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호모 사피엔스가 살아남은 비결(3)

과학기술 넘나들기(140)

2019.12.06 10:26 최성우 객원기자

아프리카에서 처음 출현하여 한때 멸종의 위기를 넘긴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는 이후 다른 지역으로도 이주하여 전 세계에 퍼져 나아가게 되었다. 호모 사피엔스는 그 와중 다른 호미닌과 불가피한 생존 다툼을 벌여야 했는데, 마지막까지 이들과 경쟁을 한 종이 바로 네안데르탈인(Neanderthal Man)이다.

강인한 신체를 지녔던 네안데르탈인의 화석 ⓒ 120V.Mourre

강인한 신체를 지녔던 네안데르탈인의 화석 ⓒ 120V.Mourre

네안데르탈인은 약 35만 년 전에 유럽에서 처음 나타나 서아시아와 유럽 등지에서 오랫동안 생존을 해왔으나 2~3만 년 전에 멸종을 하고 말았다. 이들이 지구상에서 갑자기 자취를 감춘 이유는 오랫동안 논쟁이 계속되면서 최근까지도 새로운 학설과 연구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

즉 이들의 멸종 이유로는 호모 사피엔스와의 경쟁에서 패배하여 밀려난 것이라는 전통적인 설명 이외에도 갑작스러운 기후 변화에 적응하지 못했다든가, 각종 질병에 의한 절멸 또는 근친교배로 인한 인구 감소 등을 주로 꼽을 수 있다. 또는 한 가지 이유가 아니라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멸종에 이르렀을 수도 있다.

또한 네안데르탈인이 현생 인류와 가장 가까운 근연종이라는 것은 확실하지만, 네안데르탈인과 호모 사피엔스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오랫동안 논란이 되어 왔다.

즉 호모 속의 별개의 종으로서 ‘호모 네안데르탈엔시스(Homo neanderthalensis)’라는 학명으로 표현해야 할지, 호모 사피엔스의 아종(亞種, Subspecies)인 ‘호모 사피엔스 네안데르탈렌시스(Homo sapiens neanderthalensis)’로 봐야 할지 쉽지 않은 문제였던 것이다.

네안데르탈인을 호모 사피엔스의 아종으로 본다면, 크로마뇽인 등의 현생 인류 역시 호모 사피엔스의 아종의 하나로서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Homo sapiens sapiens)라고 부르는 것이 맞다.  그러나 유전자 분석 결과 이 둘은 상당히 다른 특성을 지니고 있으므로 네안데르탈인과 호모 사피엔스를 별도의 종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의견이다.

네안데르탈인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뭉툭한 코에 큰 머리, 다부진 체격 등인데, 이들의 머리 크기 즉 두뇌 용적은 현생 인류보다 10% 정도 더 컸던 것으로 밝혀졌다.

두뇌가 크다고 해서 꼭 정비례해서 지능이 더 높다고 말하기는 어렵겠지만 아무튼 네안데르탈인은 현생 인류 못지않게 머리가 좋았던 것은 분명하며, 체격 역시 근육질의 강인함 몸을 지니고 있었다. 따라서 개별적으로 맞붙었다면 호모 사피엔스는 네안데르탈인을 도저히 이길 수 없었을 것이다.

또한 네안데르탈인들은 정교하게 제작된 석기 및 각종 도구를 사용할 줄 알았고 시신을 매장하는 풍습을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네안데르탈인의 두개골 중에서 설골, 즉 혀의 근육조직과 후두를 연결해 주는 부분을 조사한 결과, 이들이 언어를 사용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밝혀졌다.

즉 네안데르탈인은 신체적 조건이 호모 사피엔스를 능가했을 뿐 아니라 지능 및 문화적 수준 역시 호모 사피엔스에 못지않게 높았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모 사피엔스는 살아남은 반면, 네안데르탈인은 사라지고만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네안데르탈인의 멸종 이유가 반드시 호모 사피엔스 때문이라고만 단정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나 호모 사피엔스가 유럽에 진출한 지 얼마 안 되어서 오래전부터 그곳에 살던 네안데르탈인이 빠르게 자취를 감춘 사실에 미뤄볼 때, 호모 사피엔스와의 경쟁이 커다란 원인의 하나였음은 타당하다고 볼 수 있다. 또는 두 호미닌 종이 전투 등의 직접적인 경쟁을 하지는 않았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환경 변화 등에 호모 사피엔스는 잘 적응하여 생존한 반면에, 네안데르탈인은 적응에 실패해서 멸종했다고 볼 수 있다.

두 호미닌 종의 운명을 가른 가장 중요한 요인은 역시 ‘사회성’의 차이였다고 볼 수 있다. 튼튼한 몸을 지녔던 네안데르탈인은 크고 사나운 동물들도 근거리 사냥을 주로 감행하였기 때문에, 그들의 뼈 화석에는 부상과 골절의 흔적이 많이 남아있다. 반면에 뼈가 가늘고 근육도 약한 호모 사피엔스는 큰 동물을 사냥하기에는 역부족이어서 처음에는 작은 사냥감을 잡아서 연명하는 데에 급급하였을 것이다.

창을 멀리 발사할 수 있는 도구인 아틀라틀 ⓒ 위키미디어

창을 멀리 발사할 수 있는 도구인 아틀라틀 ⓒ 위키미디어

그러나 호모 사피엔스는 도구 등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킴으로써 신체적 약점을 극복하고 삶의 질을 극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었다.

예를 들어 호모 사피엔스의 유적지에서는 아틀라틀(Atlatl)이라 불리는 창 발사 기구가 많이 발견되는데, 이를 사용하면 창을 두 배 이상 멀리 던질 수 있어서 원거리 사냥이 가능하다. 네안데르탈인들이 사용한 석기는 수십만 년 동안 거의 발전이 없었던 반면에, 호모 사피엔스의 석기 및 각종 도구는 후대로 갈수록 훨씬 날카롭고 다양하며 성능이 뛰어난 것들이 나타났다.

네안데르탈인이 이루지 못한 도구의 혁명을 호모 사피엔스가 이루어낸 것은 그들이 단순히 지능이 더 높았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유대와 협력을 통하여 훨씬 큰 집단을 형성하여 살았던 것과 큰 관련이 있다.

즉 기껏해야 열대여섯 정도의 가족 단위 집단으로 살아갔을 네안데르탈인에 비해, 호모 사피엔스는 수백 명 이상의 큰 집단에서 함께 생활하면서 사회적 관계가 중요하게 작용하였다.

따라서 호모 사피엔스는 획기적인 도구의 발명 역시 훨씬 수월하게 촉진되었을 뿐 아니라, 발명된 새로운 도구를 자신이 속한 집단을 넘어서 인근의 다른 집단에게도 전달하여 널리 확산시켜서 종족 전체의 생존에 큰 기여를 하게 된 것이다.

반면에 네안데르탈인은 설사 새로운 도구를 발명하였다고 해도 그 성과가 작은 집단에 그칠 뿐, 더 이상 확산되지 못했을 것이다. 따라서 네안데르탈인은 사냥 능력 등에서 결국 열세에 처했을 뿐 아니라, 급격한 기후 변화 등이 닥쳐왔을 때에 빠르게 적응하기 힘들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3만5천년된 호모 사피엔스의 두개골 화석 ⓒ GNU Free Documentation License

3만 5000년된 호모 사피엔스의 두개골 화석 ⓒ GNU Free Documentation License

이들 두 종의 사회성의 차이는 그들의 뇌에도 증거가 남아있다.

즉 사회성과 두뇌의 발달 간의 관계를 면밀히 연구한 학자에 의하면, 네안데르탈인이 비록 두뇌가 더 컸지만 시력을 담당하는 뒷부분이 더 발달해있는데, 시각 정보 처리를 통하여 어두운 환경에서도 잘 볼 수 있었을 것이라 한다.

반면에 호모 사피엔스는 두뇌 용량은 도리어 약간 작지만 앞부분인 전두엽과 두정엽이 더 발달해있다고 한다. 이는 사회적 관계와 밀접한 부분으로서, 호모 사피엔스는 큰 집단에 속해 살면서 공동체의 협력과 의사소통 등이 중요시되었기 때문이다.

요컨대 호모 사피엔스가 약점을 극복하고 최종 승자가 된 비결은 육체적 강인함도, 개별적 지능 수준 때문도 아닌, 높은 사회성을 통한 연대와 소통, 혁신 덕분이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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