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타임즈 라운지] 개발도상국 농부 위해 개발된 앱 ‘누루(Nuru)’
2016년 초, 중앙아프리카와 서아프리카의 옥수수밭에서 이상한 애벌레들이 발견됐다. 낮 동안에는 옥수수 잎에 숨어 있다가 밤에만 활동하는 이 애벌레로 인해 옥수수 잎과 줄기는 물론 벼, 사탕수수, 목화 등의 다른 작물까지 큰 피해를 당했다.
이 애벌레의 정체는 아메리카 대륙의 열대 지방에 서식하는 열대거세미나방(Fall Armyworm)의 유충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후 사하라사막 이남의 아프리카 전역으로 빠르게 확산된 열대거세미나방은 2018년 8월 인도에서도 발견됐으며, 지난 6월에는 제주도 등 우리나라 남부 지역에서도 발견돼 충격을 주었다.
이 나방들은 바람 방향이 맞을 경우 불과 30시간 동안 미국 미시시피에서 캐나다 남부까지 약 1600㎞의 거리를 이동할 만큼 확산 속도가 빠르다.
국제열대농업연구소와 플랜트빌리지가 공동으로 개발한 ‘누루’는 휴대폰으로 작물을 촬영하기만 하면 질병 감염 여부를 실시간으로 진단해준다. ⓒ Pennsylvania State University
그 벌레들을 처음 본 그들은 출현 사실 자체를 인식하지 못하거나 대처 방법을 몰라 방제에 실패하기 일쑤였다. 때문에 당시 수백만 헥타르의 옥수수밭이 피해를 입어 약 3억 명분의 식량 피해가 발생했다.
하지만 아프리카 농부들은 이제 열대거세미나방처럼 새로운 적이 출현해도 공포에 떨 필요가 없게 됐다. 휴대폰으로 약간 이상하게 변한 작물 잎을 촬영하기만 하면 질병에 대한 실시간 진단을 제공하는 ‘누루(Nuru)’라는 앱이 개발되었기 때문이다. ‘누루’는 남동 아프리카 지역의 공통어인 스와힐리어로 ‘빛’이란 뜻이다.
국제열대농업연구소(IITA)와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의 연구개발 프로젝트 ‘플랜트빌리지(PlantVillage)’가 공동으로 개발한 이 앱은 농작물 이미지로 훈련받은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활용해 농부들에게 실시간으로 농작물 질병을 진단할 수 있게 하고 해충을 막는 방법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99% 정확도로 질병 감염 여부 식별
누루는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서도 채택돼 현재 70여 개국에서 열대거세미나방 같은 애벌레의 확산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이 앱은 작물 사진 촬영 시 빛이나 배경 등의 조건을 충족시킬 경우 약 99%의 정확도로 질병 감염 여부를 식별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업 부문에서 침습성 해충 및 질병으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액은 전 세계적으로 매년 약 5500만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개발도상국에서 기아를 해결하는 주요 작물인 고구마와 감자는 질병이나 해충으로 인해 생산량의 최대 60%를 잃기도 한다.
누루는 이처럼 열악한 환경의 소규모 농가들을 위해 개발됐다. 기업형의 대규모 농가에는 정교한 기상 모델링을 비롯해 토양 센서, 드론 등 첨단 기술이 적용되고 있지만, 아프리카 지역의 소규모 농부들이 활용할 수 있는 도구라곤 달랑 휴대폰 하나밖에 없기 때문이다.
FAO에 의하면 전 세계 6억 개의 농장 중 1헥타르(1만㎡) 미만의 소규모 농장이 약 70%를 차지한다. 면적으로 따지면 소규모 농장은 전 세계 농지의 약 7%에 불과하지만 식량안보 및 기아 해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실제로 개발도상국의 경우 소규모 농가들이 약 90%의 식량 생산을 책임진다.
그들에게 무료로 제공되는 누루의 최대 장점은 간편성이다. 이 앱은 기술 및 지식이 없어도 되며 심지어 글을 읽을 줄 모르는 이도 감염된 작물을 사진으로 찍기만 하면 정확한 진단 및 해결책을 얻을 수 있다.
앱을 연결할 때 드는 모바일 데이터 사용량이나 와이파이 여부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휴대폰에 일단 이 앱을 다운로드 받으면 데이터나 무선 연결 없이 시골 마을에서도 작동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 새로운 기술은 해충과 질병 외에도 농작물의 생산성과 물 가용성을 평가해 농민들이 언제 농작물을 심어야 하는지를 정확히 알려주기도 한다.
전 세계적 규모로 구현할 수 있는 방안 모색 중
누루가 작물의 질병 증상을 실시간으로 인식할 수 있는 것은 머신러닝 덕분이다. 연구진이 각종 질병에 감염된 수만 개의 작물 이미지를 올려 학습시키면 앱은 사용자들에게 높은 정확도로 작물의 건강 여부에 대해 진단한다.
열대거세미나방의 발병 여부에 대해 높은 정확도로 진단하는 데 성공한 누루는 현재 고구마와 카사바의 질병을 탐지하는 훈련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뭄과 척박한 토양에서도 잘 자라 열대지방에서 구황작물로 재배되는 카사바는 질병과 해충이 발생할 경우 수확량이 40% 이상 감소할 수 있다.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유행하는 버블티에 들어가는 펄이 바로 카사바의 녹말로 만든 것이다.
펜실베이니아대학의 곤충학자로서 누루의 개발 책임자인 데이비드 휴즈 박사는 “AI가 선진국에서는 일자리를 빼앗는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지만, 개발도상국에서는 AI가 누루처럼 빈곤의 악순환을 깰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플랜트빌리지 연구진은 누루를 전 세계적인 규모로 구현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미국 실리콘밸리의 한 벤처기업은 트랙터가 양상추와 잡초를 순간적으로 구별해 잡초에만 제초제를 살포하는 AI 모델을 개발하기도 했다. ‘레터스봇’이란 이 AI를 사용할 경우 화학약품의 사용량을 90% 절감할 수 있다. 현재 미국에서 생산되는 양상추의 10%는 이 AI가 관리하는 밭에서 생산된다.
FAO는 세계적으로 중요한 농작물 해충과 질병의 식별 및 감시에 AI 등의 첨단 기술이 필수적인 요소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2050년에 전 세계 인구가 약 100억 명에 이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누루나 레터스봇 같은 AI 시스템이 미래의 식량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원천 기술로 주목받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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