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이기에 정신적인 부담을 감당하기 더 어려웠을까. 존 내시(John Nash)와 쿠르트 괴델(Kurt Friedrich Gödel)은 천재 수학자로 세상에 이름을 알렸지만 이들은 현실과 망상의 경계 속에서 서성이다 죽음을 맞이한다.
수학자 존 내시는 게임이론으로 수학과 경제학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했으나 일생의 반을 현실과 망상을 구별하지 못하며 조현병과 싸워야 했다.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Gödel’s incompleteness theorems)’를 통해 물리학, 컴퓨터 과학, 철학 등 다양한 분야에 영향을 끼친 천재 쿠르트 괴델은 극도의 불안 증세에 시달리다 결국 굶어 죽었다.
수학자로서 경제학 발전에 공헌한 존 내시
게임이론을 수학적으로 접근한 연구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아 유명해진 존 내시. 하지만 그는 특이하게도 경제학자가 아니라 수학자다.
존 내시가 도출해낸 내시 균형(Nash equilibrium)은 기존 게임이론에 획기적인 발전을 가져왔다.
게임이론은 모든 게임(경기)에서 경쟁상대의 반응을 고려해 자신의 행위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서의 의사결정 형태를 연구한 이론으로 1928년 또 다른 천재 과학자 폰 노이만에 의해 연구가 시작됐다.
폰 노이만은 경제학자 오스카 모겐스턴과 함께 1944년 ‘게임이론과 경제적 행동’이라는 책을 출판하며 게임이론을 세상에 알렸다. 존 내시가 폰 노이만의 게임이론에 자신의 이론을 더한 것은 1950년 22살 어린 나이에 쓴 박사 논문에서였다.
존 내시는 폰 노이만과 모겐스턴이 연구한 것보다 더 다양한 종류의 상황에서 적용할 수 있는 ‘내시 균형’ 개념을 제시했다. 내시 균형이란 상대 전략에 대응하여 자신의 이익을 최대화하는 선택을 하면 경쟁자가 선택을 바꾸지 않는 일이 반복되다 균형 상태에 놓이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그는 내시 균형으로 1994년 미국의 경제학자 존 C. 하사니와 독일의 수학자 라인하르트 젤텐과 함께 노벨 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한다.
그는 전설적인 수학 천재였다. 19살에 카네기 공대 학사 및 석사학위를 받고 프리스턴 대학원에 진학하려던 존 내시를 위해 추천서를 써줬던 지도교수 리처드 러핀 교수는 추천서에 “존 내시는 수학 천재입니다(He is a Mathematical genius)”라고 한 마디만 적을 정도였다. 내시는 이 한 줄짜리 추천서로 프린스턴 대학원에 진학한다.
러핀 교수의 말처럼 내시는 천재적인 재능을 발휘하며 불과 31세라는 젊은 나이에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 종신교수직을 확정받고 1958년에는 필즈상 후보에도 오르는 등 수학계의 루키로 떠올랐다. 하지만 내시는 편집적 망상과 불안 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결국 망상과 불안, 환청이 심해지면서 교수직도 포기해야 했다. 조현병 진단을 받고 교수직에서도 물러난 내시는 이후 30여 년 동안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며 병마와 싸웠다.
내시는 1998년 출간된 소설과 동명의 영화 ‘뷰티플 마인드(2001)’의 주인공으로 대중적인 인지도를 얻었지만 여전히 생활고에 시달렸다. 2015년 아벨상 수상자로 선정되었을 때는 메달보다 받을 상금을 더 기뻐했다는 후문이다.
조현병과 싸우며 고군분투하던 천재의 마지막은 외롭고 쓸쓸했다. 내시는 아벨상을 수상한 후 부인과 함께 택시를 타고 가다가 교통사고로 사망한다. 그 이듬해에는 노벨경제학상 메달이 경매에 나왔다.
아인슈타인도 독살됐다 믿고 아사한 쿠르크 괴델
괴델이 23세에 발표한 ‘불완전성 정리’는 20세기 수학계를 뒤흔드는 이론이었다.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에 따르면 ‘수학에서 증명도 부정도 할 수 없는 명제가 반드시 존재한다. 산술을 형식화한 무모순적인 논리체계에서는 참이지만 증명할 수 없는 수학적 명제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수학적 명제는 증명을 통해 진리를 밝힐 수 있다고 믿었던 당시 수학계에서는 괴델의 이론을 부정했지만 이내 두 손을 들어야 했다.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는 기존 수학계의 관념을 뒤집는 획기적인 성과물이었다.
괴델은 물리학에도 탁월한 천재성을 보인다. 아인슈타인과 27살의 나이 차이를 뛰어넘어 우정을 나누며 상대성이론에 빠져있었던 괴델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서 중력장 방정식의 해를 구한다.
이 해에는 일시적 인과율의 고리를 만들어내는 ‘닫힌 시간 꼴 곡선(closed timelike Curve)’이 등장한다. ‘닫힌 시간 꼴 곡선’이 의미하는 것은 균일한 속도로 회전하는 우주에서는 원운동만 해도 원래 시간과 장소로 되돌아올 수 있다. 바로 시간 여행이 가능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천재 수학자 괴델은 기이하게도 굶어 죽었다. 뛰어난 재능을 가졌지만 괴델은 늘 우울했다. 친하게 지내던 아인슈타인이 사망한 후에는 큰 충격으로 인해 편집증과 공황장애가 더욱 심해졌다. 망상과 대인기피증으로 인해 아무도 만나지 않다가 독살이 될 수 있다는 두려움에 음식을 거부하기에 이른다. 친애하는 아인슈타인의 죽음도 독살이라고 믿었다. 결국 괴델은 1978년 먹지 못해 겨우 29㎏의 몸무게로 사망한다.
탁월한 수학적 재능을 가진 두 천재는 극도로 불안한 증세와 편집적 망상에 빠져 힘들게 살았다. 무엇이 이들을 그토록 불안하고 현실과 다른 망상 속에 서성이게 한 걸까. 일반인들은 그 내면의 작은 조각도 짐작하기도 어렵다. 그저 너무 뛰어난 천재들이기에 스스로 만들어낸 완벽한 세계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짐작만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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