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많은 것을 관찰하고 연구했지만, 여전히 인류는 우주에 대해 알지 못하는 것이 많다. 행성이 탄생도 마찬가지였다. 행성이 탄생하는 과정은 알지만, 그 찰나의 순간을 확인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지난 11월, S. 살룸(S. Sallum) 애리조나 대학교(University of Arizona) 교수를 주축으로 하는 연구팀은 행성 탄생의 순간을 담은 실물 사진(원문링크 참조)을 얻어내는데 성공했다. 연구는 학술지 ‘네이처'(Journal Nature)를 통해 발표되었다. (원문링크)
지구로부터 약 450광년 거리에 있는 항성 ‘LkCa15’를 관측했다. 그 과정에서 행성 형성에 필요한 물질이 중력에 의해 원반 형태로 회전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번 연구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이정은 경희대학교 우주탐사학과 교수의 도움말로 알아보았다. 이정은 교수는 이 사진이 행성의 형성 과정에 대한 연구를 하는 시작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항성 LkCa15 관측을 통해 행성 형성에 필요한 물질이 중력에 의해 원반 형태로 회전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사진은 원시 행성계 원반 상상도 ⓒ ESO / L. Calçada (Wikipedia)
이정은 교수는 ‘LkCa15’가 항성이라기보다는 아직 만들어 지고 있는 과정의 별(Youngstar)라고 설명했다. 왜냐하면 논문 사진 속 ‘LkCa15’ 항성은 원반 형태로 회전하면서 행성 형성에 필요한 물질을 모으고 있다. 이에 대해 “LkCa15는 정확하게는 행성이 되고 있는 과정의 후기 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가 주목 받은 이유는 바로 행성이 탄생하는 순간을 포착했기 때문이다. 행성의 탄생 순간을 포착하는 것이 쉽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 이정은 교수는 별들 주위에 성간 물질이 많아 가시광선으로는 관측하기 힘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정은 교수는 “무엇보다 중심에 있는 젊은 별(youngstar)에서 나오는 빛 때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이번 연구에서는 ‘마스킹'(Masking) 기법을 이용하였다. 중심에 있는 젊은 별을 가려 주변을 관찰한 것이다. 태양을 가리면 주위 별을 볼 수 있는 일식과 같은 기술을 이용하여 주위에 있는 행성을 관찰하였다.
고리모양의 원시 행성계 원반을 발견하다
LkCa15 항성이 특별한 이유는 또 있다. 이를 둘러싸고 있는 원시 행성계 원반이 특별한 유형이기 때문이다. 원시 행성계 원반(protoplanetary disk)은 일반적으로 원반 모양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 발견된 LkCa15 항성의 원반은 안쪽에 있는 젊은 별 주위에 구멍(Gap)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정은 교수는 성간 물질이 점점 뭉쳐지고, 이것이 중력으로 불안정해지면서 붕괴한다고 말했다. 붕괴 과정에서 안쪽에 원시성(protostar)을 만들게 되는데, 큰 덩치의 물질이 점점 작아지면서 운동량 보존의 법칙에 따라 빠르게 회전하게 된다는 것이다.
고체가 아니기 때문에 적도 부분이 더 많은 원심력을 가져 원반 모양으로 가스가 모이게 되고, 이것이 바로 ‘원시 행성계 원반’이라고 설명했다. 원반을 통해 계속해서 물질이 안쪽으로 들어가게 되고, 여기서 수소핵융합이 일어나며 행성이 되는 것이다.
원시 행성계 원반은 젊은 별 주위를 회전하면서 둘러싸고 있는 짙은 가스 원반을 말한다. 사진은 오리온성운 내에 있는 원시 행성계 원반 ⓒ C.R. O’Dell / Rice University; NASA
이 항성의 경우, 회전하면서 마치 진공청소기처럼 주위에 물질을 끌어당기고 있다. 이정은 교수는 수소 원자가 이온화 과정을 거치고 재결합하는 과정에서 LkCa15 항성이 관측되었다고 설명했다.
정확하게 연구에서 행성을 발견한 것은 적외선을 이용했으며, 고리모양의 원시 행성계 원반은 전파간섭계를 이용하여 관측한 것이다. 굉장히 작은 크기이기 때문에 보통 망원경으로는 볼 수가 없다. 그래서 연구에는 거대 쌍안 망원경(Large Binocular Telescope)과 마젤란 망원경과 적응 광학 시스템(Magellan Telescope and its Adaptive Optics System)을 이용하였다.
이정은 교수는 고리 구조를 관측하기 위해서는 파장이 긴 적외선을 이용하였다고 설명했다. 별 주위에 성간 물질이 많이 있고 이로 인해 가시광선으로는 관측이 어렵다. 가시광선은 두꺼운 물질을 통과하지 못하고 흡수해서 볼 수 없기 때문에 파장이 긴 적외선으로 촬영하게 된 것이다.
적외선은 가시광선보다 파장이 길기 때문에 두꺼운 물질을 통과할 수 있다. 그래서 전파의 신호를 받기 위해 대형 전파간섭계를 여러 개로 합쳐 하나의 망원경처럼 만들어 사용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원시 행성계 원반의 물질, 그 중에서도 먼지 티끌로부터 나오는 빛을 관측하게 되었다.
만들어지고 있는 행성을 직접 관측했다는데 의의
이정은 교수는 이번 연구가 무엇보다 만들어지고 있는 행성을 직접 보았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태양을 중심으로 모든 행성이 공전 궤도를 그리고 있으며, 케플러 운동을 통해 행성이 태양 주변을 어떻게 운동하는지가 밝혀졌다.
공전 궤도를 계산하면 질량이 어느 정도인지는 알게 되지만, 그 시작은 알 수가 없다. 이미 완성된 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행성 관측의 역사는 오래 되었지만, 지금까지 관측한 외계행성은 이미 만들어진 행성이었다.
만들어지고 있는 행성을 봤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이정은 교수는 “이번 관찰은 행성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 과정에 대한 연구를 할 수 있는 시작점이 된다”고 했다. 이와 같은 연구가 지속된다면 지구가 어떻게 만들어지게 되었는지도 알 수 있다는 뜻이다. 인류의 오랜 질문인 ‘지구의 탄생’에 대한 해답도 찾을 수 있다는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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