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이 찐다는 것은 몸에 지방질이 지나치게 많이 쌓인다는 뜻이다. 몸을 구성하는 성분 중 지방이 지나치게 많으면 건강에 해롭다.
실제로 겉보기에 몸집이 크지 않은 사람이어도 몸을 구성하는 성분 중 근육이 부족하고 지방이 지나치게 많은 경우 ‘마른 비만’ 판정을 받기도 하는데, 지방을 효과적으로 분해해서 건강한 몸을 유지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있을까?
지방이 분해되는 것은 1994년 발견된 호르몬 ‘렙틴’의 작용 때문이라고 생각되어 왔다. 렙틴을 만들어내지 못해 뚱뚱하게 살이 찐 쥐가 날씬한 쥐와 함께 찍힌 사진을 한 번쯤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실제로 처음 렙틴이 발견되었을 때 사람들은 이 호르몬이 비만을 치료할 수 있는 만능 열쇠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실제로 비만 환자에게 렙틴을 투여했을 때 효과적으로 지방이 분해된 경우는 5~10%밖에 되지 않았고, 렙틴의 신호를 받은 뇌가 몸 구석구석에 분포하는 지방을 분해시키게 되는 구체적인 기작이 무엇인가는 미스터리로 남아있었다.
지방 분해는 렙틴이 아니라 ‘백색지방세포’ 감싸고 있는 신경세포의 작용
렙틴의 존재가 발견된 지 20년이 지난 지금, 그 미스터리에 대한 해답이 밝혀졌다. 미국 록펠러 대학의 웬웬 젱(Wenwen Zeng) 박사와 포르투갈 굴벤키아 이학연구소의 박사과정 학생인 록사나 피르츠갈스카(Roksana M. Pirzgalska)가 주도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지방을 분해시키는 직접적인 원인은 렙틴이 아니라 지방세포 중 특히 ‘백색지방세포’를 감싸고 있는 신경세포의 작용이라고 한다. 이들의 연구 결과(Sympathetic Neuro-adipose Connections Mediate Leptin-Driven Lipolysis, W. Zeng et al.)는 지난 9월 24일 셀(Cell)지에 실렸다.
백색지방세포에서 분비된 렙틴은 혈관을 타고 이동해 뇌를 자극하고, 이 자극은 다시 몸 구석구석에 퍼진 지방조직으로 전달된다. 연구진의 관찰 결과 자율신경계 중 교감신경계에 속하는 ‘신경절 세포(ganglionic neuron)’가 지방세포를 감싸 쥐고 있었는데, 이 신경절 세포가 지방의 분해에 직접적인 역할을 했다.
렙틴에 의해 활성화된 신경절세포는 교감신경이 분비하는 대표적인 신경자극 전달물질인 ‘노르아드레날린’을 합성해 분비했다. 분비된 노르아드레날린은 지방세포 표면의 수용체에 결합하고, 그 신호를 받은 지방세포의 내부에서는 호르몬 민감성 지방분해효소(HSL; hormone-sensitive lipase)가 활성화되었다.
연구진은 신경세포의 활성을 조절하기 위해 광유전학적 방법을 이용했다. 이 방법을 이용하면 간단하게 빛을 쪼여주는 것으로 신경세포를 활성화시킬 수 있다. 백색지방세포를 감싸 쥐고 있는 신경세포의 끝부분을 자극하자 노르아드레날린이 더 많이 만들어졌고, 이와 함께 활성화된 지방분해효소의 양도 늘어났다. 4주간 이 자극을 지속한 뒤 지방조직의 양을 비교해 봤더니, 인위적으로 신경세포를 자극한 경우 지방세포의 양이 1/4 이하로 줄어들었다.
4주간 빛으로 신경세포를 자극한 뒤 지방이 분해된 정도를 비교한 결과. 파란 색이 자극을 준 쪽, 노란색이 자극을 주지 않은 쪽의 지방 조직이고, 왼쪽(ChR2-)이 빛을 주기 전, 오른쪽(ChR2+)이 빛 자극을 4주간 받은 후의 결과다. ⓒ Zeng et al.
빛으로 신경세포를 자극한 뒤 남아있는 지방의 양. 왼쪽의 흰색 그래프(ChR2-)가 빛 자극을 주지 않은 경우, 오른쪽의 파란색 그래프(ChR2+)가 빛 자극을 받은 후의 결과로, 자극을 준 경우 지방의 양이 1/4 이하로 줄어들었다. ⓒ Zeng et al.
연구진은 렙틴과 신경세포의 작용 중 무엇이 더 지방 분해에 중요한지도 밝혀냈다. 렙틴을 투여하자 노르아드레날린의 양이 증가했지만, 렙틴을 투여하더라도 약물을 통해 신경 활동을 억제하거나 신경세포에 물리적인 손상을 가한 경우 지방분해효소가 활성화되지 않았다. 즉, 렙틴이 궁극적으로 지방의 분해를 촉진시키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방이 분해되는 데 더 중요한 것은 지방을 감싸고 있는 신경세포의 작용임을 보여준 것이다.
윗줄이 활성화된 지방분해효소(p-HSL)의 양을 보여준다. 렙틴을 투여한 경우(왼 쪽에서 세 번째, Leptin-Saline. 제일 왼쪽 Saline-Saline 대비) 효소의 양이 증가했지만 신경 활동을 억제하는 약물을 처리한 경우(제일 오른쪽, Leptine-Hexam.)활성화된 효소가 거의 없어졌다. ⓒ Zeng et al.
맨 윗줄이 활성화된 지방분해효소(p-HSL)의 양이다. 렙틴을 투여한 경우(Leptin +부분) 중 신경세포가 온전한 경우(Intact)에만 활성화된 효소가 검출되었다. 신경세포에 물리적 손상이 가해진 경우(Crush)에는 활성화된 효소가 검출되지 않았다. ⓒ Zeng et al.
지방조직은 신경세포뿐 아니라 혈관에도 둘러싸여있다. 혈관을 타고 전달된다는 호르몬의 특성 때문에 그 동안은 렙틴의 영향으로 분비된 또 다른 호르몬이 지방을 분해할 것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지방을 분해하는 것은 신경세포의 작용이라는 것이 드러났다.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신경계의 작용을 조절하여 비만을 치료하는 길이 열릴 수도 있겠다. 이 연구처럼 간단히 빛을 쪼여주는 방법으로 손쉽게 지방을 분해할 수 있게 된다면 살 찔 걱정은 전혀 하지 않아도 될 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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