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화성에 운하가 있다고 착각했던 이유?

[이름들의 오디세이] 이름들의 오디세이(92) - 화성의 지리학(1)

화성에서 활동할 로버 ‘퍼시비어런스(Mars Rover Perseverance)’의 발사 준비가 착착 진행되고 있다. 오늘 7월에 발사하여 내년 1월부터 화성에서 활동할 예정이다. 퍼시비어런스에는 23개의 카메라와 두 대의 마이크로폰, 그리고 헬리콥터 ‘인제뉴티(Ingeuity)’가 탑재된다. 화성의 고해상도 사진은 물론이고, 화성의 소리도 듣고, 처음으로 화성의 하늘(?)에서 소형(1.8Kg) 헬리콥터가 날게 된다.

퍼시비어런스란 ‘인내심’, 인제뉴티란 ‘창의성’을 뜻한다. 이미 이전에 보냈던 4개의 화성 로버(탐사차)에는 소저너(Sojourner), 오퍼튜니티(Opportunity), 스피릿(Spirit), 큐리오시티(Curiosity)라는 이름이 붙었다. 각각 단기 체류자, 기회, 정신, 호기심을 뜻한다.

화성 로버 큐리오시티. 제주항공우주박물관. ⓒ 박지욱 사진

퍼시비어런스란 이름은 어린 학생들을 대상으로 열린 작명 공모전을 통해 선정되었다. 이 이름을 보낸 중학생은 혹독한 환경의 화성에서 활동할 로버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인내심’이라 생각해서 이름을 지었다고 밝혔다.

화성은 참 특이한 행성이다. 평균 거리는 2억 2500만 킬로미터로 달까지의 거리보다 600배나 멀다. 현재 인간의 로켓 기술로는 편도 여정으로만 대략 200일이 걸리는, 생각보다는 먼 행성이다. 밤하늘에서 붉은빛으로 밝게 빛나는 화성은 오래전부터 동서양을 막론하고 주목을 받았다.

화성을 동양에서는 형혹성(熒惑星)으로 불렀는데, 불길한 별이란 뜻이다. 그리스-로마 신화에서는 아레스(Ares)/마스(Mars)로 불렸는데 ‘전쟁의 신’이다. 붉은빛 때문에 화성은 불길하다는 누명을 썼다.

달의 얼룩무늬들은 맨눈으로도 볼 수 있어 일찍이 달 지도가 그려졌지만 화성은 망원경이 등장한 후에나 표면 관측이 가능했다. 천문학자들은 망원경으로 화성 표면을 살펴보고는 달처럼 밝은 곳과 어두운 곳으로 뒤섞인 얼룩무늬를 발견했다. 그리고 그것을 옮겨 지도를 만들었다. 지구의 지리학(geography, 대지의 여신 Gaea+그리다  graphy), 달의 지리학 (selenography, 달의 여신 Selene+그리다 graphy)에 해당하는 화성의 지리학(areography, 전쟁의 신 Areos+ 그리다 graphy)이 이렇게 탄생했다.

화성 지도는 1840년에 나왔다. 이 지도에는 a, b, c, …라는 식별부호가 붙여졌다. 1867년에 나온 지도는 허셜, 로키어, 카시니, 후크 같은 과학자들의 이름을 지명으로 붙였다.

하지만 대표적인 화성 지도는 1877년에 이탈리아 천문학자 스키아파렐리(Giovanni Schiaparelli, 1835~1910)가 만든 것이다. 스키아파렐리 역시 밝은 곳과 어두운 곳을 구분했고, 이를 각각 뭍과 물로 생각했다.

물은 다시 나누어 라틴어로 바다(mare), 호수(lacus), 늪지(palus)로 불렀다. 이렇게 뭍과 물을 나누고 서양의 고전(古典)에서 가져와 지명을 붙였다. 뭍의 이름에 헬라스(Hellas), 엘리시움(Elysium), 므네모니아(Mnemonia), 제피리아(Zephyria), 아라비아(Arabia), 에덴(Eden), 그리고 영화 ‘마션’에 등장한 아시달리아 평원 등이 보인다. 바다는 홍해(紅海), 사이렌의 바다, 오로라 만(灣) 등이 있다.

스키아파렐리의 1877년 화성 지도와 화성 표면 위성 사진. ⓒ 위키백과

이후로도 화성 관측이 활발해지면서 많은 지명들이 속속 더해졌다. 1958년에 IAU(국제천문연맹)가 화성 지명을 128개로 정리하는데, 그중 105개는 스키아파렐리가 붙인 이름이었다.

스키아파렐리는 두고두고 논란거리가 될 ‘화성 운하’를 발견한 사람으로도 기억된다. 스키아파렐리는 화성의 적도 근방에서 긴 직선들이 이리저리 이어진 것을 보았다. 그는 이것을 ‘canali’라고 불렀는데, 이탈리아어로 ‘물길(水路)’이란 뜻이다. 하지만 이것이 영어로 번역되면서 ‘canal’이 되었는데 ‘운하(運河)’란 뜻이다. 물길과 운하는 엄연히 다르다. 운하는 인공적인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운하라는 말을 듣자마자 화성에 운하를 건설할 지적 생명체 즉 화성인을 상상하기 시작했다.

따지고 보면 스카아파렐리가 화성 표면을 관측하던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 지구는 ‘대운하의 시대’였다. 수에즈, 파나마, 미국의 오대호에 운하가 건설되었다. 지구인들도 이제 지형을 바꾸는 거대 토목 공사를 통해 물길을 만드는데, 지구와 여러모로 환경이 비슷한(?) 화성에도 화성인 문명이 있지 않을까? 그들도 문명을 발전시켜 대규모 운하를 만들지 말라는 법이 없지 않은가? .

특히 미국의 천문학자인 로웰(Percival Lowell, 1855~1916)은 스키아파렐리의 화성 관측과 잇따른 화성 열풍에 몸이 달았다. 로웰은 애리조나의 한 언덕을 ‘화성 언덕(Mars Hill)’으로 명명하고 그곳에 대규모 천문대를 세웠다. 그리고 화성 표면을 관측하고 지도를 그렸다.

로웰은 스키아파렐리의 운하를 거대한 관개-용수시설로 생각했다. 로웰은 화성인들이 운하를 통해 극지의 얼음을 적도 지방으로 운송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두 사람은 열심히 수로와 운하에 이름을 붙였다. 인더스, 유프라테스, 요르다니스(요단강), 닐러스(나일), 스틱스 등 지구에 실재하거나 신화에 등장하는 강의 이름들이었다.

그런데 운하들은 며칠 사이에 없어지고 새로 생기기도 했다. 그 정도로 신속히 운하를 만들 정도라면 지구인보다 더 앞선 문명을 이룬 존재들이 아닐까? 그렇지 않아도  꺼림칙한 붉은 행성인데, 로웰도 슬슬 화성인들이 두려워졌을까?

로웰이 그런 생각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1897년에 나온 웰스(Herbert George Wells)의 ‘우주전쟁(The War of the Worlds)’에는 확실히 그런 생각이 드러났다. 그 이야기는 고도로 발달된 문명을 이룬, 화성인이 지구와 전쟁을 일으킨다는 이야기다.

웰스의 화성 운하 지도 ⓒ 위키백과

‘우주 전쟁’ 표지. ⓒ 위키백과

하지만 잘 아는 것처럼 로웰은 틀렸다. 20세기에 들면서 천문학자들은 화성에는 물이 없다는 결론을 내린다. 운하처럼 보인 것은 모래 폭풍이 만들어낸 착시 효과였다. 계절에 따라 크기가 달라져 숲으로 여긴 곳도 있지만 그 역시 모래 폭풍의 장난이었다. 화성에는 지적인 존재 대신, 지구인이 상상할 수 없는 강력한 모래 폭풍이 있었다.

–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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