지만, 차세대 수술법에 대한 선택지가 될 수 있다”면서 “케이플렉스가 NOTE 수술에 적용할 수 있는 차세대 로봇이 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KAIST 연구진이 개발한 단일공 및 NOTE 수술용 로봇 ‘케이플렉스’의 모습 ⓒ 전승민

알약처럼 먹을 수 있는 ‘캡슐 로봇’의 성능도 점점 높아지고 있어서 기대해볼 만하다. 과거에는 내시경 대신 몸속 사진을 찍는 정도였는데, 최근에는 환부에 직접 약물을 분사하거나, 검사용 살점(검체)를 조금 떼어낼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 아직 수술에 적용할 단계는 아니지만, 간단한 수술 정도는 알약처럼 생긴 작은 캡슐 하나만 먹으면 해결될 여지가 있다.

앞으로 십수 년 정도가 더 흐른다면 누구나 “수술을 하는데 왜 흉터가 생기느냐?”고 생각하는 날이 올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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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댓글 (1)

  • 박한얼 2020년 9월 23일12:36 오후

    수술의 흉터가 나면 심리적으로 보기가 싫어서 개발되고 있는 시술법인데 점점 첨단방법으로 발전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수술하는 부위나 상태에 따라 한계가 있기는 하겠지만 상처치료기간을 줄여줄수 있는 좋은 방법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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