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바다 이야기] 행동이 둔해지는 때가 있어
과로로 졸면서 운전하다 발생하는 사고가 뉴스에 심심치 않게 나온다. 밤을 새우고 나면 눈꺼풀이 천근만근 내리누른다. 잠을 자면서 뇌가 쉬어야 정신이 맑아진다. 사람의 경우다. 그런데 뇌가 없는 해파리도 잠을 잘까?
캘리포니아공과대학(칼텍) 연구팀은 카시오페아(Cassiopea) 해파리를 연구하였다. 여느 해파리는 우산처럼 생긴 갓을 위로하고 헤엄친다. 그렇지만 이 해파리는 갓을 아래로, 촉수를 위로 하고 바닥에 누운 것처럼 있기 때문에 영어로 업사이드다운해파리(upside-down jellyfish)라고 한다. 평생 물구나무서서 사는 것이다. 거꾸로 있으면서 마치 심장이 뛰기라도 하듯 1~2초마다 몸을 수축한다.
평생 누워 사는 카시오페아 해파리
해파리는 뇌도 없고 척추도 없다. 물론 심장도 없다. 원시적인 해파리와 만물의 영장이라 일컫는 인간 사이에 동물이란 점 빼놓고는 공통점이 거의 없어 보인다. 칼텍의 과학자들은 해파리와 사람의 하루 일과가 다르게 보이지만, 잠을 깬 후 일과가 시작되고, 잠이 들면서 하루를 마치는 것은 근본적으로 같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이 연구 결과는 2017년 9월 21일자 사이언스 데일리에 실렸다. 이와 같은 해파리의 행동은 잠이 영겁의 진화 세월동안 거의 변하지 않고 이어져 내려온 습관임을 말해준다.
해파리가 잠을 잔다는 사실이 놀라운 일은 아니다. 포유동물을 비롯해서 벌레나 곤충도 잠을 자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해파리는 동물 진화 과정에서 초기에 나타난 하등동물이기 때문에 해파리가 잠을 잔다는 사실은 잠의 본질이 무엇인지, 식물도 잠을 자는지 등 많은 의문점을 불러일으킨다.
해파리가 잠을 자는지 어떻게 알까?
도대체 잠이란 무엇인가? 생물의 잠은 다음과 같은 3가지 조건을 갖춰야한다. 첫째, 활동성이 떨어지는 기간이 있어야 한다. 즉 활동을 하지 않는다든지 휴식을 취하는 시기가 있다. 둘째, 휴식기간 동안 주변 자극에 대한 반응이 줄어든다, 사람의 경우를 보자. 우리는 잠을 잘 때, 깨어있을 때는 반응했을 소음이나 자극에도 모른 채 잠을 잔다. 업어 가도 모를 정도로 깊이 잠을 잔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셋째, 잠을 못 자면, 잠을 자고 싶은 욕구가 늘어난다. 만약 밤에 충분한 잠을 못 잤다면, 낮잠이라도 잔다.
그렇다면 해파리가 잠이 들었다는 것을 어떻게 입증할 수 있을까? 과연 해파리도 휴식시간을 갖는지 과학자들은 카메라를 설치하여 해파리 행동을 관찰하였다. 그 결과 해파리가 밤 동안 행동이 둔해지는 기간이 있었다. 이때는 1분 동안 갓을 39번 수축하였다. 반면 낮 동안에는 1분 동안 58번을 수축하였다.
또한 과학자들은 해파리의 행동이 둔해지는 시기에는 자극에 반응하는 한계치가 높아지는 것을 알았다. 즉 잠을 잘 때는 더 큰 자극이 있어야 알아차린다는 말이다. 연구팀은 재미있는 실험을 하였다. 수조 윗부분에 해파리를 판으로 받쳐놓고 해파리가 자고 있다고 판단될 때 판을 살짝 치웠다. 잠을 자던 업사이드다운해파리는 잠을 깨기 전 최대 5초 이상 물에 그냥 가만히 떠있었다. 그렇지만 깨어있는 해파리는 곧바로 수조 바닥으로 헤엄쳐 내려갔다.
마지막으로 과학자들은 해파리를 못 자게 하면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지 실험하였다. 20분 동안 매 10초 간격으로 물을 진동시켜 해파리가 잠을 자지 못하게 한 것이다. 그랬더니 밤에 정상적으로 잠을 잔 해파리보다 잠을 못잔 해파리들은 낮에 더 많은 휴식을 취하였다.
비록 해파리들이 잠을 자는 행동은 관찰하였지만, 수면의 배경이 되는 유전적인 기작은 아직 정확히 모른다. 많은 동물들이 수면을 조절하는 동일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연구팀은 멜라토닌처럼 동물의 수면을 촉진하는 호르몬 효과를 해파리에게서도 발견하였고, 사람처럼 해파리 경우도 수면 기작은 같을 것이라 추정한다.
사람뿐만 아니라 해파리도 휴식이 필요한 모양이다. 하루에는 낮과 밤이, 일주일에는 주말이 있다는 게 새삼스럽게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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