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해의 신’ 아폴로가 달 탐사에 나선 까닭

[이름들의 오디세이] 영화 퍼스트맨과 관련된 이름들

세상에는 ‘암스트롱(Armstrong)’이란 이름의 유명인들이 많다. 이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들은 암스트롱이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어떤 인물이 떠오르는가?

‘루이(Louis)’ 암스트롱을 떠올렸다면 당신은 음악 좀 듣는 사람일 것이다. ‘랜스(Lance)’ 암스트롱이 떠올랐다면 사이클링이나 운동에 관심이 많은 사람일 것이고, ‘닐(Neil)’ 암스트롱을 떠올렸다면 우주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닐 암스트롱은 달에 첫 발을 내딛은 것으로 유명한 사람이다. 최근 그의 삶을 다룬 영화 ‘퍼스트맨(First Man)’이 개봉됐다.

필자는 이 영화를 보면서, 유명한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성공 이야기보다 닐 암스트롱이라는 사람 자체에 초점을 맞췄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주선을 ‘조종해(!)’ 달에 무사히 착륙시킨 후, 되돌아온 한 인간의 내면을 잘 풀어낸 영화라 생각한다.

아울러 달 탐사에 관련된 자세한 이야기들을 잘 들려주기 때문에 비행과 우주에 관심이 많은 사람에겐 눈과 귀가 호강하는 영화라 반갑지 않을 수가 없다.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이 영화에 등장하는 이름들의 사연을 한번 알아보자.

시험 비행사 시절의 닐 암스트롱.  ⓒ 위키백과 자료

시험 비행사 시절의 닐 암스트롱. ⓒ 위키백과 자료

시험 비행사 일을 하던 닐이 원래 지원한 것은 NASA의 제미니 프로그램이다. 1950년대에 시작한 미국의 유인 우주선 계획은 머큐리, 제미니, 아폴로의 순서로 진행되었다.

여기서 머큐리, 제미니, 아폴로는 모두 그리스-로마신화에 나오는 이름들이다.

첫 유인 우주선 프로그램인 머큐리 프로젝트(Project Mercury; 1958~1963)의 목표는 1명의 우주인을 지구 궤도에 쏘아 올려 소련을 따라잡는 것이었다.

신화에 등장하는 머큐리는 주피터의 아들이자 심부름꾼이었다. 그러다 보니 여기저기 바삐 쏘다녀야 했고, 신들 중에는 보기 드물게 날개까지 달게 되었다.

미국이 유인 우주선 사업의 첫 프로젝트 이름을 머큐리로 한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그 중 가장 큰 이유는 ‘이제 우리도 우주 경쟁에 뛰어든다’라고 소련에 소식을 전하는, 다시 말하면 ‘통보’의 의미다. 아울러 머큐리의 행성 즉 수성은 태양계에서 가장 빠른 행성이므로 속도를 올려 빨리 소련을 따라잡자는 염원도 담겨있다.

머큐리 프로젝트가 성공하자 미국은 본격적으로 달로 가는 걸음에 나섰다.

그런데 사람을 달로 보내기 위해서는 우주선을 우주 공간에서 분리하고 도킹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머큐리에서는 없던 과정이었기에 지구 궤도에서 그 과정을 먼저 시도하고 익혀야 했다. 그것이 제미니 프로그램(Gemini Program; 1961~1966)의 목표였다.

제미니는 ‘쌍둥이 자리’를 의미하는 별자리의 이름이다. 제미니 우주선에는 승무원이 2명 탑승하기에 제미니라는 이름이 붙었다.

아폴로의 지원선(SM).  ⓒ 위키백과 자료

아폴로의 지원선(SM). ⓒ 위키백과 자료

제미니의 성공은 곧바로 3인승 아폴로 프로그램(Apollo Program; 1960~1972)의 추진으로 이어졌다. 여기서 언뜻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달로 가는 프로그램에 태양의 신 아폴로의 이름을 쓴 것이다. 왜 그랬을까?

신화에서 아폴로는 문학과 예술 그리고 의학을 관장하는 신이다. 아울러 그는 백발백중을 자랑하는 명궁(名弓)이다. 그래서 명궁의 활 실력을 발휘해 38만 킬로미터 떨어진 달까지 정확히 명중하라는 의미가 있었다.

이에 더하여 ‘소련 공산주의자가 장악한 우주 공간의 쟁탈전에서 자본주의가 승리하여 빛의 세계를 회복하겠다’는 의미도 있었다고 한다. 아폴로는 태양이고, 태양은 광명천지를 뜻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필자도 추측 하나를 더해본다. 대단히 까탈스럽기로 유명한 달의 여신 아르테미스에게 오빠인 아폴론을 보내면 너그러이 반겨주리라는 소망을 담은 것은 아니었을까?

아폴로의 사령선(CM).  ⓒ 위키백과 자료

아폴로의 사령선(CM). ⓒ 위키백과 자료

여하튼 아폴로 우주선은 사령선(CM; Command Module), 지원선(SM; Service Module), 달착륙선(LN; Lunar Module)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중 지구로 귀환하는 캡슐이 CM, 달에 착륙하는 것이 LM, 오가는 여행 중 CM뒤에 붙은 널찍한 원통형 우주선이 SM이다.

CM이나 LM 에는 여유 공간이 없기에 우주인들이 자유로이 활동하는 공간은 주로 SM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시간 동안 CM과 SM은 결합된 상태이므로, 이 둘의 결합체인 CSM(Command/Service Module)은 곧 ‘모선(母船)’인 셈이다.

아폴로 우주선이 지구궤도를 벗어나 달에 갈 때는 CSM과 LM이 머리를 맞댄 모양으로 간다. 영화에서도 나오듯이, 닐 암스트롱이 탄 아폴로 11호는 달 궤도에 무사히 도착했다.

이후 우주인 2명은 착륙선(LM; Lunar Module)을 이용해 달 표면에 내려간다. 다른 한 사람은 달 궤도에 뜬 모선(CSM; Command and Service Module)에 남는다. 이렇게 되면 모선의 호출명(call sign)은 ‘컬럼비아’, 착륙선의 호출명은 ‘이글’로 서로를 구별한다.

아폴로의 착륙선(LM).  ⓒ 위키백과 자료

아폴로의 착륙선(LM). ⓒ 위키백과 자료

반대로 지구로 되돌아올 때에는 먼저 달을 출발한 LM이 달 궤도의 CSM과 도킹을 한다. 2명의 우주인들이 달에서 가져온 자료들과 함께 CSM으로 옮겨 타고 LM은 분리한다.

이후 남겨진 LM은 달 궤도를 돌다가 추락한다. 때문에 지구로 돌아오는 CSM에는 LM이 없다.

지구 궤도에 다다라 이제 귀환 단계에 들어가면 3명의 우주인들은 캡슐 모양의 CM 으로 옮겨 타고 SM은 버린다. 그러므로 갈 때는 거대한 새턴V 로켓에 붙어갔지만 지구 귀환 때는 단촐하게 캡슐 모양의 CM만 돌아오는 것이다.

그 많은 부품들을 우주에 내버리고 오니 비용이 천문학적이다. 그래서 재사용으로 비용을 줄이려는 노력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편 아폴로 우주선이 무선 통신을 위해 각각의 호출명으로 불린 것은 아폴로 9호때부터였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지구 궤도에서 CSM 과 LM을 분리하고 도킹을 시도하며 달 착륙을 연습했던 것이다.

아폴로 9호 이후 쓰였던 호출명 역시 개성 넘치고 사연 있는 이름들이다. 다음 원고에는 그 이름들이 정해진 연유를 하나씩 살펴보자.

이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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