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기원 찾아 떠나는 시간여행

전곡선사박물관 기획전시 성황

▲ 상설전시실-인류진화의 위대한 행진 ⓒ전곡선사박물관


100년 전 한국인의 얼굴은 어떠했을까?

둥근 이마 선에 흐린 눈썹, 작은 눈동자와 잘록한 코허리, 얇은 입술, 큰 턱 아래로 처진 입 끝, 특히 옆모습에서 볼 때 중안부가 오목하게 들어가 있어서 오목하게 보이는 얼굴 윤곽.

이들은 오늘날 한국인의 특성이자 1910년대 사진 속에서도 보이는 한국인 얼굴이다. 하지만 100년 사이에 변화도 있었다. 일명 국사책 얼굴들. 그 시기 여자들은 현대 여성들에 비해 얼굴이 작았는데 아마도 남아선호사상까지 가세한 영양공급 때문이다.

이처럼 얼굴 크기가 작아지고 치아는 뻐드렁니를 갖게 되어 다문 입이 앞으로 나온 모습을 하고 있다. 한편 남자들도 얼굴 크기는 오늘날보다 작았지만 광대뼈와 턱이 발달하여 독특한 인상을 준다.

지금 전곡선사박물관에서는 ‘한국인의 기원’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기획전이 열려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이번 전시는 단군과 고조선, 유전자로 본 한국인의 기원, 구석기인은 한국인의 조상인가, 한국문화속의 세계 등의 주제로 한국인과 한국문화의 기원 및 형성과정에 대한 다양한 자료들을 소개하고 있다.

한국인 유전자는 어디에서 왔는가

▲ 예안리고분의 편두인골 ⓒ전곡선사박물관

‘유전자가 알려준 한국인의 기원’ 테마 전시실에 들어서면 유전자에 대한 기초적 설명부터 유전자 특성으로 재현해낸 조선여인까지 한국인 유전자 연구의 역사와 성과를 한눈에 들여다 볼 수 있다.

검은 눈동자 색, 마른 귀지, 유당분해능력이 낮아 우유를 잘 소화하지 못하는 점은 모두 한국인의 유전자 분석으로 알아낸 특성.

유전자분석에 의한 한국인의 기원연구는 역사는 짧지만 정확성과 예측성이 뛰어난 연구방법이다. 이전의 한국인 유전연구는 일본인의 기원연구에서 비롯된 것이 많았고 이 연구들은 혈청연구가 대부분이었다. 최근에는 미토콘드리아 DNA(mDNA)와 Y염색체 분석에 의한 연구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2009년 12월 한국 등 10개국 90여 명의 과학자들로 범아시아 유전다양성 연구 컨소시움을 만들었다. 연구팀은 동남아시아 73인종에 대한 유전적 변이분석을 통해 아시아인들의 이동경로와 유전적 특성을 추적하였다. 또한 2004년부터 남부, 동부 아시아에 거주하는 1천900명의 게놈 DNA를 분석하였다.

그 결과 각 인종은 사용하는 언어와 지역에 따라 유전적으로 분류되고 동북아시아의 조상이 동남아시아라는 것을 증명했다. 이를 기반으로 아시아인의 조상은 인도에 처음 도착해 이 중 일부가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남쪽으로 이동하였고, 일부는 동인도네시아 태평양섬까지 진출한 것으로 추정하게 되었다.

한국인은 언제부터 한반도에 살았을까

사실 한반도의 지질은 산성이기 때문에 인골을 포함한 많은 자료가 남아 있는 편은 아니다.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한반도와 가까운 구석기 유적들로 보면 약 100만 년 전부터일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한반도에 가장 먼저 자리 잡은 인류는 호모에렉투스인데 지금 우리와는 다른 원시 단계의 인류였다.

또한 평양의 석회암 동굴에서 발견된 만달인, 역포인, 용곡인 등은 우리와 같은 현생인류인 호모사피엔스이다.

▲ 전곡선사박물관 선사학예팀 김종헌 학예사 ⓒScienceTimes

“구석기 시대는 민족이라는 개념이 없던 시기였고, 신석기 시대로 와서 당시 동해안과 서해안 토기들이 비슷하면서도 다른 특성을 보이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청동기 시대에는 벼농사가 시작되는데, 벼농사는 남방문화를 대표하고 비파형 동검 같은 청동기는 북방문화입니다. 이 시기에도 융합이 계속 이어지고 있었던 것이지요. 삼국시대 무렵 역사에 등장하는 가야 김수로왕의 부인인 김해 허씨의 경우 결혼설화와 쌍어문 유물로 볼 때 인도에서 건너온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한국인의 전시’의 기획에 참여한 김종헌 학예사의 설명이다.

덧붙여 김종헌 학예사는 이번 전시를 좀 더 재미있고 깊이 있게 관람하기 위해 어떤 접근을 하면 좋을지 조언해 주었다.

“흔히 한민족하면 단일민족이라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단군신화를 내세우며 순혈주의만을 주장하는 것은 자칫 국수주의로 빠지기 쉬워요. 사실 오늘날의 한국인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여러 가지 요소들이 한반도라는 지리적 특성에서 융합된 것입니다. 해양문화와 대륙문화, 북방계통과 남방계통 문화, 인종도 북방계와 남방계 사람들이 만나 융합된 것이라 할 수 있지요. 이런 특성은 유전자로도 증명이 되지만 눈으로도 관찰 가능합니다. 그리고 고대나 중세의 문서들로도 증명이 되고요. 결국 한민족이라는 것은 주변의 사람들과 문화를 흡수 발전시켜서 재생산의 결과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그 융합의 결정체가 바로 오늘날의 한국인이 된 것이지요.”

전곡리로 가는 타임머신에 탑승하라

▲ 전곡초등학교 5학년과 3학년에 재학 중인 김태훈, 태한 형제와 어머니 조진성 씨 ⓒScienceTimes

주말을 맞아 전곡초등학교 5학년과 3학년에 재학 중인 김태훈·태한 형제와 함께 이날 박물관을 찾은 어머니 조진성 씨는 예전에 선사유적지는 가봤으나 박물관은 처음이라고 했다.
 
“가까운 데 살지만 박물관은 처음이에요. 박물관 관람만으로도 시간여행을 하는 것처럼 굉장히 색다르고 즐거운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태훈이와 태한이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부터 호모사피엔스까지 고인류들 얼굴에 자기 얼굴을 합성해보는 몰핑스테이션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고 해요.”

우리와 같은 조상을 가진 몽골사람들은 한국인을 ‘동으로 무지개를 따라간 형제’라는 의미로 솔롱고스(Solongos)라고 부른다. 솔롱고스라는 이름처럼 한민족은 유전적으로도 문화적으로도 한반도라는 용광로에서 융합되어 오늘날의 한국인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제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쉬지 않고 다양한 유전자와 문화를 받아들여 새로운 모습을 한 우리의 후예들이 한반도에서 그 찬란한 문화를 이어가게 될 것이다.

이번 ‘한국인의 기원’ 기획전시는 2월 28일까지 예정되어 있다. 한반도와 인류 진화의 놀라운 시간여행을 구경하고 싶다면 전곡리행 타임머신에 탑승해볼 만하다. 문의는 전곡선사박물관(031-830-5628)과 홈페이지(www.jgpm.or.kr)를 통해서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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