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햇빛에 6시간 놔두면 식수 소독 끝?

[인류를 지키는 적정기술] (47) 소디스와 태양열 건조기

태양은 생명체가 존재하는 데 있어 필수적인 에너지를 제공한다.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가 태양이 제공하는 에너지를 기반으로 생명 활동을 이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태양에서 나오는 에너지는 무한하면서도 청정하다. 화석 연료를 대체할 신재생 에너지로 태양 에너지가 각광받고 이따 보니, 첨단 기술 분야 외에도 적정기술 분야에서 태양 에너지를 이용하는 방안이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

햇빛에 6시간 정도만 놔두면 자외선 살균을 통해 소독할 수 있다 ⓒ savofoundation.org

태양광의 자외선을 활용하여 살균 소독

저개발 국가의 주민들이 질병에 취약한 이유 중 하나는 정수 시설이 부족하다는 데 있다. 급수 시설이 제대로 갖춰있지 않다 보니 웅덩이나 오래된 우물, 또는 저수지 물을 그대로 마시다가 질병에 걸리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이들에게는 물을 정화하고 소독하는 적정기술이 필요한데, 그동안 물을 정화하는 적정기술은 많이 제공됐지만 소독의 경우는 일정한 시설을 갖춰야 하기 때문에 적정기술 공급에 어려움이 많았다.

질병을 일으키는 원인인 박테리아나 바이러스는 물을 깨끗하게 거르는 정화 과정만으로는 제거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반드시 소독 과정을 거쳐야만 안심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그런 필요성에 의해 탄생한 적정기술이 바로 태양빛을 이용하여 물을 소독하는 소디스(SODIS)다. ‘태양광 소독(solar disinfection)’이란 단어의 앞 철자를 따서 만든 이 소독법의 비밀은 태양광에 숨어있다.

태양은 빛의 파장에 따라 눈으로 볼 수 있는 영역인 가시광선과 볼 수 없는 영역인 적외선 및 자외선으로 구분된다. 태양광을 이용하여 물을 소독하는 방법은 눈으로 볼 수 없는 영역인 자외선을 통해서 이뤄진다.

자외선이 살균 효과가 있다는 점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햇빛이 화창하게 내리쬐는 날에 행주나 수건을 빨아서 빨랫줄에 널면, 빨래가 마르는 것 외에도 소독 효과까지 볼 수 있다.

소디스의 소독 원리 ⓒ google

SODIS가 물을 소독하는 방법도 이와 유사하다. 빨래처럼 줄에 너는 대신에 소독해야 할 물을 투명한 페트병에 담기만 하면 된다. 페트병에 오염된 물을 담은 후 6시간 정도 햇빛에 놔두기만 하면 자외선이 물을 통과하면서 자연적으로 소독이 된다.

너무 간단한 방법이므로 의아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이는 소독 전문가들이 인정하는 방법이다. 사실 박테리아의 경우는 자외선에 매우 민감하므로 햇빛만 강하면 1시간 안에도 사멸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문제는 바이러스인데, 박테리아보다 저항력이 조금 더 강하기는 하지만 아무리 강한 바이러스라 하더라도 자외선을 6시간 정도 받으면 거의 다 죽는다고 보면 된다. 이렇게 6시간 정도 지난 물을 깨끗하게 거르기만 하면 마시는데 아무 문제가 없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SODIS 소독법을 개발하여 저개발 국가에 보급하고 있는 SODIS 재단의 관계자는 ​“가장 좋은 소독 방법은 물을 끓이는 것이다”라고 밝히면서도 “저개발 국가의 경우는 땔감조차 없는 주민들이 많기 때문에 자외선으로 살균하는 방법은 차선책이라 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물론 SODIS 소독법은 여러 가지 제약사항이 많다. 우선 화창한 날에만 가능하기 때문에 만약 날씨가 흐리다면 6시간이 아니라 2~3일은 야외에 놔둬야만 한다.

또한 페트병과 물의 투명도도 자외선 살균에 있어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둘 다 깨끗하게 준비하는 것이 자외선 살균의 효과를 높일 수 있다. 페트병이 지저분하다면 세척을 하고, 물이 탁하다면 모래와 숯 등을 이용하여 여과한 다음 페트병에 투입하는 것이 좋다.

빛과 열을 이용하여 식품 건조

태양광을 이용한 적정기술은 소독 외에 식품을 건조하는 용도로도 사용되고 있다. 햇빛에 소독하는 방법이 우리에게 그리 낯설지 않은 것처럼, 식품을 바싹 말려 먹는 것도 우리에게는 상당히 익숙한 방법이다.

식품을 건조하는 이유는 썩지 않게 만들어 오랫동안 두고두고 먹기 위해서다. 예를 들어 전기 공급이 열악한 지역의 주민들이 오징어나 고기를 장기간 보관하면서 먹을 수 있는 방법은 건조가 유일하다. 오징어포나 육포 등이 바로 그런 식품들이다.

아프리카의 저개발 국가들을 대상으로 적정기술을 보급하고 있는 단체인 ‘솔라쿠커인터내셔널(Solar Cooker International)’은 현재 태양광을 이용한 식품 건조기를 보급하고 있다.

캐비닛 형태의 건조기로 말린 채소 조각 ⓒ sunoven.com

이 단체가 보급하고 있는 식품 건조기는 크게 두 가지 형태다. 하나는 빛이 아닌 태양열로 원료들을 건조하는 캐비닛 모양의 건조기이고, 다른 하나는 빛과 열을 동시에 이용하여 건조하는 진열장 형태의 건조기다.

캐비닛 방식은 밀폐된 형태의 건조기로서 원료가 직접 햇빛을 받지 않도록 제작되었다. 과일처럼 직사광선을 받을 때 누렇게 변색되는 원료들을 건조할 때 이를 방지하기 위해 주로 캐비닛 형태의 건조기를 사용한다.

반면에 진열장 형태의 건조기는 고기 등을 건조할 때 많이 사용한다. 빛과 열을 동시에 공급하여 건조하기 때문에 캐비닛 방식보다 건조 효율이 훨씬 높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마치 우리나라의 전통 음식 소재인 무말랭이를 건조하는 방식과 유사한 솔라쿠커인터내셔널의 식품건조기들은 전력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아 음식이 쉽게 상하는 지역에 보급되면서 호평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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