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항공모함 침몰시킨 급강하 폭격의 위력

[밀리터리 과학상식] 유도 무기 개발 이전 정밀 폭격 가능한 유일한 방법

영화 ‘미드웨이’를 보면 일본 해군의 항공모함 4척이 미군기의 공습으로 격침당하는 장면이 자세히 나온다. 그런데 잘 보면 일본 항공모함을 공습하는 미군기들의 비행 장면이 좀 특이하다.

일본 항공모함이 항공기 코앞에 올 때까지 거의 수직으로 급강하했다가, 폭탄을 풀어놓고 조종간을 당겨 기수를 수면과 평형으로 맞춰 초저공으로 비행하면서 표적과 멀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폭격 방식을 급강하 폭격이라고 한다. 그리고 급강하 폭격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각국의 공군 및 육해군 항공대에서 매우 일반적인 전술이었다. 따라서 이에 맞춰 특화된 항공기와 인원까지 보유하고 있었다.

영화 미드웨이에서 미 해군의 급강하 폭격기에 피격당해 불타는 일본 항공모함. 실제로 제2차 세계대전 중 각국 주력함 다수가 급강하 폭격에 의해 침몰 또는 치명상을 입었다. Ⓒ누리픽쳐스

급강하 폭격이 왜 필요했을까? 그 이유는 당시의 항공기용 폭탄이 명중률 낮은 자유낙하 폭탄뿐이었기 때문이다.

항공기의 무장은 유도 장치의 유무 여부와 자체 추진력의 유무 여부로 나눌 수 있다. 자유낙하 폭탄은 유도 장치와 자체 추진력이 없다. 때문에 적의 대공 포화로부터 비교적 안전한 고고도(6km 이상)에서 수평비행하면서 폭탄을 투하할 경우 목표물까지 상당히 긴 거리를 낙하하게 되면서 바람의 힘을 받아 탄도가 틀어져 버린다.

이에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지상 고정 목표에 대한 자유낙하 폭탄의 수평 폭격 명중률은 잘 해야 10%대였다. 게다가 항공모함처럼 비교적 크기가 작고, 자체 회피 기동 능력까지 지닌 목표에는 명중을 거의 기대할 수 없다.

급강하 폭격은 이러한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도입된 전술이다. 영화에서 나온 바와 마찬가지로, 폭격기가 고도 6km 이상의 고공에서 표적을 확인, 조준한 다음 50~70도 이상의 각도로 급강하한다. 급강하하면서 필요한 경우 강하비행경로를 수정, 450~600m 사이의 고도에서 폭탄을 투하한다. 폭탄 투하 직후 항공기는 기체를 급상승시켜 수평비행, 또는 상승비행을 통해 표적에서 이탈하게 된다.

이러한 급강하 폭격은 폭탄을 탑재하고 수직에 가깝게 강하하는 항공기의 속도, 그리고 중력을 이용해 폭탄의 최초 낙하 속도를 수평 폭격에 비해 매우 크게 높일 수 있다. 수평 폭격에 비해 폭탄의 낙하 거리도 짧다.

따라서 외력이 개입할 여지가 그만큼 적어 더욱 높은 폭격 명중률을 낼 수 있다. 이러한 급강하 폭격 전술은 정밀 유도 무기가 없던 당시 정밀 폭격을 실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각광받았다.

때문에 전간기 미국을 시작으로 일본과 독일 등 주요 군사 강대국에서 활발히 연구되어, 제2차 세계대전 중 본격적으로 꽃을 피우게 된다. 구 일본군의 경우 1942년 인도양 작전 당시 영국 함정에 대해 무려 80~90%의 급강하 폭격 명중률을 기록했다.

미 해군의 SBD 던트레스 급강하 폭격기 ⒸWikipedia

제2차 세계대전에서 각국 해군의 주력함 다수가 급강하 폭격 단독으로, 또는 뇌격기 등 다른 부대와의 합동 공격으로 침몰했다. 태평양 전쟁에서만 대충 보더라도 미국 전함 ‘캘리포니아’, ‘테네시’, ‘웨스트 버지니아’, 미국 항공모함 ‘요크타운’, 일본 전함 ‘하루나’, ‘휴가’, ‘이세’, ‘무사시’, ‘야마토’, 일본 항공모함 ‘아카기’, ‘카가’, ‘소류’, ‘히류’, ‘쇼호’, ‘히요’, ‘즈이호’ 등의 격침 과정에 모두 급강하 폭격기가 개입되어 있었다.

그러나 행간을 봐도 알 수 있듯이, 급강하 폭격은 상당히 위험이 높은 전술이다. 급강하 도중 적의 대공 포화와 요격 전투기의 반격을 무릅써야 한다. 게다가 인간이 +G보다도 견디기 힘든 –G를 견뎌야 한다. 그런 상태에서 적정 투하고도에서 폭탄을 투하하고, 기수를 들어 수평 비행으로 회복하는 과정에서 다시 상당한 +G(약 6G)를 받는다.

이를 견디고 폭격에 성공하려면 엄청난 담력과 스태미나, 조종 기량이 필요하다. 때문에 제2차 세계대전 중 급강하 폭격기 조종사들은 어느 나라 군대에서건 최정예로 인식되었다.

이들이 사용하는 항공기, 즉 급강하 폭격기 역시 전투기나 수평 폭격기와는 설계부터 달랐다.

무거운 폭탄을 싣고도 고공비행이 가능해야 했으므로 급강하 폭격기의 주익은 충분한 양력을 얻기 위해 매우 크다. 그리고 급강하 속도가 너무 빠르면(기종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시속 약 450km 이상) 안 되었다. 급강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목표에 충돌해 버리거나, 항공기가 공중분해되어 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이 거대한 날개에 급강하 속도를 제어하기 위한 큰 에어브레이크를 설치했다. 이러한 설계 특성상 급강하 폭격기는 급선회, 급상승 등 항공기 간의 공중전에 필요한 급기동이 어려웠다. 때문에 또 다른 영화 ‘배틀 오브 브리튼’에서도 잘 나타나듯이, 적의 전투기를 만나면 쉽게 격추당했다. 특히 폭탄을 싣고 갈 때가 더욱 취약했다. 급강하 폭격기의 조종석 후방에 방어 기관총이 달려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A-24 급강하 폭격기의 후방 기관총 사수석. 공중전에 취약한 특성상 이런 방어 설비가 필수적이었다. ⒸWikipedia

제2차 세계대전이 종전되고 항공 기술이 발전하면서 급강하 폭격의 시대는 저물게 된다. 프로펠러 엔진에 비해 더욱 추력이 높은 제트 엔진의 등장으로 인해, 공중전과 지상 폭격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새로운 장르의 항공기인 전투폭격기(F-4 팬텀 등)가 등장했다. 또한 유도 폭탄 등 정밀 유도 무기가 발달되면서, 급강하 폭격에 치중할 필요는 줄어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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