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명왕성, 즉 플루토(Pluto)를 행성(planet)의 지위에서 왜소행성(dwarf planet)으로 강등시키자 미국인들이 들고 일어나 항의하는 소동의 전말을 밝히고 있다. 태양 같은 별이든, 지구나 금성 화성 같은 행성이든, 혹은 세레스 같은 왜소행성이든 또는 달 같은 위성이든 그것이 뭐가 그리 중요해서 미국 전역이 둘로 나뉘어 몇 년 동안 치열한 논쟁을 벌이고, 손가락질을 했을까?
이 논란은 전혀 과학적이지 않은 이유로 벌어졌다. 아직도 미국인 중 상당수는 플루토를 행성으로 인정한다. 이 책은 태양계의 행성들이 얼마나 미국인들의 마음에 깊이 들어왔는지를 보여주는 프리즘 같다.
저자는 닐 디그래스 타이슨(Neil DeGrass Tyson)이다. 칼 세이건을 잇는 과학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타이슨이 이런 책을 쓴 것은 플루토의 왜소행성 강등이 논란의 중심에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을 분열시킨 플루토의 위력
그는 미국자연사박물관 산하의 헤이든 천체투영관의 9번째 관장을 맡고 있었다. 천체투영관은 줄어드는 관람객들을 끌어모으기 위해 2억 3000만 달러를 들여 기증자인 로스 부부의 이름을 딴 ‘로스 센터’를 건립했다.
국제적인 천문학자들의 과학적 검토를 거쳐 천문학자들은 플루토를 행성의 지위에서 내려 왜소행성으로 분류했다. 당연히 새로 개관한 로스 센터의 태양계 행성 전시에서도 플루토가 제외된 채 2000년 2월 개관했다.
문제는 아주 이상하게 시작됐다. 한 초등학생 관람객이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 플루토는 어디에 있어요?”
“자세히 찾아봐. 어디 있을 거야.”
하필이면 이 사소한 대화를 지나가던 뉴욕타임스 기자가 들었다. 새로 문을 연 전시장에서 기삿거리를 찾던 기자는 왜 태양계 행성 전시 부분에서 플루토가 사라졌는지에 관해 장문의 기사를 썼다.
당시는 미국은 대통령 선거의 개표 결과에 신경이 집중된 시기였지만, 이 기사는 뉴욕타임스 1면에 자리 잡았다.
신문기사는 과학적인 측면을 충분히 고려해서, 플루토를 행성의 지위에서 끌어내려야 할 이유를 설명했지만, 독자들의 반응은 그렇지 않았다. 전국에서 타이슨을 공격하는 메일이 쏟아졌다. 미국 과학자들도 편을 나눠 논쟁했다.
박물관에 갓 부임한 타이슨에게 이 사건은 너무나 중요한 일이었다. 과학자의 지원이 없었다면, 타이슨은 여론의 뭇매를 맞고 낙마할 수도 있었다.
전후 사정을 가장 잘 아는 위치에 있었던 타이슨으로서는 ‘THE PLUTO FILES : The Rise and Fall of America’s Favorite Planet’을 써서 해명하려 했다. ‘미국이 가장 좋아하는 행성의 부상과 추락’이라는 부제가 말하듯이 플루토는 미국 문화에 깊숙이 침투한 마음의 별이다.
1930년 미국인 클라이드 톰보가 처음 발견했으며, 어린 영국 소녀가 플루토라는 이름을 제안했다. 플루토라는 음료수가 마침 발매돼서 모든 미국인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플루토라는 만화 주인공의 이름도 얽혀있다. 이 행성에서 플루토늄이라는 말이 생겨났고, 이는 핵무기와도 연결된다.
게다가 하필이면 태양계의 9개 행성 중 막내에 해당한다. 플루토를 행성 위치에서 끌어내리는 것에 대해서 미국인들은 마치 가장 약한 막내둥이를 가족에서 쫓아내는 심리적인 박탈감이 아주 강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천문학자들은 어째서 행성의 위치에서 끌어내렸을까? 플루토는 다른 행성처럼 완전하게 둥근 공 모양인데?
1992년부터 카이퍼 벨트(Kuiper Belt)에서 유사한 크기의 천체들이 잇따라 발견되면서, 플루토의 위상에 의문이 제기됐다. 여러 차례 논의를 거쳐 국제천문연맹(IAU)는 회의를 열고 토론도 벌어졌다. 토론자 중 한 명은 단호하게 행성에서 쫓아낼 것을 주장하고, 두 명은 행성과 소행성의 2중 지위를 부여할 것을 주장했다. 두 명은 행성 지위 유지를 지지했다.
그러나 2005년에는 플루토 보다 더 큰 에리스(Eris) 마저 발견되면서 과학적 근거가 더욱 약해졌다. 국제천문연맹은 2006년 8월 24일 총회에서 플루토를 공식적으로 행성의 지위에서 격하시켜 왜소행성으로 분류하고, 행성과 왜소행성의 정의를 내렸다.
행성은 태양 주위를 궤도운동하고, 자체 중력이 강체체적력(rigid body force)를 이겨내기에 충분한 질량을 가지고 있어서 유체정역학 평형의(거의 둥근) 형태를 취하고 있으며, 자신의 궤도 주변 영역을 깨끗이 치운 천체이다.
왜소행성은 이 중 자신의 궤도주변영역을 깨끗이 치우지 못한, 위성이 아닌 천체로 정의된다. 플루토는 행성의 막내 자리에서 떨어져 나와 카이퍼 벨트의 우두머리가 됐다.
결의안 내고 반대한 캘리포니아주 의회
2006년 8월 24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의회는 플루토의 행성 지위에 관한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결의안은 ‘플루토의 행성 지위를 박탈함으로써 캘리포니아 주민 및 주 정부의 장기적 재정건전성에 가공할 충격을 끼치게 된 국제천문연맹을 규탄하기로 의결한다’고 선포했다.
미국 뉴멕시코주 48대 의회는 공동발의문을 통해 ‘플루토는 행성이며 2007년 3월 13일을 플루토 행성의 날로 선포한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명왕성은 이제 행성이 아니라네’는 노래 등 3개가 발표됐다. 올해에도 플루토를 행성으로 다시 분류해야 한다는 논문이 나올 만큼 심리적인 저항은 거세다.
명왕성이 뭐길래 하는 질문은 책을 덮으면서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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