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오염 현장에서 활약할 소금쟁이 로봇

필름 형태의 생체모방 로봇… 열에너지를 운동에너지로 전환

물 위를 미끄러지듯 휘젓고 다니면서 수면 위에 떠있는 해충의 애벌레를 잡아먹는 곤충이 있다. 바로 수서곤충류의 하나인 소금쟁이(water strider)다. 그런데 이런 곤충의 습성을 따라 하는 생체모방(biomimetics) 로봇이 개발되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사고로 기름이 유출된 현장에서 자율적으로 오염을 막는 로봇이 개발되었다. ⓒ greenpeace.org

생체모방이란 수십억 년이라는 시간 동안 시행착오와 선택이라는 진화 과정을 통해 살아남은 생명체들을 모방하거나 이들로부터 영감을 얻고자 하는 취지로 탄생한 기술이다. 소금쟁이를 모방한 로봇은 물 위를 휘젓고 다니면서 마치 애벌레를 잡아먹듯이 수면에 떠있는 기름이나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것이 특징이다.

해양오염 시 유용하게 사용될 소금쟁이 모방 로봇

소금쟁이 로봇을 개발한 곳은 미 캘리포니아주에 위치한 리버사이드대(UCR) 연구진이다. 이들 연구진이 개발한 로봇은 소금쟁이처럼 수면 위를 이리저리 다니면서 바다에 유출된 기름을 흡착하거나 오염물질을 제거하기 위해 개발되었다.

소금쟁이를 모방한 로봇의 이름은 노이스봇(Neusbot)이다. 수면 위를 떠돌아다니는 수중생물을 뜻하는 명칭인 노이스톤(Neustons)과 로봇(robot)의 철자를 따서 만든 조합어다.

흥미로운 점은 노이스봇의 외관이 소금쟁이의 모양보다는 습성을 많이 모방했다는 점이다. 기다란 6개의 다리에 물 위를 미끄러지듯 움직이는 소금쟁이의 모양이 아니라 얇은 필름 형태로 이루어져 있어서 처음 보면 과연 로봇인지 의심이 들 정도로 기형적인 모습을 갖고 있다.

햇빛을 받은 필름은 열에너지를 운동에너지로 바꿔 작동하도록 설계되었다. ⓒ UCR.edu

로봇을 필름 형태로 설계한 이유에 대해 UCR의 ‘지웨이 리(Zhiwei Li)’ 박사는 “햇빛을 에너지원으로 삼기 위해 최적화된 모습을 찾다 보니 필름 형태를 갖추게 되었다”라고 설명하며 “독자적으로 수면 위를 오가면서 기름이나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것이 핵심 임무이기 때문에 지속 가능한 운영을 위해 태양광을 에너지원으로 삼은 것”이라고 밝혔다.

리 박사의 설명에 따르면 노이스봇의 작동 원리는 햇빛으로 물을 증발시킬 때 발생하는 수증기가 진동을 일으켜 로봇이 움직일 수 있는 운동에너지를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필름 같은 몸체에는 기름이나 오염물질을 흡착하는 성분이 코팅되어 있어 사고나 방류로 인해 부유하는 기름과 오염물질 등을 제거할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햇빛을 받아 발생하는 열에너지를 운동에너지로 전환

필름 형태의 로봇이 노이스봇이 처음은 아니다. 과거에도 태양광을 에너지원으로 하여 휘거나 구부러지는 필름 형태의 로봇은 존재했다. 하지만 기계적 진동을 통해 수면을 휘저으며 나아가는 로봇은 노이스봇이 처음이다.

햇빛을 에너지원으로 하여 작동한다고는 하지만, 기계적 진동을 통해 로봇을 물 위에서 움직이도록 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작업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같은 의견에 대해 리 박사는 “햇빛을 사용하여 여러 가지 동작을 제어할 수 있는 로봇을 만들기는 분명 쉽지 않은 작업”이라고 언급하면서 “우리는 이런 한계를 증기기관처럼 작동하는 삼층 필름 시스템을 통해 해결했다”라고 밝혔다.

증기기관의 원리는 끓는 물에서 나오는 증기가 기차나 자동차의 바퀴에 동력을 공급하는 것이다. 수증기가 가진 열에너지를 운동에너지로 전환시켜 주는 것이다.

노이스봇의 작동원리와 개요 ⓒ UCR.edu

리 박사의 설명에 따르면 여러 층으로 포개진 로봇의 필름은 다공성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산화철과 구리 성분의 나노봉, 그리고 물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구리로 된 나노봉은 햇빛을 열로 전환하여 물을 기화시키며 로봇이 수면 위에서 진동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리 박사의 생각이다.

노이스봇의 바닥에는 방수 물질이 코팅되어 있고, 필름 형태 물질은 가벼운 소재로 만들어져 있어서 아무리 파도가 치더라도 침몰되지 않고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다. 또한 필름 표면은 나노 물질까지 코팅되어 있어서 염분이 가득한 바닷물에서도 손상없이 견딜 수 있다.

현재까지 개발된 노이스봇은 햇빛을 받는 각도에 따라 나아갈 방향을 바꿀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금은 아주 기본적인 수준이지만 휘어지고 구부러질 수 있는 재질로 이루어져 있는 만큼, 기술이 진화하면 좀 더 원활하게 방향을 바꿀 수 있을 것으로 연구진은 기대하고 있다.

이처럼 로봇의 진행 방향을 보다 자유롭게 만들려는 이유에 대해 리 박사는 “지금은 사고로 기름이 바다에 유출되면 현장에 배를 보내서 사람이 직접 손으로 제거하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하며 “하지만 노이스봇이 완성되면 오염 현장에서 마치 진공청소기가 먼지를 빨아들이듯이 기름이나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로봇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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