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허혈성 뇌졸중 치료 단백질 찾았다

[과학자의 연구실] [인터뷰] 조동규 성균관대 약학대학 교수

허혈성 뇌졸중에서 신경세포 사멸에 미치는 Pin1의 영향 ⓒ 한국연구재단

허혈성 뇌졸중에서 신경세포 사멸에 미치는 Pin1의 영향 ⓒ 한국연구재단

한국인의 사망원인 2위로 언급되는 뇌졸중. 뇌혈류 흐름이 원활하지 못해 갑자기 신체 마비 혹은 언어장애를 유발하는 질병이다. 뇌졸중은 혈액의 흐름이 막히는 허혈성 뇌졸중(뇌경색)과 혈관이 터지는 출혈성 뇌졸중(뇌출혈)으로 나뉘는데 이 중 우리나라 사람들이 대부분 앓는 질환은 허혈성 뇌졸중이다.

허혈성 뇌졸중은 뇌혈관이 막히면서 뇌 조직이 괴사되는 질병이다. 국소적인 뇌혈류 이상으로 신경학적 결손이 유발, 뇌혈관에 직접적으로 생성된 혈전과 다른 장기에서 생성된 혈전이 혈관을 따라 이동해 뇌혈관을 막아 유발된다.

신경세포사멸 조절하는 핀1 단백질의 발견

조동규 성균관대 약학대학 교수 ⓒ 한국연구재단

조동규 성균관대 약학대학 교수 ⓒ 한국연구재단

허혈성 뇌졸중을 치료하기 위한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가 막힌 혈류를 풀어주는 혈전 용해제이며, 다른 하나는 뇌혈관 폐색에 의한 신경세포 사멸을 막아주는 신경세포 보호제다. 결국 허혈성 뇌졸중은 막힌 혈관을 뚫어주는 게 관건인데 이 과정에서 신경세포사멸은 거의 반드시 일어난다. 막힌 혈관으로 산소가 공급되지 않다가 갑자기 혈류 흐름이 개선되면서 산소 공급이 늘어나면서 뇌 조직에 과부하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막힌 혈류를 빠르게 개선하기 위한 현설 용해제 개발도 중요하지만, 뇌혈관 폐색에 의한 신경세포 손상은 영구적이므로 뇌졸중 발병시 신경세포 손상에 의한 합병증을 막기 위한 신경세포 보호제 개발이 더욱 시급한 과제로 언급되곤 했다. 이를 위한 치료제는 기존에도 다양하게 개발된 바 있다. 하지만 국내외의 많은 치료제들이 아직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실정이었다.

국내 연구진이 허혈성 뇌졸중의 신경세포사멸을 조절하는 단백질 ‘핀1’을 발견해 주목을 받고 있다. 조동규 성균관대 약학대학 교수와 백상하 박사가 연구를 진행, 연구팀은 단백질 ‘핀1(pin1)’ 이 노치신호를 지나치게 활성화시켜 허혈성 뇌졸중의 신경세포사멸을 증가시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노치(Notch) 신호란 세포내에서 세포의 분화, 증식, 생존과 사멸 등을 조절하는 제1형 막 단백질로 세포막에서 ‘감마-시크리테아제’ 에 의해 절단돼 NICD (Notch intracellular domain) 형태로 활성화된다.

“저희팀은 막힌 뇌혈관을 다시 뚫는 과정에서 발생한 뇌조직 사멸, 이의 구체적인 과정을 연구했습니다. 뇌졸중은 뇌혈관이 막혀서 산소 공급이 안 되는 상태입니다.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중풍이 바로 이 증상이죠. 이에 대해 혈전을 녹이는 약이 처방되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많은 뇌 신경세포가 사멸하게 됩니다. 갑자기 많은 양의 산소가 공급되면서 뇌가 스트레스를 받는 거죠. 저희 연구팀은 그 과정에서 왜 뇌조직사멸이 발생하는지, 그 기전에 대해 규명했어요. 어떤 유전자가 관여하는 것인지를 알아낸 거죠. 그게 바로 핀1(pin1) 이었고요.

더불어 노치신호는 가장 잘 알려진 신호전달 시스템 체계 중 하나입니다. 기본적으로는 줄기세포 및 신경 발생 등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신호 단백질로 잘 알려져 있죠. 저희 연구팀은 2000년 중반에 노치 신호가 뇌졸중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밝혀 저널에 게재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논문은 그 노치신호를 핀1이 조절한다는 것을 밝힌 것이고요. 치료를 위해 노치신호를 조절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노치신호는 정상적인 신호를 많이 조절하기 때문에 자칫하면 문제가 많이 발생할 수 있어요. 때문에 노치신호를 조절하는 핀1을 조절하자는, 대안적 방법을 제안한 거죠.”

조동규 교수팀은 동물실험을 통해 핀1 단백질의 역할을 명확하게 규명할 수 있었다. 핀1 유전자가 없는 동물에게 허혈성 뇌졸중을 유발한 결과 뇌조직 사멸이 크게 줄어드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조동규 교수는 “이러한 결과는 핀1 유전자가 뇌조직 사멸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실험결과 신경세포에 저산소 또는 허혈 조건을 유도하면 핀1과 노치신호의 활성화 산물인 NICD(Notch intracellular domain)의 농도 및 핀1-NICD 결합이 증가했습니다. 저산소 및 허혈 조건에서 핀1과 NICD의 결합은 유비퀴틴 E3접합효소(Ubiquitin E3 ligase)중 하나인 ‘FBW7’과 NICD의 결합을 억제함으로써 NICD의 유비퀴틴화를 감소시켰습니다. 이를 통해 프로테아좀에 의한 NICD의 가수분해를 막아 안정성을 증가시킴으로써 신경세포사멸을 촉진했죠.”

연구팀이 실제 허혈성 뇌졸중 모델 쥐에 핀1 저해제를 처리하면 신경조직의 손상을 현저하게 억제됐다. 또한 핀1이 제거된 쥐에 허혈성 뇌졸중을 유발하면 뇌조직 손상 및 신경학적 결손이 크게 감소돼 핀1의 억제가 허혈성 뇌졸중에서 신경세포를 보호하는 작용을 했다.

호두나무 ‘주글론’, 뇌조직 사멸 줄여줘

조동규 교수팀은 이를 약물학적으로 증명하기 위해 핀1 단백질을 직접적으로 저해하는 약물을 통해 처리를 시도했다. 바로 주글론(juglone)이라는 화학성분이다. 조 교수는 “주글론 약물을 처리했을 때도 뇌조직 사멸이 크게 줄어들었다”며 “유전학적으로 그리고 약물학적으로 결과가 잘 부합되게 도출됐다”고 이야기 했다. 우리가 말로만 듣던 호두의 성능도 밝혀진 셈이었다.

“주글론은 호두나무에 들어있는 주요 성분입니다. 최근 호두가 뇌혈관 질환에 좋을 것이라는 보고가 있었죠. 뇌와 비슷하게 생겨 그렇다는 이야기도 있었고요. 특히 호두에 있는 식물성 지방성분이 뇌혈관 질환에 좋을 것이라는 보고가 있었는데, 저희팀의 연구를 통해 특정 성분이 허혈성 뇌졸중에 효과가 있다는 것이 증명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조동규 교수의 주 연구 분야는 알츠하이머 치매와 뇌졸중이다. 뇌졸중은 결국 뇌에 미세한 오류가 발생했을 때 나타나는 증상이다. 또한 이러한 미세한 뇌졸중은 치매에 어떤 방식으로든 영향을 끼친다. 때문에 조동규 교수는 치매와 뇌졸중을 동시에 연구하는 연구자다.

“치매 연구를 주로 하지만 최근에는 뇌졸중과 관련된 결과가 더 많이 나왔어요. 이번 연구도 약 6년에 걸쳐 진행한 결과입니다. 과정 중에는 여러 가지 어려움도 있었습니다. 연구 과정도 과정이지만, 결과를 논문에 게재하는 과정이 특히 힘들었던 것 같아요. 리뷰어들이 매우 까다로웠거든요. 하지만 결국 좋은 결과가 나온 만큼 앞으로 이러한 연구가 새로운 약물 타깃을 알려주는 데 중요하게 작용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동안 뇌졸중에서 일어나는 신경세포 사멸에 관한 약은 없었어요. 임상에서 모두 실패했죠. 즉 새로운 타깃이 필요한 것이었습니다. 이번 저희팀의 연구가 그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이어 그는 “이번 연구는 핀1의 활성 또는 NICD와의 상호작용을 저해하면 허혈성 뇌졸중에서 나타나는 신경세포사멸과 신경학적 결손을 억제할 수 있음을 처음 밝힌 것인 만큼 허혈성 뇌졸중뿐만 아니라, 노치 신호가 관여하는 암, 류머티즘과 같은 질병의 치료제 개발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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