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 슈미트 알파벳(구글의 모회사) 회장은 지난 11월 캐나다에서 열린 핼리팩스 국제보안포럼에 강연자로 등장해 “사람들이 가장 원하는 로봇은 설거지 로봇이며, 인공지능이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기보다는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는 낙관론을 폈다. 일자리 위협에 대한 여러가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글로벌 리더인 슈미트 회장의 긍정 발언은 관심을 모은다. 그는 “인공지능 기술은 의사들의 의사 결정에 도움을 주고 과학자들의 문제 해결에도 도움을 준다”며 스스로를 ‘일자리 낙관주의자(job optimist)’로 칭하기도 했다.
이에 반해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그룹의 마윈 회장은 다른 시각을 내비친다. 최근 ‘중국기업인클럽’ 주최 컨퍼런스에 등장해 “30년안에 타임지 표지에 로봇이 최고의 CEO로 등극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해 화제가 됐다. 많은 CEO가 머지않은 미래에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로봇 경영자에게 자리를 내줄 수도 있다는 경고성 메시지다. 특히 “장기적으로는 로봇이 인간에 유익하겠지만 앞으로 30년간 인류는 행복보다는 고통을 경험하게 될 것”이며 인공지능의 능력 개선으로 일자리 감소가 현실화될 것이라는 위기론을 폈다.
로봇과 인공지능 발전에 따른 일자리 논쟁은 올해 지구촌을 가장 뜨겁게 달군 주제 중 하나다. 시장 분석 기관별로, 업종별로 저마다 다양한 관점의 전망 보고서를 내놓고 있으며 기술을 리딩하는 오피니언 리더들까지 논쟁에 가세하고 있다. 지난 2013년 ‘700여개 직종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47%가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것’이라는 옥스포드 보고서가 나온 이후 로봇 자동화와 일자리 이슈는 5년동안 한시도 쉬지 않고 이슈의 중심에 섰다.
올해 가장 주목할만한 지점은 이미 산업과 기업 현장에서 로봇과 알고리즘이 기존 일자리를 대체하고 있는 추세다. 인공지능, 로봇, 빅데이터 등의 기술이 점점 고도화하면서 실제 수행할 수 있는 업무 범위가 넓어지고 있는 것이 주요 배경이다. 특히 최근에는 임금 격차 문제나 교육 전환 문제까지 거론되고 있어 로봇과 일자리 논쟁이 대안찾기에 나선 모양새다.
최근 발표된 보고서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것은 맥킨지다. 맥킨지는 2030년까지 세계 근로자 가운데 최대 8억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13년밖에 남지 않은 가까운 미래를 두고 전세계 직업 인구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인력이 일자리를 잃는다는 다소 충격적인 내용이다. 전세계 46개국, 800개 직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로 미국의 경우 3900만~7300만개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물론 자동화에 투자할 여력이 없는 인도 등의 국가는 영향이 한 자리수에 그칠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에 국한되긴 하지만 영국 ‘왕립예술학회(RSA:the Royal Society of Arts)’의 조사한 결과도 비슷한 비율을 보인다. 현행 노동인력의 15%에 달하는 4백만개의 일자리가 향후 10년 안에 로봇과 자동화 시스템으로 대체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RSA는 금융/회계, 교통/물류, 제조, 미디어/마케팅/광고 등 분야 일자리가 다른 분야보다 자동화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RSA는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이 택시 운전사나 물류창고 직원 등 많은 일자리를 빼앗아가겠지만 재미없는 일을 없애고, 생산성을 높이면서 노동자의 임금 수준을 향상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업 단위에서 자동화 투자와 고용 연관성을 보여주는 사례들도 나오고 있다. 자동화 투자를 많이 하면서도 고용을 늘리고, 주가도 오르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자동화가 기존 인력을 대거 대체하는 금융사도 있다.
로봇 자동화에 가장 공격적인 투자를 하고 있는 기업은 단연 아마존이다. 아마존은 올해에만 7만 5000대의 로봇을 새로 도입했지만 전체 인력은 지난해보다 40% 증가한 14만 6000명으로 파악됐다. 미국 업체 가운데 7번째로 종업원을 많이 고용하는 기업으로 손꼽힌다. 하지만 이를 미국 소매업 전체로 확대하면 일자리는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인터넷 매체 쿼츠의 분석에 따르면 아마존과 경쟁관계에 있는 소매 업체들의 고용 인력은 전년대비 1% 감소할 전망이다. 수치로 보면 총 17만개 일자리로 전체 소매업의 고용은 2만 여명 감소한 것이다. 지난 2009년 이후 소매산업계에서 고용인력이 감소하는 것은 처음이다.
하지만 유통업에서의 로봇 도입에 대해 위기감이 그리 크지는 않은 것 같다. 월마트가 재고관리에 활용하고 있는 선반 스캐닝 로봇에 대해서도 인간 직원을 대체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포브스가 전문가들의 견해를 조사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월마트의 재고관리 로봇은 인간 직원을 대체하기보다는 직원을 자유롭게 하고 고객에게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도록 해준다고 보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는 직원을 해고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으나 “로봇은 품절 상황을 파악할 수는 있지만 문제를 바로 잡는 것은 인간”이라며 노동자는 여전히 중요하다는 것이다.
도이치뱅크의 CEO인 존 크라이언은 기술이 대량의 해고를 불러올 것이라는 공격적인 발언으로 주목받았다. 크라이언은 “현재 9만 7000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지만 앞으로 머신러닝과 기계화를 통해 절반까지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크라이언의 발언이 중요한 것은 단지 계획이나 예측이 아니라는 점이다. 도이치뱅크는 2015년말 5년 구조조정 계획의 일환으로 9000명 직원을 해고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이후 지금까지 약 4000개 일자리를 없앴다. 인력 조정에도 업무가 차질이 없는 것은 기술이 이를 커버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앞으로 대체될 위험에 처해있는 직원 수에 대해서도 역시 ‘큰 규모’라고 밝혔다.
최근 일자리 이슈는 임금 문제와 전환 교육 문제로 서서히 옮겨가고 있다. 인공지능과 자동화 도입으로 일자리 대체가 이뤄진다면 이에 대비해 근로자들의 고용 조건 유지와 새로운 일자리를 위한 교육 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어차피 개별 기업 단위의 선택을 강제할 수 없는 만큼 중요한 것은 변화에 빨리 대비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동안 로봇은 일자리를 직접 대체하지 않더라도 일자리 증가를 억제했으며 중간급 숙련 노동자의 임금을 낮추는 주요 요인이 됐다. 유럽의 제조 강국 독일은 지난 20년 동안 산업용 로봇 수를 4배로 늘리면서도 인간의 일자리를 줄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1994년에서 2014년 사이 약 27만 5000개의 풀타임 제조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었으나 로봇이 이를 가로막은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해고된 노동자는 없지만 임금이 줄어든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미국 국가경제분석국(NBER)의 보고서 ‘로봇과 일자리: 미국 노동시장에서의 확인(Robots and Jobs: Evidence from US Labor Markets)’에서도 비슷한 분석이 나온다. 1990-2007년 사이 산업용 로봇 도입으로 로봇 한 대당 평균 6.2명이 일자리를 잃었는데 더 중요한 것은 로봇이 추가될 때마다 직원 1000명당 평균 임금이 0.25~0.50% 가량 하락했다는 것이다.
정혁 KISDI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제조 분야에서 이미 자동화가 상당부분 이뤄졌고 비정규직이 많기 때문에 양적으로 급감하지는 않는다해도 노동의 질이 문제가 된다”며 “일자리의 수보다 노동의 질 문제에 보다 큰 관심을 갖고 디지털 전환을 위한 사회적 책임과 대화를 이뤄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육 문제도 중요하다. 최근 가디언지는 리걸테크가 확산되고 있는 현실에서 더 이상 법학생들에게 전통적인 커리큘럼만으로 교육을 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법무법인 크립스 LLP(Cripps LLP)의 ‘크리스티나 블랙로(Christina Blacklaws)’는 인공지능과 머신러닝이 법률 서비스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한다면 현재 법학 학위는 시대에 뒤떨어져 있다”고 말했다. 최근 법률가 지망생들이 대형 로펌이 아닌 구글이나 페이스북에서 인턴십을 하고 있는 것도 변화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회계 자동화가 거세게 일어나고 있는 중국에서는 금융 인재의 학습과 육성 방식을 바꾸자는 목소리가 높다. 금융지식뿐 아니라 외국어에 컴퓨터 공부까지 해야하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 난징재경대학 회계단과대 야오원윈 학장은 “재무 로봇의 출현은 대학의 인재 육성 모델에도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며 “외국의 회계법 공부는 물론 외국어 수준 등 종합적인 역량을 갖춰야만 로봇의 공세를 막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RSA의 분석 보고서를 집필한 ‘베네딕트 델롯(Benedict Dellot)’은 “인공지능과 로봇이 노동자간 격차를 해소하고, 저임금 3D 직종 등 노동 시장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자동화가 경제적인 불평등과 인구론적인 차원의 편견을 공고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AI의 행동을 이끄는 윤리적인 프레임워크를 만들고 근로자들의 경험을 풍요롭게 하는 ‘착한 기술’에 적극 투자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봇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어쩌면 로봇은 우리 안으로 이미 들어와있는지도 모른다. 젊은 세대는 쇼핑할 때 사람보다는 로봇에 지불하는 것을 더 선호한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영국의 조사 기관 월드페이(Worldpay)가 21~34세 연령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응답자 중 3분의 2가 사람 대신 기계를 통해 지불하는 것이 더 편하다고 응답했다. 슈퍼마켓, 상점과 식당 등에서 향후 셀프서비스 체크아웃 서비스를 도입하고 지불 관련 필요 직원 수를 줄이는 것은 이용자 요구일 수도 있다.
공장이나 사무실에서 일하는 근로자들도 이미 로봇을 동료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코봇이라 불리는 협업 로봇은 이미 많는 공장과 작업장에 확산됐으며 노동자들은 펜스없이 이들 로봇을 만지며 함께 일한다. 가끔은 자신의 일을 도와주는 로봇이 고맙다고 느낄 때가 있다는 반응도 있다. 뉴저지주 로빈스빌에 위치한 아마존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22살의 미국 청년 ‘크리스토퍼 무스코(Christopher Musco)는 “나는 로봇, 기계들과 함께 일한다. 이곳은 하이테크 빌딩이며 내가 여태까지 본 것 중 가장 좋다”고 뿌듯해한다.
이와 함께 인공지능 로봇이나 소프트웨어에 여성적인 이름이나 인격을 부여하는 사례도 다수 등장한다. 자신들의 일자리를 빼앗아갈 수 있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실제 업무 현장에서는 자연스럽게 파트너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인도 뱅갈로르에 위치한 금융기관 ANZ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로봇 동료에게 락슈미(Lakshmi)라는 여성스런 이름을 붙였다. 일본생명보험은 ‘로보미-짱‘이란 이름을 지어주었고 영국 런던 보험 관련 회사인 엑스체인징(Xchanging)은 ’파피(Poppy)’라는 애칭을 붙였다. ANZ의 관리이사인 ‘판카잠 스리데비(Pankajam Sridevi)‘는 “일부 직원들은 인공지능 로봇에 창가 자리를 선뜻 내어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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