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에 과학을 입히다

현대 건축공법 적용, 대중화 시동

지난 7월 초, 매우 특별한 한옥 한 채가 대구시 동구 도학동에 건립됐다. 지하 1층, 지상 1층 규모의 이 한옥은 여느 한옥과 마찬가지로 전통 기와지붕의 한식 목구조에 격자무늬의 창호가 달려 고풍스런 멋을 지니고 있다.
 

▲ 대구 도화동에 건립된 그린한옥은 불필요한 열손실을 제로화하는 성능을 보유하고 있다. ⓒ대구광역시청

그런데 이 한옥이 특별한 것은 다른 한옥과 달리 단열과 기밀 성능이 뛰어나 겨울철 난방 비용을 1/10로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보통 기존 한옥의 경우에는 난방을 위해 1㎡당 연 20ℓ이상의 기름을 사용해야 하지만, 이 한옥은 연 1.5~2ℓ의 기름만으로도 충분한 것. 이는 연 7~8ℓ의 기름을 사용하는 신축 아파트보다도 뛰어난 효율이다.

그 이유는 최첨단 단열공법을 이용해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하는 건축공법인 ‘패시브하우스’ 기술을 융합, 한옥의 벽과 지붕, 창, 문, 온돌성능을 획기적으로 개선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전통 한옥이 지닌 멋과 맛, 디자인 등 전통성과 친환경성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불필요한 열손실은 제로화하는 성능을 보유한 ‘그린 한옥’이 탄생한 것.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개발한 이 그린 한옥은 난방비 절감뿐만 아니라 여름철에 외부의 뜨거운 열기가 내부로 들어오는 것을 차단함으로써 실내를 시원하게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도 지니고 있다.

최근 친환경 웰빙 바람과 함께 한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한옥의 설계부터 시공에 이르기까지 현대 건축공법을 접목시키고 전문인력 양성의 체계화 등 한옥에 과학화 바람이 거세게 일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각 부품 표준화해 대량 생산

한옥의 대중화를 가로막는 가장 큰 단점은 3.3㎡당 1천만원이 넘는 비싼 시공비이다. 기존 한옥은 벽체를 세우는 데만 3개월 이상이 걸릴 만큼 건축기간이 길어 제작비의 절반 이상이 인건비로 들어갔다. 또 현장 목수의 능력에 따라 만들어진 부품의 편차가 큰 것도 비용과 공사기간을 늘리는 한 요인이었다.

▲ 한옥의 각 부분을 표준화해 현장에서 조립만 하는 건설공법이 등장해 한옥 시공비를 대폭 낮추고 있다. ⓒ하루한옥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옥의 각 부분을 표준화해 현장에서 조립만 하는 건설공법이 등장했다. 예를 들면 지붕이나 벽체, 창, 문, 온돌 등 핵심요소 기술을 표준화해 대량생산할 경우, 한옥의 공사기간이 단축돼 건축비를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

3차원 설계 시스템인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 기법도 한옥에 도입되고 있다. 이 같은 과학적 설계 방식을 사용할 경우 설계 단계부터 모든 부품의 정확한 수치를 산출할 수 있어서 결과물의 편차가 없을 뿐더러 공사기간과 건축비를 줄일 수 있다. 또 한옥 고유의 특성을 살리면서 고객 요구에 맞춰 설계 및 시공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거기에다 조립식 모듈 공법을 한 단계 발전시켜 모든 구조를 요청하는 대로 설계가 가능한 ‘레고 한옥’까지 등장해 한옥을 선호하는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이처럼 새로운 공법으로 시공되는 한옥은 벽체와 창문에 이중 단열재가 사용돼 기존 한옥의 단점으로 꼽혔던 단열 기능이 개선되고 시공기간과 시공비용이 기존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반값 한옥’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한옥 R&D(연구개발)를 위해 2009년부터 2014년까지 360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국토해양부의 용역을 받은 명지대 한옥기술개발연구단은 내년 상반기까지 ‘반값 한옥’을 실용화하기 위해 용인캠퍼스에 실험 한옥을 짓고 다양한 시험을 진행 중이다.

대학 등에서 한옥 전문인력 양성

또한 국토해양부는 한옥건축산업 육성을 위해 지난해부터 한옥 전문인력 양성사업 교육기관을 선정해 한옥설계 등 관련분야의 전문인력 양성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올해에는 한옥설계 전문과정에 명지대, 전북대, 경상대, 대한건축사협회 등 4개 기관이, 한옥시공관리자과정에 건술기술교육원이, 대학생 여름 한옥캠프에 강원대 등 총 6개 기관 3개 과정이 선정됐다.

이들 기관에는 총 6억 원의 교육비가 지원되며, 선발된 교육생은 교육과정에 따라 무료 또는 교육비의 10% 이내의 실비로 교육을 받을 수 있다. 교육 프로그램은 과정별 교육대상과 특성을 고려하여 실시되며, 한옥 전문가 특강, 현장실습 및 답사 등 다양하고 실질적인 내용과 함께 집 고쳐주기 등 지역봉사활동 프로그램도 포함된다.

환경대학원에 한옥 전공을 국내 처음 신설했으며, 국토해양부가 주관하는 한옥전문 교육기관에 선정돼 한옥건축종합센터에 현직 건축사들을 대상으로 한옥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전북대는 지난 8일 대목장 최기영 선생이 운영하는 전수교육관과 한옥 특화교육을 위한 협약을 체결해 한옥 관련 실무교육의 전문성을 더욱 높이게 됐다고 발표했다.

중요무형문화재 대목장 제74호로 지정된 최기영 선생은 부여 백제재현단지를 비롯해 봉정사 극락전, 경주 월정교 복원공사를 주관하는 등 국내 한옥계를 대표하는 거장이다.

이날 협약에 따라 전북대는 최기영 전수교육관에 학생들을 파견해 한옥 기술을 습득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 전북대는 올해 개교한 고창캠퍼스에서도 목조건축 전문인력양성사업단의 한옥기능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으며, 올해부터 건축공학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옥 특화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한편 국토해양부는 한옥종합정보를 제공하는 ‘국가한옥센터(www.hanokdb.kr)’를 구축해 지난해 말부터 공식 운영하고 있다. 이 사이트는 체계적이고 통합적인 한옥정보 제공을 위해 한옥산업화 및 대중화의 기틀을 마련하고, 산·학·연 한옥정보 네트워크를 구축해 국내 한옥 정보의 구심점 역할을 담당하고자 기획됐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제공되는 주요 한옥 관련 종합정보 사이트인 ‘국가한옥센터’에는 한옥의 성능 개선 및 대중화를 목표로 추진되고 있는 한옥 R&D의 연구성과를 제공하는 ‘신한옥기술’ 서비스를 비롯해 한옥 관련 통계자료 및 분포현황, 지자체 한옥지원정책 등을 지리정보와 결합시켜 제공하는 ‘한옥지도’ 서비스, 시공방법 등 한옥 기초정보를 다양한 시각자료를 통해 소개하는 ‘한옥공부’ 서비스 등이 제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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