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행운을 주는 별자리 ‘물병자리’

[이태형의 재미있는 별자리 여행] 9월 셋째 주 별자리

세 차례의 태풍이 지나가고 드디어 맑고 청명한 가을 하늘이 보이기 시작했다. 추석의 꽉 찬 보름달을 준비하기 위해 잠시 무대 뒤로 숨은 달님 덕분에 이번 주는 별을 보기 가장 좋은 한 주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저녁 하늘 머리 위에는 직녀와 견우가 여전히 밝게 빛나고 남쪽 하늘에는 목성과 토성이 한껏 그 밝기를 자랑하고 있다. 시골 하늘이라면 직녀와 견우 사이를 통과한 은하수가 목성의 오른쪽으로 길게 이어지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이번 주 별자리 여행의 주인공은 행운을 뜻하는 별이 모여 있는 물병자리이다.

행운을 주는 별자리 물병자리

9월 14일 저녁 하늘의 물병자리 ⓒ 천문우주기획

가을 하늘의 대표적 길잡이 별은 머리 위에서 사각형 모양으로 빛나는 페가수스자리이다. 페가수스자리가 높이 떠오르면 남서쪽 하늘에는 목성과 토성이 가장 밝게 빛나고 동쪽 하늘에는 붉은 화성이 등장한다. 그리고 목성과 화성 사이에 유일하게 빛나는 1등성이 하나 보이는데 바로 가을 하늘의 유일한 1등성인 남쪽물고기자리의 으뜸별 포말하우트(남쪽물고기자리의 입)이다.

페가수스자리 사각형 남쪽으로 작고 희미한 별들이 모여 있는 곳이 바로 물병자리이다.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물병자리는 트로이의 왕자 가니메데가 들고 있는 Y자 모양의 물병에서 물이 흘러내리는 모습을 하고 있다. 물병자리에서 흘러내린 물이 모이는 곳이 바로 포말하우트(남쪽물고기자리의 입)이다. 물병에서 흘러내린 물이 물고기의 입으로 흘러들어가는 모습을 상상하면 된다.

신화에 의하면 트로이의 왕자였던 가니메데는 가장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남자로 알려져 있다. 가니메데가 하늘에서 들고 있는 물병은 사실 술병이다. 올림포스 산에서 신들에게 술을 나르던 청춘의 여신 헤베(Hebe)가 발목을 다쳐 일을 할 수 없게 되자, 제우스신은 독수리로 변신해 트로이 언덕에서 양 떼를 돌보고 있던 가니메데를 납치하여 헤베를 대신하게 한다. 그 이후로 가니메데는 올림포스 산에 살면서 신들의 연회에서 술을 나르는 일을 하게 되었고, 그 공로로 하늘의 별자리가 되었다고 한다. 물병자리의 서쪽으로 보이는 독수리자리가 바로 제우스신이 가니메데를 납치할 때 변신한 모습이다.

행운의 별들

물병자리의 작고 희미한 별들에는 행운을 뜻하는 이름들이 많다. 1등성이나 2등성 같이 밝고 뚜렷한 별도 아닌 3등성이나 4등성 정도의 별에 이렇게 행운을 뜻하는 별 이름이 붙어 있는 이유는 바로 그 이름을 붙인 사람들이 고대 바빌로니아의 목동들이었기 때문이다.

당시에 새벽하늘에 물병자리의 별들이 보이는 것은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는 신호였다. 아라비아의 목동들은 물병자리의 별들을 봄철에 비를 가지고 오는 행운의 별로 여긴 것이다. 봄을 기다리면서 긴 겨울을 버텼던 목동들에게 동쪽 하늘에서 떠오르는 작고 희미한 이 별들이 얼마나 큰 행운으로 느껴졌을지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서양 별자리는 지금으로부터 수천 년 전 아라비아반도의 목동들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알려져 있다. 별 이름들이 대부분 아라비아어에서 비롯된 것도 그런 이유에서이다. 물병자리에 속한 별들의 이름도 대부분 아라비아에서 비롯된 것들이다.

물병자리에서 가장 밝은 별은 Y자 모양의 물병 오른쪽에 보이는 두 개의 3등성으로 왼쪽이 알파별인 사달메리크(Sadalmelik, 왕의 행운), 오른쪽이 베타별인 사달수드(Sadalsuud, 행운 중의 행운)이다. Y자 중에 가장 밝은 4등성인 감마별의 이름도 은둔자의 행운을 뜻하는 사다크비아(Sadachbia)이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베타별은 처음으로 비를 가져오는 신호이기 때문에 행운 중의 행운으로 불렸다. 그리고 그 옆으로 떠오르는 알파별은 확실한 봄을 알리는 왕의 행운별로 이름 붙여졌다. 감마별이 떠오를 때가 되면 드디어 땅속에 숨어 있던 짐승들이나 곤충들이 봄을 느끼고 밖으로 나오기 때문에 이 별에는 은둔자의 행운을 뜻하는 이름이 붙여진 것이다.

황도 제11궁인 보병궁(寶甁宮)

물병자리는 탄생 별자리를 뜻하는 황도 12궁 중 11번째 별자리이다. 물병자리가 황도 11궁이라는 것은 태양이 지나는 황도를 춘분(3월 21일경)을 기준으로 12등분 했을 때 11번째에 해당하는 곳이 바로 물병자리라는 뜻이다. 생일을 기준으로 매년 1월 19일부터 2월 22일 사이에 태어난 사람들이 바로 이 별자리에 해당한다. 우리나라 별자리 지도인 천상열차분야지도에는 황도 11궁을 보병궁(寶甁宮)으로 표시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황도 별자리인 28수(宿) 중 북방을 수호하는 현무(玄武, 거북과 뱀이 뭉쳐 있는 모양)의 북방칠수(北方七宿)  세 번째부터 다섯 번째까지인 녀(女)수와 허(虛)수, 그리고 위(危)수가 물병자리에 해당한다.

위(危)수의 중심별이 바로 물병자리의 알파별인데 죽음을 나타내는 별자리로 알려져 있다. 죽은 사람의 위폐를 모셔 놓은 사당을 뜻하는 허(虛)수의 중심별이 베타별이고, 음양(陰陽) 중 음을 상징하는 녀(女)수가 물병자리의 가장 오른쪽 부분이다.

서양에서는 행운의 별로 여겨진 별들에 죽음과 관련된 별 이름이 붙어 있는 이유는 바로 이곳이 겨울철에 태양이 머무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태양이 동쪽으로 이동하고 새벽하늘에 이 별들이 보이기 시작하면 겨울이 가고 봄이 온다. 우리나라에서는 태양의 위치를 기준으로 춥고 매서운 겨울을 상징하는 별 이름을 이곳에 붙였던 반면, 아라비아에서는 봄철 새벽하늘에 보이는 별들을 기준으로 행운을 상징하는 이름을 붙인 것이다.

보병궁과 현무 별자리 Ⓒ 천문우주기획

물병자리 속의 28수 Ⓒ 천문우주기획

추석 보름달이 완전히 둥글게 보이지 않는 이유

오는 목요일인 9월 17일은 음력으로 8월 1일이다. 음력 1일의 기준이 해와 달, 그리고 지구가 일직선으로 놓이는 합삭인데 이날 저녁 8시에 달은 해와 지구 사이를 정확히 통과한다. 그리고 이날 이후 태양을 벗어난 달은 조금씩 커지다가 14일 후인 10월 1일 추석 한가위 보름달로 떠오르게 된다.

달의 모양이 바뀌는 주기를 삭망월이라고 하는데 합삭에서 다음 합삭까지의 시간, 또는 망에서 망까지의 시간으로 29.5일 정도이다. 따라서 합삭에서 망까지 걸리는 시간은 삭망월 주기의 절반인 14.75일 정도가 걸린다.

이번 추석 보름달은 조금은 덜 찬 상태로 뜰 것으로 예상된다. 추석날 보름달이 뜨는 시간은 저녁 6시 20분(서울 기준)으로 합삭이 된 때로부터 채 14일이 지나지 않은 시간이다. 따라서 달이 완전히 둥글게 변하기 전이다. 달이 완전히 둥글게 되는 시간은 추석 다음 날인 10월 2일 새벽 6시 5분경으로 달이 서쪽 지평선에 지기 직전이다.

올해 추석 보름달이 둥글게 보이지 않는 이유 ⓒ 천문우주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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