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행성 사냥꾼 ‘케플러 탐사선’의 대성공

[별들의 후손이 들려주는 천문학 이야기] NASA의 디스커버리 프로그램(10) 케플러

‘더 빠르고, 더 뛰어나며, 더 저렴하게’를 지향하는 미항공우주국(NASA) 디스커버리 프로젝트는 지구 근접 소행성을 탐사했던 니어슈메이커 탐사선부터 화성 지질 탐사 착륙선인 인사이트 등 현재 총 12개의 프로젝트로 구성되어 있다. 2021년과  2022년에는 목성 근처의 소행성과 금속으로 이루어진 소행성 등을 탐사하는 루시(Lucy)프로젝트와 프시케(Psyche) 프로젝트도 예정되어 있다.

이중 6번째 디스커버리 프로젝트였던 CONTOUR(COmet Nucleus TOUR, 혜성의 핵 탐사) 탐사선은 고체 로켓 모터의 구조적 결함으로 인해서 실패했지만, 이를 제외한 모든 프로젝트가 성공했다. 그렇다면 총 12개의 디스커버리 프로젝트 중 가장 성공했던 프로젝트는 무엇일까? 대부분의 천문학자들과 과학자들은 2009년 3월에 골디락스 행성을 찾기 위해서 출발한 10번째 디스커버리 프로젝트였던 케플러 탐사선을 뽑는다.

외계행성 사냥꾼 ‘케플러 탐사선’의 상상도 ⓒNASA/JPL

골디락스 행성은 동화 골디락스와 세 마리 곰(Goldilocks and the Three Bears)에서 따온 명칭인데, 생명체가 살기에 적당한 행성 즉 ‘항성으로부터 너무 멀지도 않고 않고 너무 가깝지도 않아서 적당한 온도가 형성될 수 있는 위치에서 항성을 공전하는 행성’이다. 즉 생명체가 번성하기에 적당한 행성들을 칭한다. 천문학에서는 적당한 온도가 형성될 수 있는 영역을 생명체 거주 가능 영역(habitable zone)이라고 부른다. 생명체 거주 가능 영역은 태양계의 항성 온도에 따라서 결정되는데 우리 태양계에서의 생명체 거주 가능 영역은 지구와 화성 정도밖에 없다. 천칭자리에 글리제 581(Gliese 581)은 작고 상대적으로 차가우며 최대 태양의 0.3배 정도의 질량을 지니고 있는 적색왜성이기에 생명체 거주 가능 영역이 태양계보다 훨씬 더 가깝다. 위 별은 지구로부터 대략 20 광년 정도의 거리밖에 되지 않는 위치에 있는 항성인데, 위 항성을 도는 글리제 581 d의 환경은 생명체가 발생하기에 가장 적합한 행성 중 하나로 여겨지고 있다.

생명체 거주 가능 영역 (파란색 부분) 의 도표 ©NASA

인류는 아주 오래전부터 또 다른 지구를 찾을 가능성에 대한 호기심을 품고 살아왔다. 물론, 계속될 인류의 역사를 위해서도 외계행성 탐색이 필수인데, 다행히 이는 물리학 및 천문학의 최종 목표 중 하나이기도 하다. 하지만 외계행성 ‘발견’의 역사는 사실 오래되지 않았다.

1995년 10월 6일 미셸 마요르 교수 (2019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와 디디에 쿠엘로 교수 (2019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는 태양과 비슷한 G형 주계열성 페가수스자리 51을 도는 외계 행성을 처음 발견했다. 2020년 7월 29일 NASA의 외계행성 아카이브에 따르면 현재까지 발견된 외계행성은 4197개인데 이중 2681개의 외계행성은 케플러 망원경이 발견했다. 케플러 망원경은 또한 53만 여개의 항성들을 발견했으며 초신성도 60여 개나 발견했다. 덕분에 ‘행성 사냥꾼 (the planet-hunter)’이라는 별명까지 얻게 되었다.

외계행성을 찾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독일과 스페인의 공동 외계행성 탐사 프로젝트 카르메네스(CARMENES)가 이용했던 방법인 시선속도법(radial velocity technique)은 도플러 효과를 이용한다. 별 주위에 질량이 큰 행성이 공전하고 있다면, 행성의 중력으로 인해서 별도 아주 미약하게 움직이게 된다. 이로 인해서 적색편이와 청색편이가 주기적으로 일어나게 되는데 이를 통해서 행성의 존재를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이외에도 전파 신호를 주기적으로 내는 천체인 펄사의 신호주기 변화를 측정하는 방법과 중력렌즈 효과를 이용하는 방법 등이 있다.

또한 케플러 탐사선이 이용한 방법인 횡단법(transit method)처럼 행성이 별 앞을 지나갈 때의 별의 광도 변화를 분석하여 행성의 존재를 밝히는 방법도 있다. 이는 행성의 공전주기에 따라 반복되는 현상이며 어두워지는 정도로 행성의 크기를 예측할 수도 있고 변화 주기로부터 항성과 행성의 거리를 알아낼 수도 있다. 정밀 관측을 통한 ‘생명체 거주 가능 영역 안의 행성’과 ‘지구와 비슷한 크기의 행성’ 역시 찾을 수 있다. 위 방법은 상대적으로 직관적인 방법이기에 현재 가장 많이 사용되는 방법이기도 하다.

행성이 별 앞을 지나갈 때 별의 광도 변화를 분석하는 횡단법(transit method)의 예시 ⓒNASA

직관적이지만 사실 쉬운 방법은 아니다. 케플러 탐사선의 카메라 민감도는 별 밝기의 100ppm(1만 분의 1)이라는 작은 차이를 식별할 수 있는 수준인데, 케플러 탐사선 및 망원경의 개발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던 케플러 프로젝트의 수석 연구원 윌리엄 보루키는 이에 관해서 “케플러의 외계행성 탐사는 대략 160km 밖의 자동차 전조등 앞을 기어 다니는 벼룩을 찾아내는 것과 다름없는 프로젝트입니다.”라고 밝혔다.

케플러가 발견한 지구와 닮은 꼴 행성인 케플러-22b, 케플러-69c, 케플러-452b, 케플러-62f, 그리고 케플러-186f의 상상도 ⓒNASA/Ames/JPL

케플러가 발견한 수많은 행성 중 지구를 닮은 행성 역시 상당수 존재한다. 지금까지 케플러가 발견한 지구와 닮은 꼴 행성들로는 케플러-22b, 케플러-69c, 케플러-452b, 케플러-62f, 그리고 케플러-186f 등이 있는데, 이중 케플러-22b는 골디락스존에 위치해 있어서 큰 관심을 집중시켰다. 또한 케플러-452b는 ‘지구 사촌(Earth’s cousin)’이라는 별명이 붙어있다. 이 역시 생명체가 살 가능성이 높은 행성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케플러-452b의 모항성 케플러-452는 태양과 비슷한 G 2형 별로 태양보다 약 10% 정도 큰 크기를 자랑하며 케플러-452b의 크기는 지구의 크기보다 1.6배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케플러-452b의 1년도 지구의 1년과 비슷한 385일로 여겨진다.

케플러-452b와 지구의 비교도 ⓒNASA/Ames/JPL

외계행성이 온도, 밀도, 부피 등 모든 면에서 지구와 얼마나 비슷한지에 관한 지표를 나타내는 개념인 지구유사도(ESI, Earth Similarity index)를 계산하면 케플러가 발견한 행성들 중 상당수는 1과 가까운 수치( 1과 가까울수록 지구와 유사)를 나타내고 있다.

지구와 가장 가까운 외계행성은 카르메네스 프로젝트가 발견한 티가든의 별을 돌고 있는 티가든-b로 알려져 있다. ⓒPHL/CARMENES

케플러 망원경은 본래 3년 반 정도의 수명을 기대하고 계획되었다. 기대했던 이상의 수명을 보여주었지만, 2013년 우주선의 중심을 잡는 4개의 휠 중 2개가 멈추게 되었기에 케플러 임무가 사실상 종료되었다. 이에 NASA는 나머지 두 개의 휠을 이용하여 탐사선을 안정화시키며 K2라고 명명된 새로운 미션을 계획했다. 이 계획 역시 기대 이상의 성공을 거두며 본래 프로젝트보다도 오래 활동하게 되었다. 하지만 끝내 처음 싣고 갔던 연료마저 바닥나게 되었고 NASA는 “지구에서 멀리 떨어진 현재의 안전한 궤도(공전주기 372.5일)에서 케플러를 은퇴시키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모든 장치의 전원을 종료했고 동체를 회수하지 않은 채 우주에서 탐사선의 삶을 마감하게 된 것이다.

윌리엄 보루키 박사의 말처럼 케플러 탐사선 덕분에 우리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바로 (외계)행성이 어디에나 있다는 사실이다. 그가 1980년대에 처음으로 데이비드 코흐 박사와 케플러 미션을 계획하고 시작할 때만 해도 전혀 기대하지 못했던 사실이었지만, 케플러 탐사선은 다음 세대의 우주탐사에 관한 크나큰 선물이 되었다.

태양 같은 별은 우리 은하에만 최소 수천억 개가 넘게 존재하고 있다. 이는 우리 인류가 우주의 첫 번째 문명이 아닐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인류가 거주할 수 있는 외계 행성이 있다면, 당연히 그곳에 지성이 있는 외계 생명체가 거주하고 있을 확률도 클 것이다. 현재로서는 외계 행성으로의 여행이 불가능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이 있다. 인류는 이성을 통해 자연의 비밀에 대한 답을 끊임없이 찾으며 진화해 왔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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