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통무예 태권도가 전 세계를 홀린 이유

[스포츠 속 과학] 아메리카 갓 탤런트 뒤흔든 태권도 시범

세계태권도연맹(World Taekwondo) 시범단이 미국 NBC의 유명 오디션 프로그램인 ‘아메리카 갓 탤런트(America’s Got Talent, 이하 아갓탤)’에서 선보인 태권도 시범이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지난 6월 16일 유튜브에 아갓탤 심사위원 전원의 기립박수를 이끌어냈던 예선 영상이 올라왔는데, 순식간에 2천만이 넘는 조회 수를 기록하며 아갓탤의 16번째 시즌에서 최고 조회 수 영상이 됐다.

9월 16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돌비 극장에서 100만 달러(약 11억 원)의 우승상금을 두고 열린 아갓탤 결선에서 태권도 시범단은 또 한 번 태권도의 화려하고 절도 있는 무대를 선사해 찬사를 받았다. 시청자 투표결과 아쉽게 톱5에 들지는 못했지만, 우리나라 국기인 태권도의 우수성과 강인한 아름다움을 미국 전역에 성공적으로 알렸다는 평가다.

무도스포츠에서 종합 문화예술로

전 세계가 한국을 주목하고 있다. 넷플릭스의 한국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넷플릭스 역대 최고 흥행기록을 세우고 있고, ‘기생충’과 ‘미나리’ 등 한국 영화들이 주요 영화제를 휩쓸고 있으며, BTS(방탄소년단)와 블랙핑크 등은 빌보드와 유튜브를 석권하며 K-팝의 위상을 드높이고 있다. 스포츠분야에서는 바로 태권도가 전 세계인의 눈과 귀를 사로잡고 있다.

한국의 전통무예인 태권도는 전 세계의 수많은 무술(武術, Martial Arts) 가운데 세계화와 스포츠화에 가장 성공한 모범사례로 꼽힌다. 전 세계 210개국이 세계태권도연맹 회원으로 가입돼 있으며, 현재 1억 명 이상의 인구가 태권도를 수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20년 시드니 대회부터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됐으며, 뉴욕타임즈는 태권도를 K-팝 이전에 가장 성공한 한국문화로 평가하기도 했다.

세계태권도연맹 시범단이 미국 아메리카 갓 탤런트 결선에서 시범 후 기립박수를 받고 있다. ⓒ 미국 NBC

태권도가 이처럼 성공할 수 있었던 근본적인 이유는 끊임없이 변화와 발전의 길을 택했기 때문이다. 도수공방(徒手攻防) 하는 전통 무도는 서로 경쟁하는 무도스포츠인 겨루기로 발전했으며, 서로의 기량을 뽐내는 품새에서부터 더 높이 더 멀리 더 많이 도는 고난도 시범으로 진화했다. 그리고 이제 음악과 시나리오를 가진 종합 문화예술로 재탄생하면서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콘텐츠로서 위상을 드높이고 있다.

세계태권도연맹 시범단이 아갓탤에서 선보인 무대는 태권도의 기본동작과 품새, 겨루기, 격파, 호신술, 특기기술 등이 완성도 높게 조합돼 있다. 예술의 경지에 이르는 고난도 격파기술과 강인한 동작들로 이루어진 시범은 관중들에게 태권도의 진수를 보여주며 흥미와 감동을 유발하기에 충분하다. 아마도 전 세계 주요 도시의 태권도장들은 이번 아갓탤을 통해 태권도의 매력을 새로 알게 된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룰 것으로 예상한다.

장대까지 활용하는 도약격파의 발전

아갓탤에서 선보인 태권도 시범에 전 세계인들이 매료된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것처럼 높이 도약해 선보인 화려한 공중 격파기술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공중 격파를 통해 송판이 부서져 날리는 모습은 마치 벚꽃잎이 봄바람에 꽃 비가 되어 내리는 모습을 연상시킬 만큼 장관이었다.

태권도에서 빠른 속도로 달려가 높이 점프하여 체공상태에서 발과 주먹을 사용하여 여러 송판을 격파하는 기술을 ‘도약격파’라 부른다. 주로 다양한 형태의 발차기를 사용하며 송판을 부수는데, 태권도 시범 중 대중들에게 가장 큰 인기를 끄는 기술이다. 한 번의 체공으로 많은 격파물을 격파하기 위해서 높은 점프력이 요구된다.

연구에 따르면 태권도 선수들은 높이 도약하기 위해서는 질량중심(COM, Center of Mass)의 높이를 도약 3보 전부터 2보 전까지 낮게 유지하다가 구름발 접지에서부터 지면에서 떨어지는 순간 높이 변화를 크게 한다. 도약속도를 최대화하는 반면 발구름 시간은 줄이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고 한다. 발구름이 시작될 때 지면 반력을 크게 해 위로 더욱 높이 쏟아 오르기 위해서 신체가 뒤로 기울여진 후면 경사자세를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신호철 외 『태권도 국가대표시범단원과 대학시범단원의 도약격파 수행 시 나타나는 COM과 후경각의 운동학적 특성비교』 참조)

세계태권도연맹 시범단이 장대를 이용해 화려한 공중 발차기 시범을 보이고 있다. ⓒ 미국 NBC

아갓탤에서는 화려한 도약격파가 계속되더니 궁극적으로 성인 키의 세 배가 넘는 고공 발차기 격파를 위해서 ‘장대’까지 등장했다. 도약격파를 위해 시범단원들이 A 모양으로 탑을 쌓으면 높이에 한계도 있지만, 시범단원들이 모두 투입돼야 하고 공간의 협소와 각도의 제한으로 격파가 자유롭지 못하다는 문제점이 있다. 특히 A탑에서 격파자와 보조자의 충돌이 생기면 상당히 위험한 상황이 벌어진다.

반면 장대를 활용한 도약격파는 준비가 간결하면서도 구성요소는 더 많아 볼거리가 다양하다. 보조인원이 최소화되면서 관객은 시야가 더 많이 확보돼 격파 시 시연자의 회전과 격파기술을 자세히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장대를 활용해 높이를 점점 더 높게 올리면서 격파자의 도약을 돕는 보조자가 필수가 됐고, 지나치게 높은 높이로 인해 착지할 때 부상 위험성이 커지는 문제가 생기고 있다.(전광혁 외 『장대도입에 따른 태권도 시범변화에 대한 인식』 참조)

까다로운 회전격파와 밑바탕 심리기술

아갓탤에서 전 세계인을 매료시킨 태권도의 또 다른 매력적인 기술은 ‘회전격파’ 기술이다. 시범단은 360° 회전은 기본이고 540°, 720°, 900°를 넘어 세 바퀴를 도는 1,080°와 그 이상 도는 회전격파까지 선보였다. 회전격파는 피겨스케이팅의 김연아 선수의 특기인 트리플악셀처럼 마치 꽃이 피어나는 것처럼 화려하지만, 시범단원에게는 가장 어렵고 힘든 기술이다.

회전격파가 까다로운 이유는 운동 특성상 다른 기술 발차기보다 더 많은 관절과 더 많은 근육을 제어해야 하기 때문이다. 회전격파에서 목표 회전수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충분한 체공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도약격파와 똑같이 지면에서의 도약 과정이 중요한데, 이륙 시 상승속도와 신체의 각속도를 빠르게 수행해야 한다.

피겨스케이팅의 김연아 선수가 공중 3회전 반을 도는 트리플악셀이 가능했던 이유는 전반적인 스케이팅 속도가 다른 선수들에 비해 빨라 각운동량을 크게 생성할 수 있었기 때문으로 생성된 운동량은 비거리와 이동거리, 체공시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실제 국가대표 태권도 시범단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전신 질량의 가속도는 체공시간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권태원 외 『국가대표 태권도시범단의 540° 몸돌아 뒤 후려차기 도약 시 전신 질량의 가속도와 양 무릎의 슬관절 사출 시 상대각이 체공시간에 미치는 영향』 참조)

세계태권도연맹 시범단이 강력한 540° 회전 뒤후려차기로 송판 수십 장을 격파하고 있다. ⓒ 미국 NBC

아갓탤에서 선보인 태권도 시범에서는 마치 체조나 피겨스케이팅처럼 묘기에 가까운 고난이도 기술들이 끊이지 않고 계속된다. 고난이도 기술을 연속적으로 완벽하게 연기하기 위해서는 선수들이 기술과 체력을 기본으로 갖춰야 하고 고도의 심리기술도 필요하다.

시범단원은 중요한 기술에 앞서 힘찬 기합소리를 내는데 이는 자신감 향상에 매우 큰 도움이 된다. 시범 수행 시에는 고도의 집중력을 유지해야 하며, 끈기와 인내, 부상을 이겨낼 수 있는 강인함 등 강한 의지가 필요하다. 연구에 따르면 무대 위에서 동작을 머릿속으로 계속 그리는 이미지트레이닝이 시범기술 수행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김종수 『태권도 시범 수행에 영향을 미치는 심리요인 탐색』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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