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해파리 독에 끄떡없는 부채새우

[재미있는 바다 이야기] 새우 양식할 때 해파리 먹이 '제격'

부채새우는 해파리를 먹는다. 해파리는 독이 있는 자세포(쏘기세포)를 가지고 있는데, 부채새우는 어떻게 독성 피해 없이 해파리를 잡아먹을 수 있을까?

일본 히로시마대학 연구팀은 부채새우의 분립을 조사하였다. 분립(糞粒)은 작은 똥 덩어리를 과학자들이 점잖게 부르는 명칭이다. 그랬더니 부채새우가 먹은 해파리 주변에 보호막을 쳐서 자세포에 쏘이는 것을 방지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 연구 결과는 사이언스데일리 8월 25일자에 실렸다.

바닷가재의 친척

부채새우는 닭새우, 바닷가재 등과 친척뻘이며, 식용으로 한다. 찜통에서 붉은 색으로 탈바꿈하고 먹음직스럽게 접시에 놓인 바닷가재, 닭새우, 부채새우. 보기만 해도 침이 고인다. 이 가운데 우리가 가장 흔하게 먹는 미국바닷가재(Homarus americanus)는 8년 정도 자라야 시장에서 팔릴 크기가 된다.

바닷가재의 나이를 정확히 알 수 있는 방법은 아직 없다. 나무 나이테나 물고기 이석처럼 나이를 알 수 있는 곳이 아직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크기나 온도에 따른 성장률을 고려해서 나이를 추정할 뿐이다. 바닷가재가 얼마나 사는지도 정확히 알지 못한다. 미국과 캐나다 동해안, 즉 대서양에서 잡히는 바닷가재 경우 최소 50년 이상은 살 것으로 추정한다. 1977년에는 크기 약 1m, 무게 20㎏ 나가는 바닷가재가 캐나다 노바스코시아 해안에서 잡힌 적이 있다.

부채새우는 바닷가재처럼 고부가가치 수산물이기는 하지만, 생활사나 먹이 등에 대해 알려진 바가 적어 여느 새우처럼 양식하지는 않는다. 초기의 어린 부채새우는 크기가 어른 손톱만 하고 몸은 거의 투명하다. 어린 부채새우는 해파리에 달라붙어 이동하면서 해파리를 먹는다. 무임승차에다가 해파리를 먹이로 까지 한다.

창자 안쪽에 보호벽이

부채새우의 창자 안쪽은 몸 외부를 감싸고 있는 딱딱한 껍데기와 같은 키틴 성분의 판으로 둘러싸여있다. 안팎으로 이런 방어벽이 있어서 바다가재는 해파리 쏘임으로부터 자유롭다. 그러나 창자 내벽을 보호하는 키틴질 판은 창자 앞부분에만 있고, 뒷부분에는 없다. 먹은 해파리가 소화기관으로 들어가 죽기 전까지만 창자를 보호하면 되기 때문이다. 단단한 판이 있으면 창자에서 먹이를 소화시키기가 불편하기도 하고.

아홉니부채새우-국립생물자원관 전시표본 ⓒ 김웅서

아홉니부채새우-국립생물자원관 전시표본 ⓒ 김웅서

히로시마대학 연구팀은 아홉니부채새우(Ibacus novemdentatus) 유생과 태평양원양해파리(Chrysaora pacifica)를 같은 수조 안에 넣고 실험했다. 아홉니부채새우는 매미새우과 부채새우속에 속하는 갑각류로 제주도 주변과 일본 주변 바다에 산다. 모양은 바닷가재나 닭새우를 꾹 눌러놓은 듯하다. 영어로는 팬랍스터(fan lobster)라 한다. 부채 모양의 랍스터(바다가재)란 뜻이다. 부채새우란 이름에서 어떤 모습일지 짐작이 간다. 몸길이는 보통 15㎝까지 자란다.

태평양원양해파리는 자세포가 있는 촉수를 용수철 늘어나듯이 쭉 뻗어 먹이동물에게 독침을 쏜다. 그리고는 마비된 먹이를 천천히 잡아먹는다. 연구팀은 아홉니부채새우에게 태평양원양해파리 촉수를 먹인 후 분립을 수거해 현미경으로 관찰했다.

그랬더니 분립 주변이 음식물에 의한 소화기관 벽의 손상을 막는 역할을 하는 위식막(peritrophic membrane)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위식막은 먹이로부터 병원균이나 독소가 소화기관으로 침투하지 못하게 해준다. 해파리 촉수를 먹더라도 대처방법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연구 결과 부채새우의 유생은 액체 형태의 먹이만 소화시켰다. 향후 부채새우 양식을 위해 인공 사료를 개발할 때 이러한 습성을 고려해야 될 것이다. 부채새우 유생은 해파리 독에 면역성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도 확인되었다. 해파리 독을 주입하면 앞다리를 이용해 몸에 묻은 해파리 점액 등 이물질을 제거하려는 듯 보이는 동작을 했다.

해파리를 먹는 천적 생물로 바다거북, 쥐치, 개복치, 병어, 돔 등이 알려져 있다. 앞으로 부채새우를 양식하게 되면 해파리를 먹이로 주면 되겠다. 천덕꾸러기 해파리의 숫자도 줄이고, 고부가가치 수산물도 기르고, ‘도랑 치고 가재 잡고’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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