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한번의 실패 끝에 성공한 지구 관측 미션

[별들의 후손이 들려주는 천문학 이야기] ESA의 호라이즌 2000 프로그램(2)

코로나19 팬데믹이 천문학 및 우주에도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유럽 우주국의 여러 중요 프로젝트들이 취소되거나 연기되고 있는 와중에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독일 다름슈타트에 위치한 유럽 우주국의 운영센터(European Space Operation Centre)에서는 심지어 상주 직원을 줄이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서 유럽 우주국의 여러 프로젝트가 잠시 연기되거나 중단되었는데, 특히나 태양계 관련 탐사 4가지 미션들의 자료수집 활동이 일시적으로 중단되었다. 태양풍과 지구 자기 환경의 상호작용 및 영향에 관해서 조사하기 위해 시작되었던 클러스터 II 미션의 4개 위성 모두 동면 상태에 들어가게 되었고 결국 자료수집이 당분간 중단되었다. 이에 클러스터 II 미션에 참여하였던 연구원 및 공학자들은 대부분 상당한 안타까움을 표했는데, 이는 위 프로젝트만의 특별한 사연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 번의 실패 그리고 성공

인공위성의 발사는 항상 신중해야 한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특히 우주 발사 이후 결함이 발견되더라도 수정이 상당히 어렵기 때문이다. 인공위성을 발사시키기 위해서는 로켓의 정상작동도 필수적이다. 복잡한 로켓 구조로 인한 로켓의 추진시스템 오류 때문에 로켓 발사를 처음 시도하는 나라에서는 80% 정도가 실패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이유로 보통의 인공위성 준비는 상당한 준비와 여러 가지 중복 검증이 필요하다.

1996년 6월 4일, 지구의 자기장과 태양풍의 상호작용 그리고 오로라 등을 연구할 목적으로 4면체의 꼭짓점을 형성하는 동일한 4대의 우주선들이 아리안 로켓5에 실려서 발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인공위성들의 집합체들은 클러스터 형태를 띠고 있기에 말 그대로 클러스터(Cluster)라는 이름이 붙었고 10년간의 계획이 집약된 미션이었다. 하지만 발사 37초 만에 궤도를 벗어나면서 폭발하기 시작했고 결국 자동 자폭장치가 작동해서 파괴되고 말았다.

사고 후 유럽 우주국 조사위원회의 원인 조사에 따르면 로켓에 탑재된 컴퓨터가 64bit 숫자를 16bit 공간으로 복사 시도하다가 사고가 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미션은 미항공 우주국(NASA)의 협력과 함께 다시 한번 준비를 하게 되었고, 이번에는 클러스터 II의 이름으로 2000년 7월과 8월 각각 러시아 로켓 소유스-U와 프리갓에 실려서(Soyuz-U/Fregat) 성공적으로 궤도에 안착하게 되었다. 4대의 인공위성들은 모두 각각 이온 분광기, 전자기장 연구를 위한 실험계, 플라스마 측정기 등 총 11개의 실험 장비와 도구를 싣고 있었다.

클러스터 II 미션의 상상도 ©ESA/NASA

태양풍과 지구 자기장과의 상호작용 밝혀

지구는 거대한 자석이므로 고유한 자기장을 지니고 있다. 이 자기장은 지구 생명체들에게 더없이 고마운 존재이다. 태양의 상부 대기층에서 방출된 전하 입자, 즉 플라스마의 흐름을 태양풍이라고 부르는데, 태양풍은 지구 자기장에 의해서 밀려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구 자기장이 없었다면 지구는 생명체가 살기에 상당히 척박한 환경으로 변했을 것이다.

이처럼 지구 자기장은 태양풍으로부터 지구를 보호해 주는 역할을 하지만 태양풍과의 상호작용은 지구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러한 상호작용에 관해서 연구하기 위해서 출발한 클러스터 미션은 이전의 우주선 임무들이 지구의 자기권(magnetosphere)의 경계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었음에 비하여 4개의 클러스터 위성이 만드는 4면체의 동시 측정을 통해서 자기장의 움직임을 추적할 수 있었고 태양풍과의 상호작용을 보다 자세히 연구할 수 있었다.

또한 각 위성들은 태양풍뿐 아니라 태양풍이 행성의 자기권(보통 행성 반지름의 수십 배 정도 되는 거리에서 태양을 향한 쪽으로 생성)이나 이온층과 부딪힐 때 발생하는 충격파의 일종인 활모양 충격파(bow Shock)도 측정 및 연구하고자 했다. 활모양 충격파는 보통의 충격파처럼 충격파가 지나기 전의 앞과 지나고 난 후의 매질의 상태를 크게 바꿔놓는데 활모양 충격파가 지나고 난 뒤의 태양풍은 태양풍 입자들이 이 충격파 경계면에서 자기권과 충돌하기 때문에 속도가 매우 줄어들게 된다.

이로 인해서 만들어지는 지구 자기장의 경계면을 자기권계면(magnetopause)이라고 부르는데, 자기권계면 안쪽에는 태양쪽과 그 반대쪽에 각각 거대한 도넛 모양의 자기장이 형성된다. 그중 그 뾰족한 부분을 커스프(cusp)라고 부른다. 커프스 지역에서는 작은 자기장으로 인해서 플라스마가 직접 자기권 내에 침입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태양이 내뿜는 태양풍과 지구 자기장의 상호작용을 연구하고 있는 탐사선 클러스터 II 미션의 상상도 ©ESA/NASA/SOHO/LASCO/EIT

하지만 유럽 우주국의 클러스터 II 미션의 자료 분석 결과 태양풍의 지구의 자기장 침투는 생각보다 더 빈번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태양풍이 형성하고 있는 자기장이 지구의 자기장과 반대 방향일 경우 자기력선이 재결합하는 현상을 보이면서 발생하는 현상으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이는 5개의 위성으로 구성된 미항공우주국의 테미스 위성단의 결과 분석을 통해서 오히려 반대로 지구와 태양의 자기장이 나란히 놓일 때 일어나는 현상일 수도 있음이 제기되었다. 또한 클러스터 II 미션은 지구 극지방의 원소 이온 누출을 조사했는데, 지구 자기장이 극지방에서의 산소, 수소, 및 헬륨 등의 탈출을 가속시키고 있음을 밝혀냈다.

실로 태양풍이 지구 자기장의 방어막을 뚫고 어디까지 들어올 수 있는지, 즉 지구 자기장의 방어 정도를 알아낸 클러스터 II 임무는 우주 기상 예보에 큰 공헌을 하고 있다. 태양풍은 실제로 지구인들의 생활에 크게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태양풍 에너지는 가끔 우주 플라스마 폭풍을 발생시킬 수 있는데 이러한 폭풍은 지구 내의 통신 장비 등에 여러 가지 오작동을 일으킬 수 있다. 지구 표면에 있는 전력체계에 손상을 입힐 수도 있으며, 이로 인해서 지구를 돌고 있는 저궤도 위성은 궤도를 이탈하기도 한다. 또한 태양풍을 연구하는 것은 오로라를 가지고 있는 행성들(예를 들면 목성과 토성)의 이해력을 높여줄 수 있다.

클러스터 II 미션의 커스프 지역 탐사 상상도 ©ESA/NASA/Yuri Shprits

클러스터 II 미션의 당초 계획은 5년이었지만,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성공적으로 운영되었다. 코로나19로 인해서 잠시 중단되었지만 상황이 호전된다면 클러스터 II 미션은 다시 재개될 전망이다. 

중국국가항천국과의 협력

클러스터 II 미션은  2003년부터 2007년까지 중국국가항천국(China National Space Administration)과의 협력으로 더블스타 미션(Double Star mission)도 진행했다. 이는 중국이 발사한 최초의 지구 자기장 관측 위성인데 적도 위성 TC -1과 극 위성 TC -2 등 2개의 위성으로 구성되어 있다.

더블스타 미션은 원래 클러스터 II 미션에 이어서 지구의 자기장을 관측할 계획이었지만, 클러스터 II 미션과 함께 진행되었다. 1년간 계획되었던 처음 임무가 성공적으로 끝나고 두 차례나 연장되었다. 이 미션은 중국국가항천국에 의하여 독자적으로 설계, 개발, 발사, 그리고 운용이 된 탐사였으며 유럽우주국은 자본을 투자함으로써 더블스타 미션과 클러스터 미션 II와의 과학 연구 등이 공동 실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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