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창조경제 모델이 필요하다

창조경제 시대의 과학기술정책 (상)

19일 오후 1시 30분 서울 중구 수하동 페럼타워 3층에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주최 ‘창조경제포럼’에 참석하려는 인파였다. 주최 측에서는 당초 예상보다 2배가 넘는 사람들이 찾아왔다고 밝혔다. 최근 ‘창조경제’에 대한 관심을 말해주고 있다.

‘창조경제 시대의 과학기술정책’이란 주제가 말해주듯 이날 포럼은 과학기술 중심의 창조경제 생태계 문제를 거론하는 자리였다. 그런 만큼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아직 모호한 ‘창조경제’ 개념을 짚어보고, 이 개념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했다.

▲ 19일 오후 서울 페럼타워에서 열린 KISTEP 주최 창조경제 포럼. 당초 예상보다 2배가 넘는 인파가 몰려 ‘창조경제’에 대한 국민 관심도를 반영했다. ⓒKISTEP


한국과학기술원의 이민화 교수는 핵심주제인 ‘창조경제’ 개념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정의를 내려야 할지 아직도 큰 혼란 속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은 이런 혼란을 해소하고, (그 개념의) 뿌리를 확실하게 내려야 할 때라며, 벤처기업가 관점의 명쾌한 해석을 내렸다.

신산업 창출에서 일자리 창출까지

이 교수에 따르면 ‘창조경제’는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시장, 그리고 신산업을 창출하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남이 갖고 있지 않은 원천기술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아이디어를 위한 창조적 인재육성과 함께 기업인들의 과감한 기업가 정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업인 시각을 대변한 전국경제인연합회 유환익 산업본부장은 ‘창조경제’를 기존 산업에 (새로운) 기술·아이디어를 더해 새로운 산업과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일이라고 정의했다. 유 본부장은 ‘창조경제’가 요구하고 있는 세 가지 신산업 사례를 제시했다.

▲ 한국과학기술원 이민화 교수는 ‘창조경제’ 개념에 대해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시장, 그리고 신산업을 창출하는 일이라고 정의했다. ⓒKISTEP


하나는 기술융합형 창조산업인데 최근 실내 골프장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골프존’을 예로 들었다. 기존에 있었던 골프 연습장에 IT기술을 융합해 매출이 급신장했으며, 일자리 창출에 있어서도 큰 기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 번째 산업 패턴은 아이디어형 창조산업이다. 기존 러닝화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미해 만든 걷기운동용 신발 ‘워킹화’를 예로 들면서, 발상 전환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세 번째 산업 패턴은 신산업 발굴형 창조산업이다. ‘항공기 MRO’를 예로 들었다. 이 산업은 항공기 정비 산업을 말한다. 자동차 정비업체처럼 부품을 교체하기도 하고, 엔진·기체 등을 점검해 최적의 항공 상태를 유지시켜주는 일이다. 유 본부장은 ‘창조경제’를 위해 이 같은 융합형·아이디어형·발굴형 신산업을 창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형 창조경제 발전 가능성 있어

LG경제연구원의 김형주 연구위원은 ‘창조경제’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영국 모델은 예술·역사·유물 등 개인의 창조성(creativity)이 만들어내는 경제적 가치를 강조하는 반면 이스라엘 모델은 과학기술을 통해 상상력을 현실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보았다.

이처럼 각 나라의 문화적 토양에 따라 ‘창조경제’에 대한 해석이 다를 수 있다며, 우리나라역시 한국적 상황을 참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강점으로 부각되고 있는 ICT, 제조역량, 아시아 시장에 대한 이해도 등 한국의 비교우위성을 잘 활용해 ‘한국형 창조경제’를 발전시켜나갈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영국이 자국의 ‘창조경제’ 모델을 UN을 통해 글로벌 표준으로 정착시키고 발전시켜 나갔듯이 한국도 ‘한국형 창조경제’ 모델을 발전시켜나가면서 한국의 문화적, 사회적, 경제발전 경험 등을 결합해, 세계에 적용할 수 있는 개도국형 플랫폼으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양대 이상욱 교수(철학)는 인문학적 관점에서 ‘창조경제’를 한국 국민 다수의 행복과 결부시켰다. ‘창조경제’가 확실한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국민 행복과 경제적 부, 심리적 안정감 등 국민 삶 속의 중요한 부분들을 깊이 성찰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KISTEP 차두원 실장에 따르면 ‘창조경제’ 개념은 그동안 계속 진화해 왔다. 1990년 일본 노무라종합연구소는 21세기 정보화 사회와 함께 창조화라는 제4의 물결이 올 것을 예측하고, 창조활동의 가치와 역할이 중시되는 창조산업 발굴을 강조한 바 있다.

1997년 영국은 토니 블레어(Tony Blare) 총리 내각 출범과 함께 ‘창조경제’에 대한 연구와 정책을 지속적으로 진행해 왔다. 2008년에는 영국 창조경제 업그레이드를 위해 관련 정부기관들과 단체들이 중장기적으로 수행해야 할 ‘Creative Britain: New Talents for the New Economy’를 발표하였다.

2001년 영국 경영저술가 존 호킨스(John Howkins)는 ‘창조경제’라는 책을 써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다. 그는 이 책에서 ‘창조경제’를 ‘창조적 인간, 창조적 산업, 창조적 도시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경제체제’로 정의하였다.

한편, 2008년과 2010년 UNDP와 UNCTAD는 ‘Creative Economy Report’를 통해 창조경제에 대해 ‘경제성장과 발전 잠재성이 있는 창조적 자산에 기반한 진화론적 개념으로 창조적 자산을 생산하는 모든 경제활동’으로 정의한 바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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