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후천성 면역현상의 비밀을 밝히다

[노벨상 오디세이] 노벨상 오디세이 (129)

면역 반응을 일으키는 능력은 인간 같은 고등 생물이 미생물의 공격에 대응하는 가장 중요한 방어 수단이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중국 공동조사단이 지난달 28일 공식적으로 발간한 보고서에 의하면, 코로나19는 새로운 것으로서 사람들이 이에 대한 면역력이 전혀 없으므로 남녀노소 모두 쉽게 감염된다. 또한 감염 이후 면역력의 생성 여부 역시 아직까지 밝혀진 게 없다.

바이러스나 세균 등이 외부로부터 침투했을 때 인체가 이에 맞서 싸우려면 그것이 자기(self)의 물질인지 아니면 비자기(non-self) 물질인지부터 먼저 구분해야 한다. 간이나 신장 같은 장기이식 수술 이후 거부반응이 일어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식된 장기를 환자의 면역체계가 ‘비자기’로 인식해 받아들이기를 거부하고 공격하기 때문이다.

후천성 면역 현상을 발견한 공로로 1960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프랭크 맥팔레인 버넷. ⓒ public domain

한편, 외부로부터 온 비자기 물질에 대한 공격 능력 못지않게 자기 물질에 대해서는 결코 반응하지 말아야 하는 능력도 매우 중요하다. 그럼 도대체 자기와 비자기 물질을 인식할 수 있는 능력은 어떻게 형성되는 것일까. 이에 대해 처음으로 해답을 제시한 이는 호주의 의사이자 바이러스 학자인 프랭크 맥팔레인 버넷(Frank Macfarlane Burnet)이다.

1899년 9월 3일 호주 빅토리아주 트랄라곤에서 은행 지점장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멜버른대학에서 의학을 공부해 1923년에 박사학위를 받았다. 바로 그해 버넷은 장티푸스에 대한 연구를 하기 위해 왕립 멜버른병원의 월터‧엘리자홀 연구소에 들어갔다.

면역 성질에 대한 이론 정립

1926년 영국 런던의 리스터 예방의학연구소에서 연구한 후 다시 호주로 돌아온 그는 영국의 피터 메더워가 화상으로 인한 피부이식 과정에서 규명한 면역 현상에 대한 연구를 기반으로 1949년에 면역 성질에 대한 이론을 정립했다.

메더워는 세포의 면역 반응이 개개인의 유전적 구성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는 사실을 밝혔다. 그럼 면역 반응을 일으키는 능력, 즉 면역성도 이처럼 유전으로 결정되는 걸까. 하지만 태아에게는 면역성이 전혀 없다. 태아가 면역 능력을 갖추기 위해선 출생 후 몇 주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에 대해 프랭크 버넷은 자기 물질을 인식할 수 있는 능력은 유전되는 것이 아니라 태아 시기에 조직이 발달하면서 면역성이 습득되는 것이라는 주장했다. 즉, 조직 발달 과정에서 자기 물질과 계속 접촉하게 되어 그 특징을 기억하고 인식하도록 학습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외부 물질의 특징을 적절한 때에 태아에게 노출할 경우 그것을 자기 물질로서 인식할 수도 있다. 이 같은 후천성 면역 내성은 메더워 박사가 생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실제로 입증됐다.

후천성 면역 내성의 발견은 실험생물학에 새로운 장을 열어주었을 뿐 아니라 암이나 유전학 연구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프랭크 버넷은 피터 메더워와 공동으로 1960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클론선택설과 면역감시체계이론 발표

프랭크 버넷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대한 연구도 많이 했다. 1935년 호주에서 A형 독감 바이러스를 분리시킨 그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변이 및 그 변이 속도에 대한 논문을 발표했다. 1946년에는 닭의 배아에서 바이러스를 배양하는 기술을 고안했으며, 1947년에는 비브리오 콜레라에 존재하는 수용체 파괴 효소를 발견했다. 나중에 이 효소는 인플루엔자에 의한 감염을 상당히 예방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또한 그는 인플루엔자와 가금류 전염병을 일으키는 일부 바이러스를 물속에서 파열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기도 했다. 그는 바이러스를 연구하는 면역학적 방법과 바이러스 감염에 관한 면역학의 복잡한 세부 사항에 대한 지식을 증가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57년에 발표한 클론선택설과 1967년에 제시한 면역감시체계이론 역시 빼놓을 수 없는 그의 중요한 연구 업적이다. 클론선택설이란 바이러스나 세균 등의 감염을 방어할 항체 생산 세포가 활성화되지 않은 상태로 원래 존재해 있다가 병원균이 들어오면 이 세포를 자극해 많은 항체의 생성을 촉진한다는 이론이다.

또한 그는 우리 몸에 매일 수천 개의 암세포가 생긴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하지만 면역체계가 생체 내에서 암세포가 생기는 것을 감지하고 이를 제거한다는 것이 ‘면역감시체계이론’이다. 그가 제기한 이 이론으로 인해 면역을 이용한 암치료에 대해 긍정적인 분위기가 조성되기 시작했다.

이처럼 바이러스학과 면역학 분야에서 큰 업적을 남긴 그는 호주가 낳은 가장 창조적이며 생산적인 과학자로 칭해졌다. 하지만 그는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오점을 남기기도 했다.

그는 1947년 폭증하는 동남아시아의 인구를 가장 효과적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열대지방에는 확산되지만 호주에서는 확산되지 않는 생화학무기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사실은 호주 국가기록원에서 발견된 비밀문서에 의해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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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댓글 (1)

  • 박도영 2020년 3월 5일1:44 오후

    마지막 문단에서 이미지가 깨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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