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혈압이 조절되는 원리를 찾다

[과학자의 연구실] [인터뷰] 황철상 포스텍 생명과학과 교수

현대인의 건강 적신호 주범으로 불리는 심혈관 질환. 의학이 발전한 현대에 이르러서도 상당수의 사람들이 겪고 있는 이 질환은 고혈압이 주 원인으로 지목되곤 한다. 대체적으로 고혈압의 원인은 생활습관이나 식습관 등이 이유로 거론되지만 환경적 요인과 유전적 요인 등도 영향을 미치고 있어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진 바가 없다.

이런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혈압을 조절하는 핵심 단백질 Rgs2의 기전을 밝혀내 주목을 받고 있다. 황철상 포스텍 생명과학과 교수팀이 해당 연구를 진행, 그 결과는 과학분야의 권위지로 불리는 ‘사이언스(Science)’ 지 에 3월 13일자로 게재됐다.

황철상 교수(가운데) 연구팀. ⓒ 황철상

황철상 교수(가운데) 연구팀. ⓒ 황철상

효과적인 심혈관 질환 치료제 개발을 위해

고혈압 치료를 위해 이뇨제나 교감신경 차단제, 칼슘 길항제 등이 처방되고 있긴 하지만 장기간 약물복용이 필요할 뿐 아니라 그에 따른 부작용 역시 심각해 부작용 없는 효과적인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고혈압에 대한 새로운 관점의 이해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황철상 교수의 연구 결과는 고혈압과 동맥경화, 협심증 및 뇌졸중 같은 심혈관 질환의 원인 규명뿐 아니라 부작용 없는 효과적인 치료제 개발에 새로운 단초가 제공될 것으로 기대를 받고 있다.

“우리 몸의 상태에 맞춰 혈압을 정확하게 조절하는 것은 건강과 직접 관련돼 있습니다. 고혈압이나 저혈압 같은 증상들이 빈번하게 심혈관계 질환이나 다른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현재까지 혈압 조절과 관련된 연구가 상당히 많이 이뤄지고 있는 상태에요. 우리 몸의 혈압 조절 과정은 세포 외부로부터 자극을 받아 세포 내부로 신호를 전달하는 ‘G-단백질 신호 전달 과정’이 관여하고 있습니다. 특히 신경 전달 물질이나 호르몬 등이 G-단백질 연결 수용체(G-protein coupled receptor)와 세포 안의 G-단백질(G-protein)을 통한 일련의 신호 전달 과정들을 거쳐 혈관이 수축되면서 혈압이 상승한다고 알려지고 있죠. 이 과정에서 ‘Rgs2 단백질’은 G-단백질 신호 전달 과정을 억제하는 하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세포 안에 있는 Rgs2 단백질의 양에 따라 G-단백질 신호 차단 정도가 달라지면서 혈압이 조절되는 거죠.”

황철상 교수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Rgs2의 세포 내 양이, ‘아세틸화’ 라는 화학적으로 치환된 단백질의 한쪽 끝 N-말단을 특이적으로 인식해 단백질을 분해하는 아세틸화/N-말단 규칙 경로(Ac/N-end rule pathway)에 의해 이뤄진다는 것을 처음으로 밝혔다. 뿐만 아니라 현재까지 효모에서만 보고된 아세틸화/N-말단 단백질 분해 규칙 경로가 사람에게도 존재한다는 것을 규명했다.

“혈압 조절과 관련해 Rgs2 단백질의 중요성이나 G-단백질 신호 전달과정을 차단하는 기작에 대해 많은 연구 결과가 보고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세포 내 Rgs2 단백질의 양이 혈압 조절에 있어 중요하다는 것 역시 알려져 있지만, 대부분의 연구가 Rgs2 단백질 합성의 전 단계라고 할 수 있는 Rgs2 유전자 발현 조절이나 Rgs2 단백질 자체의 활성 조절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어요. Rgs2의 세포 내 분해에 대한 연구는 거의 없었죠. 특히 Rgs2 단백질이 세포 내에서 분해된다 하더라도 그 분해를 결정하는 Rgs2의 운명을 결정하는 단백질 분해 신호나 그 분해 신호를 직접 인식해서 단백질 분해를 매개하는 기작을 이해할 수 있는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실험방법들이나 아이디어는 전혀 없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황철상 교수팀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도출해야겠다고 생각했다. Rgs2 단백질의 기능 조절과 분해의 관련성을 암묵적으로 제시한 기존 연구결과 중 일부 고혈압 환자들에게서만 보이는 돌연변이 Rgs2 단백질들의 세포 내 수치가 정상 Rgs2보다 많이 떨어져 있다는 점에 흥미를 보였다.

“돌연변이 Rgs2 단백질은 특히 두 번째 아미노산 서열이 글루타민(glutamine)에서 루신 (leucine)이나 아르기닌(arginine)으로 치환돼 있었습니다. 두 번째 아미노산 돌연변이에 관심을 가졌던 이유는 제가 칼텍에 있는 세포 내 단백질 분해 분야를 개척하신 바르샤브스키 교수님 연구실에서 박사후연수 과정에 있을 당시 단백질의 두 번째 아미노산에 의해 영향을 받은 N-말단 잔기의 아세틸화 정도 때문에 단백질을 분해가 조절된다는 아세틸화/N-말단 규칙 경로를 발견해 2010년 ‘사이언스’지에 발표한 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연구 결과를 토대로 다음 연구도 진행했어요. 고혈압 환자에서 발견된 Rgs2들도 두 번째 아미노산이 돌연변이가 돼 있기 때문에 2010년 발견한 아세틸화/N-말단 규칙에 의해서 Rgs2가 분해될 것으로 예상했죠. 루신으로 치환된 Rgs2 돌연변이 단백질은 정상 Rgs2보다 굉장히 빨리 분해됐는데 이것은 우리가 이미 효모에서 발견해 세계 최고의 과학저널 중의 하나인 ‘셀’ 지에 2014년에 발표했던 N-말단 메티오닌 단백질 분해 신호에 의한 단백질 분해 현상과 정확히 일치했어요.”

혈압 조절에 중요한 G-단백질 신호 전달 조절인자 Rgs2 분해 과정 ⓒ 한국연구재단

혈압 조절에 중요한 G-단백질 신호 전달 조절인자 Rgs2 분해 과정 ⓒ 한국연구재단

단백질 분해, 우리 몸에서 무슨 일을 하나

황철상 교수는 평소 세포 내 단백질의 분해과정에 대해 매우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세포 내 단백질 분해가 세포 주기 조절, 신호전달, 발달과정, 스트레스 조절과 면역반응 등 다양한 생명현상을 유지하는 근본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만큼 몸의 ‘근원’을 파헤치고 싶어서다.

“세포 내 단백질 분해 이상은 각종 암과 퇴행성신경질환, 감염, 자가면역질환 및 다양한 휴먼질환의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최초로 발견한 아세틸화/N-말단 규칙과 단백질 합성 개시신호인  N-말단 메티오닌이 세포 내 단백질의 운명을 쥐고 있는 단백질 분해 신호라는, 우리 연구실에 발견한 실험 결과들을 토대로 앞으로 이들의 작용기전과 생리적인 역할을 자세히 이해하고 싶습니다. 이를 통해 단백질 분해 이상으로 발병하는 각종 질환들을 이해하고 치료하는 데 새로운 단초를 제공하고 싶어요.”

이번 연구 역시 황 교수가 그동안 갖고 있던 바람에서 시작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N-말단 규칙 경로에 의한 단백질 분해를 연구하면서 단백질의 분해, 특히 아세틸화/N-말단 규칙 경로에 의한 분해가 원인 불명이거나 만성인 질병들의 치료에 대한 새로운 대안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격적으로 연구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단백질 분해와 질병 사이의 뚜렷한 연관성을 밝혀내는 것은 쉽지 않았다. 황 교수는 “여러 시행착오를 겪다가 2010년에 아세틸화/N-말단 규칙 경로의 존재를 효모에서 처음 발견하고, 뒤이어 2014년 연구 결과로 그 가능성을 처음으로 엿볼 수 있었습니다. 이 발견들을 토대로 선행 보고된 연구와 우리가 진행하고 있던 연구의 결과를 재해석하는 과정에서 세포내 혈압 조절인자가 Rgs2가 우리가 이전에 발견한 단백질의 분해 신호 및 경로와 질병의 연관성을 가장 명확하게 보여줄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죠.”

물론 연구 과정은 고되고 힘들었다. 무엇보다 단백질 분해 연구는 실험과 해석 모두가 상당히 어려운 편인만큼, 한 번에 뚜렷한 결과를 얻기가 힘들기에 다양한 조건에서 실험결과에 대한 끊임없는 고찰이 필요하다. 연구 대상인 단백질의 세포 내 기능에 따라 연구 방향 역시 달라지기에 기능에 대한 공부 역시 필요하다. 황 교수는 “모든 연구 과정은 힘들지만 그래도 이 모든 것들이 톱니바퀴처럼 정교하게 맞물리며 초기에 구상한 생각과 정확히 일치하는 것을 확인할 때 연구자로서 가장 환희를 느끼게 된다”고 이야기 했다.

“이번 연구 역시 그러한 기대감을 갖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명확한 원인을 알 수 없는 본태성 고혈압에 의한 혈압 조절의 이상은 줄곧 순환계 장애를 통한 심혈관 질환으로 이어졌기에 심각성이 강조됐습니다. 하지만 확실한 치료가 힘들어 약물을 계속 복용해야 했고 약물 복용에 따른 부작용도 적지 않았어요. 이번 연구가 혈압 이상과 관련된 여러 심혈관 질환들을 단백질 분해 조절이라는 새로운 시각에서 조명하는 계기가 돼 원인규명과 치료제 개발에 새로운 대안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앞으로 생명 현상의 근원적 원리를 끊임없이 질문하는 연구자고 되고 싶다는 황철상 교수. 그는 부단한 연구를 통해 기존의 방법으로는 이해할 수 없었던 복잡한 생명 현상을 설명하고 다양한 휴먼질환들의 원인 규명이나 치료제 개발에 기여하고 싶다며 앞으로의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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