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헬륨과 파라솔의 공통점은?

[이름들의 오디세이] 태양과 관련된 이름 기원 찾기

이제 한 풀 꺾이긴 했지만, 올 여름 폭염은 무서운 기세를 보였다.

더위에 관한 갖은 기록들이 죄다 갈아치워졌다. 온열 질환자의 수도 16일 기준 4천301명을 기록했다. 사망자는 48명에 이른다.

해의 신은 헬리오스 → 아폴론 → 아폴로로 바뀌었다.  ⓒ 박지욱 / ScienceTimes

해의 신은 헬리오스 → 아폴론 → 아폴로로 바뀌었다. ⓒ 박지욱 / ScienceTimes

온열 질환들 중 가장 치명적인 것은 열사병(heat stroke)이다. 환자는 의식이 없고, 체온은 40도를 넘지만 땀은 흘리지 않는다. 초응급 상황이다.

‘stroke’이라는 병명은 일격을 당해 쓰러지듯 갑자기 닥치는 병을 말한다.

 

stroke 뇌졸중(腦卒中)

heat stroke 열사병(熱射病)

 

열사병 중 해의 직사광선을 맞아 생기는 것이 일사병(日射病; sun stroke, heliosis)이다. 병명인 ‘heliosis’는 태양의 신 헬리오스(Helios)의 이름에서 왔다.

 

일사병; 헬리오시스 heliosis ← 태양의 신 헬리오스 Helios

 

헬리오스는 크레타의 왕 미노스의 아내 파시파에의 친정 아버지이다. 그리스 신화의 이런저런 이야기에서 카메오처럼 잠깐씩 등장하지만 정작 헬리오스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이번 원고에서는 ‘해’를 상징하는 헬리오스에 대해 알아보자.

우리가 잘 아는 그리스 신화의 12 올륌포스 신들이 세상을 호령하기 이전에는 크로노스(Chronos)를 위시한 티탄(Titan) 12신들이 세상을 다스렸다.

하이페리온 아파트. ‘높은 존재’란 뜻이다. 서울 상공에서.  ⓒ 박지욱 / ScienceTimes

하이페리온 아파트. ‘높은 존재’란 뜻이다. 서울 상공에서. ⓒ 박지욱 / ScienceTimes

그 중에 빛의 신 휘페리온(Hyperion)은 슬하에 헬리오스(Helios), 셀레네(Selene), 에오스(Eos)를 두었다. 빛의 신의 자녀답게 각각은 해, 달, 새벽의 신이 되었다. 로마 신화에서는 솔(Sol), 루나(Luna), 오로라(Aurora)가 그 일을 맡았다.

 

휘페리온 ← hyper- (높은) + on(존재); 높은 존재

하이페리온(hyperion) 위성; 1847년에 발견된 토성의 제7 위성이다. 감자 모양이고 한반도 크기다. 하이페리온은 휘페리온의 영어식 발음.

 

참고로 휘페리온의 이름에서 나온 hyper- 은 ‘높은(高)’ 것을 의미하게 된다.

 

hypertension 고혈압

hyperbaric 고압

hyperthermia 고온

hyperacute 아주 급성인

hyperactivity 과잉행동

 

하늘에 두 개의 태양이 있을 수는 없는 법. 티탄 신들과 올륌포스 신들은 세상의 지배권을 두고 건곤일척의 전쟁을 벌였다.

그 결과 티탄 신들이 지고, 올림포스 신들의 세상이 되었다.

이후 헬리오스와 셀레네는 자신의 자리를 제우스의 아들과 딸인 아폴론(Apollon)과 아르테미스(Aretemis)에게 빼앗겼다. 로마신화에서는 아폴로(Apollo)와 디아나(Diana)가 그 일을 맡았다.

 

세대 교체

헬리오스/솔 (helios/Sol) → 아폴론/아폴로(Apollon/Apollo)

셀레네/루나(Selene/Luna) → 아르테미스/디아나(Artemis/Diana)

 

그래도 헬리오스의 이름은 길이 남아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 앞 글자인 helio-은 나중에 해(日)를 뜻하게 된다.

 

heliocentrics 해를 중심으로 우주가 돈다는 학설; 지동설.

geocentrics 지구를 중심으로 우주가 돈다는 학설; 천동설.

heliotaxis 태양을 따라가는 성질. 주일성(走日性), 향일성(向日性)

helianthus 해+꽃 = sun + flower; 해바라기의 학명

 

1868년 개기일식을 관찰하던 프랑스 천문학자 얀센(Pierre Jules César Janssen)과 영국 과학자 로키어(Sir Joseph Norman Lockyer)는 태양 코로나(corona)의 노란색 스펙트럼을 분석하다가 지구에는 없고 태양에만 있는 새로운 원소를 발견했다.

그들은 새 원소의 이름을 태양의 신 헬리오스의 이름을 따 헬륨(helium)으로 지었다. 하지만 25년 후 이 원소는 지구에서도 발견되었다.

 

helium; 헬륨 ← Helios(해의 신) + ium(금속)

 

지구에서는 귀한 원소이지만 우주공간에서는 수소 다음으로 많은 물질이 헬륨이다.

헬륨은 수소의 핵융합 반응으로 만들어지므로 핵 융합 에너지를 만드는 태양에는 아주 풍부해 개기 일식 때 관측된 것이다. 지구에서 헬륨은 로켓의 추진체, 냉각제, 열기구, 잠수 호흡장치, 지구연대측정학 등에 쓰인다.

의료계에서도 헬륨은 아주 중요하다. 자기공명장치(MRI)에 쓰이기 때문이다. 자석을 이용해 인체를 들여다보는 영상 장비인 MRI는 자석의 초전도성을 유지하는 냉매로 헬륨을 쓴다.

해바라기의 학명은 ‘해의 꽃’이란 뜻이다.  ⓒ 박지욱 / ScienceTimes

해바라기의 학명은 ‘해의 꽃’이란 뜻이다. ⓒ 박지욱 / ScienceTimes

한편 그리스인들의 헬리오스는 로마인들에겐 솔(Sol)이다. 때문에 태양과 관련된 많은 단어에서 ‘Sol’을 찾아볼 수 있다.

따지고 보면, 헬륨과 파라솔은 완전히 다른 존재지만 언어적 기원만은 같은 셈이다.

 

solar calendar 양력

solar system 태양계

parasol 파라솔; 햇빛을 피한다

solarium 일광욕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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