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차도 되고, 구급차도 되는 자전거

[인류를 지키는 적정기술] 인류를 지키는 적정기술 (27) 빅보다와 잠바로

소득 수준이 낮은 저개발 국가 주민들은 의식주 외에도 일상 생활에서 많은 불편을 겪는 일이 많은데, 대표적으로는 운송 수단의 부족을 꼽을 수 있다. 도로와 철도 같은 교통 인프라가 부족하다 보니 자동차나 기차 등을 이용하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이 같은 열악한 교통 상황에 한 줄기 빛이 되어 주는 운송 수단이 있다. 바로 자전거다. 자전거라고 해서 우리들이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자전거는 아니다. 저개발 국가 주민들이 이용하는 자전거는 때때로 환자를 이송하는 응급차 역할을 하거나, 무거운 짐을 배송해주는 화물차 역할을 맡는 등 다용도로 활용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한번에 3~4명의 어린이들을 태울 수 있도록 빅보다는   ⓒ inhabitat.com

한번에 3~4명의 어린이들을 태울 수 있도록 빅보다는 ⓒ inhabitat.com

내구성 튼튼해 한번에 여러명 태울 수 있는 자전거

엔지니어인 ‘로스 에반스(Ross Evans)’는 업무 차 아프리카 케냐를 방문했다가 대부분의 주민들이 마땅한 이동수단이 없어서 고생하고 있는 상황을 목격했다. 알고보니 이동수단이 없어 고생하는 사람들이 케냐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10억 명이 넘는 저개발 국가 주민들이 시장이나 병원처럼 생활에 꼭 필요한 시설에서 멀리 떨어진 채 살다 보니, 이런 시설들을 구경조차 제대로 해보지 못한 채 지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에반스는 대부분의 주민들이 아무리 먼 곳이라도 걸어서 간다는 점과 외부로부터 기증받은 자전거가 있어도 거친 지형으로 인해 쉽게 고장이 난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래서 2~3명의 사람은 너끈히 태울 수 있고, 왠만한 무게의 화물도 손쉽게 실어 나를 수 있는 자전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귀국 즉시 월드바이크(Worldbike)라는 NGO 단체를 설립한 후, 그의 뜻에 공감하는 사람들과 함께 다용도 자전거 개발에 나섰다. 그리고 마침내 케냐 현지에서 구상했던 튼튼한 자전거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월드바이크가 첫 선을 보인 다용도 자전거의 이름은 ‘빅보다(Big Boda)’이다. Boda는 아프리카 전역에서 사용되고 있는 자전거 택시의 이름인 ‘보다보다(Boda Boda)’에서 가져왔다.

빅보다는 기존 자전거로는 엄두도 낼 수 없는 화물을 실어 나를 수 있다  ⓒ inhabitat.com

빅보다는 기존 자전거로는 엄두도 낼 수 없는 화물을 실어 나를 수 있다 ⓒ inhabitat.com

에반스 대표는 “보다보다는 원래 블랙맘바(Black Mamba)라는 브랜드의 자전거를 활용했는데 고장이 잦고 내구성도 약해서 유지비용이 많이 들어간다는 단점을 갖고 있었다”라고 밝히며 “특히 브레이크 기능에 문제가 있어서 여러 사람들이 다치는 사고가 자주 일어나는 관계로 신뢰를 잃었다”라고 지적했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빅보다 자전거는 내구성이 좋고, 기어와 브레이크의 성능이 안정적이다. 또한 짐을 싣는 부분을 길게 늘여서 어린이 같은 경우 한 번에 3~4명이 앉을 수 있는 공간을 확보했다.

빅보다가 선을 보인 이후 호평이 이어지자 주민들은 물론, 기존에 보다보다 자전거 택시를 운영하던 업체들마저 앞다투어 기존의 블랙맘바 자전거에서 빅보다 자전거로 변경하는 사례가 늘어났다.

이 같은 추세에 대해 에반스 대표는 “빅보다가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예상치 못한 결과도 나왔다”라고 전하며 “아기가 아플 때 즉시로 원거리에서 의료 인력을 데려올 수 있게 되면서 영유아 사망자 수가 줄어들게 되었고, 학생들이 도보로 학교에 갈 때보다 등교 시간이 짧아지면서 공부할 시간이 생겨나 진학률이 높아졌다”라고 말했다.

빅보다를 사용하면서 어린이들만 좋아진 것이 아니다. 어른들도 빅보다가 새로운 운송수단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점에 대해 만족하고 있다. 빵이나 꽃처럼 부피는 크지만 무게가 가벼운 제품은 물론, 물고기처럼 값이 비싸고 안전하게 운반해야 하는 상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품을 운송할 수 있게 되면서 경제적 혜택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빅보다의 활약상이 늘어나자 에반스 대표는 환경 쪽에도 눈을 돌려 빅보다를 슬럼가의 쓰레기 문제 처리에 투입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UN에서 생활환경 개선을 전담하는 기구와 협력하여 쓰레기를 옮길 수 있는 친환경 용도의 자전거를 구상하고 있는 중이다.

의료 분야에 특화된 앰뷸런스 자전거

에반스 대표가 다용도 자전거로 저개발 국가 주민들의 생활을 윤택하게 만들고 있다면, 캐나다의 산업디자이너인 ‘베노아 앙지보(Benoit Angibaud)’는 의료 분야에 특화된 앰뷸런스 자전거를 개발하여 눈길을 끌고 있다.

앙지보 디자이너가 개발한 앰뷸런스 자전거의 이름은 ‘잠바로(Jaambaaro)’다. 일종의 자전거 구급차인 잠바로는 운전석 역할을 하는 자전거 뒤로 응급 환자를 누일 수 있는 간이 침상이 부착되어 있다.

그는 “구급차의 들 것처럼 간이 침상과 자전거의 분리가 가능하기 때문에 응급환자 발생 시 보호자가 직접 침상에 환자를 싣고 병원으로 호송할 수 있다”라고 소개하며 “구급 차량이 거의 없고, 있다 하더라도 도로 관리가 부실한 탓에 병원으로의 이동이 어려운 상황에서 잠바로는 주민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안겨주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잠바로는 일종의 자전거 구급차다 ⓒ Momentum Mag

잠바로는 일종의 자전거 구급차다 ⓒ Momentum Mag

최근 들어서는 성능이 개량된 잠바로가 개발되고 있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자전거 차체의 상부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여 태양광을 새로운 동력원으로 사용하게끔 만드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앙지보 디자이너는 “잠바로는 성인 두 명이 힘껏 페달을 밟는다 해도, 환자 무게와 자전거 차체의 하중 때문에 쉽게 가속이 붙기는 힘들다”라고 설명하며 “하지만 한 낮에 태양광을 흡수하여 비축해 둔 에너지가 잠바로의 동력원으로 함께 쓰인다면 쉽게 가속을 붙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1409)

뉴스레터 구독신청
태그(Tag)

전체 댓글 (0)

과학백과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