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명저 읽기] 과학명저 읽기 31
물리학도들 사이에 내려오는 전설에 따르면, 디랙은 한 강연에서 상대론적 파동방정식을 유도하고는 “나머지는 … 화학입니다”라고 끝맺었다고 한다. 디랙의 논문에서는 그렇게 오해할 만한 구절이 있기는 하지만, 실제로 그가 정확히 그런 말을 하는 것을 들었다는 기록은 찾지 못했다. 하지만 풋풋한 학부 시절에도 일반화학 교과서가 지겨워질 때면, “나머지들”이 귀찮게 한다고 툴툴대던 기억이 뚜렷하다. 사실 그 시절 화학도들은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었다.
쪼잔한 실험세팅을 해놓고 아침부터 저녁때까지 들락날락 지키고 있는 일을 뭐가 좋다고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 놈의 수많은 화합물 명칭을 어떻게 외는지. 한켠 천재라고 감탄하면서도, 그런 지루한 일에 정력을 쏟는 것은 정말 이상했다. 그래도 물리랑 그나마 비슷하기는 하니 나름 가치 있는 일이겠거니 여겨주면서도, 너무나 달라서 외경심마저 드는 생물학도들 만큼이나 존중하는 마음은 그다지 생기지 않았다. 이런 치기와 무지가 약간이나마 깨졌던 것은 대학원 시절에 친구의 권유로 로알드 호프만의 <같기도 하고 아니 같기도 하고 >를 읽은 덕분이었다.
사실 화학은 이처럼 폭넓은 분야도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폭이 넓다. 화학과, 화학공학과는 물론이고 섬유고분자공학과, 식품공학과 등등 공과대학과 농과대학의 여러 학과들이 실은 넓은 의미로 말하는 “화학”의 지류들이도 하다(물론 지류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그래서인지 화학을 소개하는 대중서들은 세계적으로도 종류가 다양하고, 우리말로도 여럿이다. 그 중에서도 발군은 래리 고닉의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화학(궁리, 2008)>인 듯하지만, 유스투스 리비히 이래 근대화학의 본고장인 독일에서 펴낸 <화학으로 이루어진 세상 (에코리브르, 2007)>도 꾸준한 베스트셀러라고 한다.
고닉은 언제나 그렇듯 유머러스하게 핵심을 참 절묘하게 표현한다. 물질의 성분에서 화학반응, 산과 염기, 그리고 유기화학까지 화학의 전반적인 개요를 체계적으로 살펴보려면 고닉의 카툰이 여전히 제일인 듯하다.
독일화학자협회가 2003년 화학의 해 기념 도서로 펴낸 <화학으로 이루어진 세상>은 제목 그대로 화학의 다양한 기여와 성과를 보여준다. 화학이 우리의 일상물품에 얼마나 속속들이 들어와 있는지를 일별하기에 참 좋다. 그래도 화학과는 인연이 먼 나 같은 사람에게 화학책 한 권을 추천해달라는 부탁을 받으면 여전히 호프만의 책을 권하게 된다. 책으로 읽는 지식은 배우면 되는 것이고, 화학의 중요함과 유용성은, 당연히 사실이니까, 선뜻 동조해주면 그만인 듯싶기 때문이다.
소개도서 : 알드 호프만 지음, 이덕환 옮김, <같기도 하고 아니 같기도 하고>, 까치, 1996 |
(2806)
로그인후 이용 가능합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서울대 연구진이 포함된 국제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지능형 '전자피부' 개발에 성공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KAIST 조성호 전산학부 교수와 서울대 고승환 기계공학부 교수, 미국 스탠퍼드대 제난 바오(Zhenan Bao) 교수 공동 연구팀이 이 같은 성과를 전기·전자 분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일렉트로닉스'(Nature Electronics)에 29일 게재했다고 밝혔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과총)는 '올해의 10대 과학기술 뉴스'에 국내 개발 우주발사체 '누리호' 발사 성공과 수학자 허준이의 필즈상 수상 등을 선정했다고 28일 밝혔다. 과총은 과학기술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한 해의 주요 연구개발 성과와 사회적으로 주목받은 과학기술 등을 매년 선정해 발표하고 있다.
오태석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은 우리나라 첫 달 궤도선 다누리의 달 궤도 진입 성공을 발표하면서 "대한민국의 과학기술이 지구를 넘어 달에 닿았다"고 28일 밝혔다. 오 차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지난 8월 5일 지구를 출발한 다누리는 145일간의 항행 끝에 달에 도착했다"며 "이제 대한민국은 세계 일곱 번째 달 탐사 국가로서 우주탐사 역사에 첫발을 내디뎠다"고 말했다.
정부가 내년에 우주항공청을 설립하고 우주산업 육성에 나선다. 또 민관이 협력해 국가전략 기술을 본격 육성하고, 양자나 첨단 바이오 등 신기술 분야의 생태계 조성에 힘쓴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28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이러한 내용의 2023년 업무계획을 보고했다.
한국재료연구원(이하 재료연)은 국민투표를 거쳐 올해의 우수 연구성과 '탑3'를 선정했다고 29일 밝혔다. 재료연은 기관의 대표 연구성과를 조명하고 과학기술에 대한 국민 공감대를 높이기 위해 국민투표 방식을 통해 우수 연구성과를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미역, 다시마 등과 같은 갈조류(brown algae)가 대기 중 이산화탄소(CO₂)는 숲처럼 많이 흡수하고 주변 생물이 분해하기 까다로운 점액 형태로 방출해 온실가스를 장기 격리하는 지구온난화 시대의 '원더 식물'로 제시됐다. 독일 막스플랑크협회에 따르면 산하 '해양미생물학연구소' 연구팀은 갈조류의 배설물을 분석해 탄소 순환 과정에서 많은 양의 CO₂를 장기간 제거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NAS)에 발표했다.
내년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서 러시아 패배부터 현재와 같은 전황 지속까지 전문가들의 전망이 엇갈렸다. BBC는 2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해 영국, 미국, 이스라엘의 전문가 5명의 전망을 전했다. 마이클 클라크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 전 소장 겸 엑시터대 전략연구소(SSI) 부소장은 이번 봄 러시아의 공격이 관건이라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